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CJ 대한통운

 

지난 19일, CJ대한통운은 LG생활건강과 계약을 맺고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판매되는 LG생활건강 상품을 고객에게 24시간 이내에 배송해주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전자상거래나 물류 업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최근 몇년간 ‘풀필먼트(Fulfillment)’라는 단어는 매우 자주 사용되고 있지만 그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그래서 필자도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 풀필먼트랑 3PL이 뭐가 다른가였는데, 필자의 생각에 3PL은 물류 처리 관점에서 용어고, 풀필먼트는 주문 처리와 물류 처리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풀필먼트라는 단어는 잘 알려진대로 아마존이 제공하는 FBA(Fulfillment By Amazon) 서비스를 통해서 일반인들에게 유명해졌다. 아마존의 FBA 서비스의 본질에 대한 이해 없이 많은 사람들은 통용되던 3PL (3자 물류) 대신에 아마존에서 말하는 풀필먼트라는 단어를 차용하여 풀필먼트 회사라고 스스로를 표현하면서 전통적인 물류기업들과 자신을 차별화하는 홍보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풀필먼트 서비스라고 부르기 어렵다. 

아마존이 FBA 서비스를 시작하기 훨씬 전인 90년대 후반에도 풀필먼트라는 단어는 제조업 공급망 관리에서 사용되어 왔다. 당시에 일반적으로 정의되던 개념을 소개하면 Order Fulfillment란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은뒤, 그것을 배달완료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당시에는 전자상거래가 일반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요즘과 주문을 받는 수단이 다를 뿐이지, 주문 접수 이후의 행위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면, 풀필먼트라는 단어를 주문 처리(Order Fulfilment)로 이해하고 아마존의 풀필먼트를 살펴보자. 아마존은 고객으로부터 주문이 접수된 후부터 라스트마일까지의 전과정에 관여한다. 배송과 관련된 고객 문의에 대한 대응이라던지, 배송중에 발송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반품과 관련한 업무도 모두 아마존이 담당한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자사의 재고이건 마켓플레이스 셀러들의 상품이건 차이가 없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이러한 주문처리 과정에서 고객과 아마존 외에 다른 제3자가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가이다. 예를들어, 고객이 마켓플레이스 셀러의 상품을 주문했는데, 이 주문의 처리에 대해 상품의 소유자인 셀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예를들어, 고객이건 화주(셀러)는 배송사를 내가 선택할 수도 없다. 반면에 우리가 3PL회사를 사용하면서 선호 택배사를 지정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고객과의 의사소통은 물론이고, 발송을 보류하거나 반품을 거부할 수 없다. 심지어 사전 주문 처리단계에 해당되는, 재고의 풀필먼트 센터로의 입고에 있어서도 아마존이 요구하는 표준을 반드시 따라야 하며, 입고 일정이 한달이 지연된다고 해도 화주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그렇다면, CJ대한통운의 e-풀필먼트는 풀필먼트 서비스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3PL 서비스지만 주문 마감시간을 자정까지 늘려서 익일 배달율을 높인 개선된 서비스라고 할 수 있지 아마존발 유행하는 (오더)풀필먼트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CJ대한통운은 상품의 배송과 관련한 결정권한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화주사인 LG생활건강과 계약된 내용 대로 제3자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다. 그리고, 기존에 하던 입고, 보관, 피킹, 패킹 및 출고를 하는건 동일한데 스마트 스토어에서 발생한 주문을 자사의 창고관리 시스템(WMS)에 API로 전송받는다고 3PL이 풀필먼트 서비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풀필먼트는 주문과정 전체를 관여하기 때문에 예측이 가능하고 효율성의 극대화를 노려볼 수 있지만, 많은 제약이 존재한다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전세계적으로 전자상거래 풀필먼트 서비스를 완성한 기업은 물류기업에서 나온 사례가 별로 없고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들에서 나왔는데 대표적인 기업이 아마존과 야후재팬에 약 4천억원에 매각된 조조타운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3PL과 풀필먼트는 어떠한 우위의 문제가 아니라 형태의 차이로 이해해야 한다. 개인화된 포장 서비스가 필요한 기업들에게는 전통적인 3PL기업들이 더 좋은 물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아마존이나 조조타운 같은 모델을 지향하는 유통 플랫폼 기업은 풀필먼트 시스템을 잘 설계하고 구축하면된다. 

중국에서 당시 최고의 WMS개발회사였던 ALOG(과거 쿠팡의 물류를 총괄했던 헨리 로 전 수석 부사장이 이 회사 출신이다.)에 마윈이 투자하고 이 회사 시스템을 기반으로 풀필먼트 서비스를 완성한 사례와 조조타운이 WMS개발회사 였던 아라타나 주식회사를 인수 후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거대 풀필먼트 서비스의 완성에는 그에 걸맞는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들이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칼람니스트 - 박상신 (현)엠엑스엔 홀딩스 부사장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K글로벌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