중국의 자신감, 준비되어 있는 스페어타이어 전략

중국과의 기술협력이 새로운 성장엔진 될 수 있어

중국과학원대학원 내에서. 사진=안진홍 전문기자
중국과학원대학원 내에서. 사진=안진홍 전문기자

▷중국제조 2025와 한국기술 2025

중국제조 2025란 중국의 10대 핵심 산업 육성 프로젝트로 2015년 리커창 총리가 처음 발표했으며 시진핑 국가주석이 역점을 두고 있는 차세대 산업전략이다. 10대 전략산업에는 정보기술(IT), 우주항공, 해양공학, 선박․철도 교통, 신에너지, 로봇, 전력설비, 바이오의약, 농업기계설비, 신소재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전략은 제조업 기반을 육성하고 첨단 설비와 핵심 기술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는 기술 혁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녹색 성장 등을 통해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 마련됐다.

2020년까지 핵심 부품과 자재의 국산화율을 40%로 높이고, 2025년까지 글로벌 제조업 강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국산화율 70%를 달성하며, 2035년까지 중국을 제조업 강국 중등수준으로 끌어올린 후 2049년까지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는 것이 목표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각종 보조금과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제조 2025가 발표되자 중국은 미래에 대한 커다란 기대를 가지게 되었지만 미국에는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중국의 계획대로 실현 된다면 2차, 3차 산업혁명에서 세계를 제패한 미국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중국에 뒤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게 된 것이다.

산동성 청도시 창업지원기관, 청도시 한중기술이전대회, 청도시 한국기술 세미나 발표장면. 사진=안진홍 전문기자
산동성 청도시 창업지원기관, 청도시 한중기술이전대회, 청도시 한국기술 세미나 발표장면. 사진=안진홍 전문기자

▷왜 미국이 중국제조 2025를 경계했는가?

그 이유가 바로 중국이 미국 중심의 글로벌 기술 공급사슬에서 독립하려는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패권을 무시한 “기술 분열주의”라 간주되었다. 게다가 인민폐가 달러의 통치지위를 위협하기까지 하자 설상가상이 되었다.

중국과 미국 모두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중국이 기술독립과 금융독립을 이루고 명목GDP 세계1위까지 달성하면 미국의 패권은 정식 막을 내릴 수 밖에 없고 그 패권의 반전은 앞으로 수백 년 지속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마나 어렵게 얻은 세계 패권인데 중국에게 순순히 물려주겠는가? 19세기 70년대부터 세계최강국으로 군림한 미국이 150년만에 그 패권을 다른 국가에 바친다는 것은 미국의 엘리트층에게는 허용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날의 무역전쟁이 터진 것이다. 단 이는 수십 년 지속 될 패권전쟁의 서막에 불과하다고 본다.

▷중국의 스페어타이어 프로젝트

화웨이가 5G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며 4차산업혁명의 주역으로 등장하자 미국은 초조함과 두려움을 더 이상 감출 수 없었다.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며 화웨이는 미중 전쟁의 주요 격전지로 변모했다. 미국이 화웨이 대해 기술봉쇄, 수출봉쇄를 가하자 화웨이는 즉각 반격하며 소위 스페어타이어 프로젝트를 가동시켰다.

즉 미국에서 수입하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자체개발화를 시킨 것이다. 수년간 묵묵히 전쟁이 다가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왔던 것이였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령이 발표되자, 화웨이는 즉각 반격하며 우리는 이미 다 준비가 되었다, 두렵지 않다! 라고 외치며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중국 경제대군의 선봉대 화웨이는 충분한 준비를 하여 미국과의 전면전에 대응하였지만 기타 군대들은 아직 준비가 부족했다. 중국의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은 미국과의 전면전이 터져 극한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란 예상은 하고 있지 않지만 질주하던 중국이란 차량이 언제든 바퀴가 터져 주행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으므로 비상 타이어를 빨리 준비해둬야 한다는 위기의식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시점에 결국 스페어타이어 프로젝트가 가동되며 기술의 국산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단시일 내 중국의 자체기술력으로 미국기술, 미국부품, 미국 소프트웨어를 대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중국은 유라시아의 기술연맹을 결성하려고 온갖 노력을 퍼붓고 있다. 그 중심에 대한민국이 곧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될 것으로 본다.

