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민 ㈜넥스트랜스 대표이사
홍상민 ㈜넥스트랜스 대표이사

많은 사람들이 사업을 한다는 것과 스타트업을 창업한다는 것에 대해 심각한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사업 또는 창업의 한 형태임은 분명하지만, 레스토랑·미용실·무역업·쇼핑몰·학원업 등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검증된 사업 모델을 적용해 사업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 페이팔 마피아의 우두머리인 피터 틸(Peter Thiel)이 그의 저서 『Zero to One』에 언급한 것처럼 1에서 2도 아니,고 2에서 3도 아닌, 0(Zero)에서 1(One)을 만들어내는 것이 스타트업의 본질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스타트업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사업을 수행한다. 구조적 변화(Structural Change), 차별화된 접근법(Differentiated Approach), 기존 시스템을 다시 설계(Redesign the existing system)하는 것이다. 

즉, 차별화된 접근법을 통해 기존 시스템을 다시 설계함으로써 사회·산업 구조의 변화를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 본질은 '혁신'

스타트업은 주로 새로 개발된 기술을 활용해 수십 년 혹은 100여 년 전부터 구축된 전통적인 사회 구조를 혁신함으로써 새로운 사회 구조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그 본질이 ‘혁신(Innovation)’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버(Uber)는 기존에 택시를 잡거나 길거리에 나가서 택시를 기다리는 익숙한 구조, 택시 기사는 라이선스를 보유한 특정인이 해야만 하는 구조를 바꿨다. 스마트폰으로 호출하고 이들이 제공하는 맵을 이용해 차량의 위치와 이동을 확인할 수 있으며, 운전자의 다양한 신상과 서비스 퀄리티도 알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었다. 또한 택시 기사는 차량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공유 경제' 라는 문을 여는 계기가 됐다. 또한 우버는 우버이츠(UberEats)를 통해 음식배달까지 하게 되면서 승객의 이동을 도와주는 것 뿐 아니라 음식의 이동을 해결했다. 모빌리티(Mobility)와 음식 주문(Food Ordering)이라는 거대한 산업상의 구조를 변화시켰다.

유튜브(YouTube)는 방송국만이 방송을 송출하는 거의 유일한 존재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모든 개인이 누구나 방송을 하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미디어 커뮤니케이션과 정보 전달의 구조를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다. 유튜브의 미션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와 있다.

“Our mission is to give everyone a voice and show them the world. We believe that everyone deserves to have a voice, and that the world is a better place when we listen, share and build community through our stories(우리의 사명은 모든 사람에게 목소리를 부여하고 그것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은 목소리를 가질 자격이 있으며 우리의 스토리를 통해 우리가 듣고, 공유하며, 커뮤니티를 만들어나갈 때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페이스북, 트위터, 위워크, 애플의 아이폰, 에어비앤비, 테슬라, 페이팔 등 스타트업들은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만들어냄으로써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언론·광고·부동산·커뮤니케이션·자동차 및 운송·숙박·결제 산업 등에 커다란 변화와 영향을 줬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단지 돈을 벌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해 사회 구조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도전자'들이라 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이러한 도전을 해야 하기에 필연적으로 차별화된 접근(Differentiated Approach)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차별화된 접근이란,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에서 몇 가지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성능 개선과 같은 수준이 아닌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우리는 ‘보기에도 육중한 자석 및 대형 시스템으로 구성돼 매우 값이 비싸고, 세계 인구의 10% 정도밖에 접근할 수 없었던 MRI 시스템’을 혁신했다. 90%의 인구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이동형 MRI를 만든 '하이퍼파인(Hyperfine)’이라는 스타트업은 10억~20억 원이나 되는 전통적인 MRI와는 달리 병원이 5만 달러 수준의 이동형 MRI 기계를 구매하면 이후 AI 및 클라우드를 활용한 진단 서비스를 환자들에게 제공한다. 응급 환자·중환자·감염 환자 등 기존에는 접근이 불가능했던 환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가격 및 접근성의 혁신과 보편적인 헬스케어를 실현시켰다. 완전히 차별화된 접근법으로 혁신을 일으킨 것이다.

현재의 시스템을 새롭게 디자인... 더 나은 삶을 만드는 '사명자'가 곧 스타트업

혁신적 스타트업들은 기존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 애를 쓰기 때문에 기존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산업 자체를 재정의(Redefine)하려고 한다. 더 나아가 '새롭게 등장한 기술을 활용해 현재 존재하는 구조를 다시 만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수없이 고민한다. 이를 두고 '현재의 시스템을 새롭게 디자인한다(Redesign the existing system)'고 말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때로 사람들이 행동하는 본질적 이유와 그것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고안된 시스템을 구분하지 못하고 마치 그것이 동일한 것인 듯 착각하기 때문이다. 혁신적 창업가는 시스템 자체와 본질 사이의 차이를 구분하는 시야를 가지고 있다.

전국에 지점을 설치하고 많은 인력을 운영하고 있는 현재의 은행은 100년이 넘게 유지된 시스템이지만, 자금이 필요한 사람과 잉여 자금을 빌려주고자 하는 사람을 연결하는 유일한 시스템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익숙한 나머지 은행이란 시스템이 자금 필요와 자금 제공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본질적인 행위의 동의어로 여겨왔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하고 있고, 서버에 정보가 저장되며, 계약도 도큐사인(Docusign)이나 헬로사인(Hellosign)과 같은 전자 서명 서비스를 통해 체결된다. 자금이 필요한 사람과 자금을 제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온라인상에서 검증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기존의 은행 시스템은 종말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와 같이 지점과 응대 인력이 존재하지 않는 디지털 뱅크가 나타나면서 이제 우리는 은행이라는 시스템을 재정의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기술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하는지, 차별화된 접근법과 시스템에 대한 재정의가 선행되어야 하는지는 불분명하다. 때로는 새로운 기술을 발견해 차별화된 접근법과 시스템에 대한 재정의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고, 또 다른 경우는 차별화된 접근법과 시스템에 대해 재정의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기술을 적용할 수도 있다.

스타트업은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지금까지 누구도 생각해 보지 못한 접근법을 사용해 기존의 문제, 문제임을 인식하지도 못한 것까지 해결하려는 사명자(Missionary)들이다.

창업하는 사람들의 수가 급증하고,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 진정한 스타트업의 역할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

만일 당신이 스타트업을 창업하려고 한다면 자신이 진정한 스타트업을 창업하려고 하는 것인지, 단지 보통의 사업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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