미국 경제패권의 그림자 아래에서 유럽과 일본은 대놓고 중국을 지원하기 어렵다. 핵심기술을 대부분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어 미국과의 거래를 중단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 지원군이 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수십 조에 달하는 정부의 기술개발 지원정책으로 말미암아 중소기업들의 기술역량이 상당한 수준에 와 있어 기술수출의 선봉장을 할 수 있는 힘을 키워 왔다.

또한 한국의 중소기업은 미국의 제재로부터 자유로워 자신의 의지에 따라 해외협력을 결정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어지러운 시국 속 중국의 스페어타이어를 대한민국의 기업이 제값을 받고 공급하는 절호의 찬스를 맞이 하게 될 것이다.

산동성 제남시 한중기술토론회. 사진=안진홍 전문기자
산동성 제남시 한중기술토론회. 사진=안진홍 전문기자

▷중국과의 기술협력이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수 있다.

중국경제의 고속철은 어떤 악천후에도 앞으로 달릴 것이다. 중국의 막강한 경제력과 연구인력을 바탕으로 수년 내 상당한 발전을 이뤄 결국 기술의 격차를 줄이고 국산화를 실현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중국이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하루빨리 기술의 도약을 이뤄야 한다. 그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뭐든지 해도 좋다는 것이 오늘날 중국의 기술혁신에 대한 새로운 접근 법이다. 그래서 국가차원에서 거대한 자본을 무기로 해외기술이전과 해외기술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봤을 때 중국이 기술도약을 이뤄 한국의 경쟁자가 되는 것보다, 현재 기술발전이 시급한 중국의 ‘필요’를 활용하여 퀄컴이나 구글처럼 로열티를 받아가며 미래지향적으로 중국 경제성장에 편승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우수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걸어야 할 새로운 출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역사의 흐름 앞에서 우리는 큰 그림을 봐야 한다. 執大象 집대상 天下往 천하왕 (큰 흐름을 잡아야 천하가다가온다), 한중 이 두 나라는 수 천년간 살아오며 많은 희로애락을 겪어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평화와 협력이 궁극적인 결말이었다.

수년간 한중 양국이 동아시아에서의 불편한 동거를 겪으며 상대방의 역린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어 향후 수십 년 사이 좋게 지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과거의 아픔과 아쉬움을 씻고 우리는 새로운 시각으로 중국을 봐야 하고 중국도 2019년 5월 화웨이 사태를 기점으로 중국은 새로운 길을 걸어야 했다. 중국은 기술 절도나 강탈이 아닌 선진기술대국과의 협력을 통해 상생하는 새로운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중국의 새로운 숙명이고 숙제이다. 여기엔 기술 대국인 대한민국에 대한 존중과 상생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산동성 청도시 창업지원기관, 청도시 한중기술이전대회, 청도시 한국기술 세미나 발표장면. 사진=안진홍 전문기자
산동성 청도시 창업지원기관, 청도시 한중기술이전대회, 청도시 한국기술 세미나 발표장면. 사진=안진홍 전문기자

▷2019년, 새로운 도전과 기회

현재 국내 여론은 일변도로 중국의 항복과 패전을 예언하고 있지만 필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의 저력을 과소평가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미중관계가 아무리 최악으로 치달아도 중국의 발전을 강제정차 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중무역이 제로가 된다 하여도 중국 전체 GDP의 4%에 불과하다. 미국이 온갖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여 중국에게 제재를 가한다고 하여도 글로벌 경제 일체화라는 흐름 속에서 미국이 완전 억제는 불가능할 것이다. 결국 양자는 양보할 수밖에 없고 휴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그러한 미래의 결말을 대비하고 현재 해야 할 일, 하면 안 되는 일, 기다려야 하는 일을 알아야 한다.

중국의 질주를 곁에서 지켜보며 외면하거나 무관심하다가 결국 추월당하며 막강한 경쟁자를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중국의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장기적인 실리를 챙기며 미래 중국 경제성장의 수혜자가 될 것인가의 선택은 스스로 해야 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역사의 질주는 역행시킬 수 없으며 우리는 그 역사 속에서 오늘날 선택의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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