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랜스 대표이사 홍상민 (사진 = 필자 제공)
㈜넥스트랜스 대표이사 홍상민

조직 문화(organizational culture)란 개인과 집단 그리고 조직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주는 공유된 가치와 규범을 의미한다. 개인과 집단 그리고 조직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주는 주체는 누구인가? 누가 그러한 영향을 미치는 가치와 규범을 만들어내는가? 또한 그것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만일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을 때 조직에서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스타트업의 조직 문화, 창업자의 '관점'으로 접근? 

조직 문화에 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겠지만 스타트업과 같이 소수의 규모를 가지고 창업자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조직에서는 기본적으로 창업자의 ‘관점’이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관점’이란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고객을 바라보는 관점, 조직 멤버들을 바라보는 관점, 주주와 이해관계인들을 바라보는 관점등을 의미한다.

통상 조직 문화라고 하면 보상, 복지, 자율 복장, 회의 방식 등과 같은 것을 떠올리지만 그러한 것들은 모두 관점의 부수적 산물일 뿐이다.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넷플릭스, 에어비앤비와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조직 문화를 연구하고 적용하려고 한다. 하지만 조직 문화는 방법론이 아니라 관점이다.

우리가 통상 보는 외적인 것들은 창업자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방식일 뿐이다. 만일 창업자가 고객을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 보거나 내가 만든 훌륭한 제품을 그저 사용하는 수동적 존재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 ‘내가 얼마나 대단한 기술을 가지고 제품을 만들었는데 감히 나에게 이런 저런 토를 다느냐’는 듯한 태도로 고객을 대할 것이고, 제품에 정확히 그러한 느낌이 묻어날 것이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반면 인터넷 플랫폼이 대세가 된 이러한 시대에서 고객은 현명하고 참여적이며 능동적 존재라고 인정한다면 제품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끊임없이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고객의 요구에 대해 진지하게 대응할 것이다.

조직 멤버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조직 멤버들은 기본적으로 게으르고 정치적이고 시키는 일만 눈치 보며 처리하는 존재라고 인식하는 경우에는 조직 문화를 그러한 방향으로 만들기 마련이다.

심지어 조직원들을 감시하고 상호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조차도 못하게 하며 자신이 지시한 일 이외에는 창의성을 발휘하거나 자율적으로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황당한 창업자들도 있다. 필자는 의외로 이런 케이스가 많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게다가 이런 회사는 성과도 좋지 않다. 

이와는 반대로 조직 멤버들은 아주 탁월하고, 창의적이며, 도전적이고, 스스로 목표를 정해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데 에너지를 쏟는다고 믿는다면 창업자는 조직 멤버들에게 최대한 자율권을 보장하고 그들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그라운드를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탁월한 사람들을 선발하기 위한 채용에 더욱 신경 쓰게 될 것이다. 탁월한 조직은 탁월한 멤버들이 모여서 이뤄진다. 탁월한 멤버들은 자율, 창의, 효과적 커뮤니케이션이 보장된 조직에 모이기를 선호한다.

조직 구조도 (자료 = 픽사베이)
조직 구조도 (자료 = 픽사베이)

창업자와 조직원 간의 신뢰와 중요... 눈치 보기 조직 문화 NO

또 다른 요소는 창업자 내지 경영자의 이성과 감정에 대한 통제 능력이다. 창업자나 경영자는 조직 내에서 상대적 또는 절대적인 책임을 지는 존재로 누구보다도 많은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느낀다. 그래서 다른 조직 멤버들에 비해 더 감정적으로 되기 쉽다. 만일 창업자나 경영자가 의사결정을 감정적으로 처리하면 조직 구성원끼리 눈치 보는 조직 문화가 형성되게 된다.

창업자나 경영자 스스로가 따르거나 그들을 통제할 조직 원칙이 없다면 이러한 문화를 원치 않는 조직원들은 조직을 떠나게 될 것이다. 특히 창업자나 경영자가 개인적인 프레임에 갇혀 자신의 감정을 조직의 목표에 대한 이성적 판단보다 앞세운다면 정말로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게 되고, 이것이 문화로 고착화하면 되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창업자나 경영자는 법인과 동일한 인격체가 아니라 법인을 대표하는 조직 멤버 중 한 명일 뿐이다.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조직을 난도질하기 십상인데, 조직은 '예스맨'만 남고 경영 성과 달성은 어려워질 것이다.

주주나 이해관계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기업 지배 구조(Corporate Governance)는 기업의 경영 활동에 있어서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의 관계를 조정하는 메커니즘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기업 경영을 맡은 대리인(Agency)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하도록 경영을 감시, 규율하는 기구를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

기본적으로 법인은 개인 창업자의 인격과 구분된다. 특히 투자 또는 대출을 받거나 보다 많은 조직원을 받아들일 때, 수많은 고객과 파트너사와 관계를 맺을 때 더 많은 책임이 요구된다.

스타트업처럼 소규모 조직일 때부터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하는 미국과는 달리 국내 스타트업은 창업자 중심의 의사결정이 주를 이룬다. 투자자들은 상당한 규모로 투자함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에 있어서 소극적이다.

그러다 보니 창업자와 투자자는 '공동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파트너'이기보다 채권자 수준으로 보게 된다. 본인의 의견과 다르거나 심지어 창업자의 의사결정에 반하는 주장을 할 때, 이를 합리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툼과 분쟁으로 치닫는 경우도 많이 봤다.

창업자가 주주들에 대해서 어떠한 관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기업 지배 구조 문화가 결정된다. 이사회를 강화하고 이사들에 의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불편해하고 반대하는 창업자가 있는 반면, 이사회를 구성해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활용하고자 하는 창업자도 있다.

조직의 모든 구조와 문화는 창업자 또는 경영자의 관점에 의해 디자인되고 형성된다. 코로나19으로 인해 국가 간의 이동이 어려워지고 온라인에 의존해 사업을 전개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는 조직 문화가 더욱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한다. 

출장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조직 구성원들이 매일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그렇기에 모든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조직의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신뢰의 문화를 만드는 것은 불가피하고, 매우 중요하다.

만일 창업자가 조직원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조직 멤버들 역시 창업자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창업자는 자신의 심복을 골라 감시 체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를 눈치챈 조직원들은 이것을 역으로 이용해 그들의 감시망을 빠져나오는 데 에너지를 사용할지도 모른다.

반대로 창업자가 조직 멤버들을 신뢰하며 그들이 최선을 다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동기부여와 더불어 필요한 원칙을 제시하고, 창업자 스스로가 이를 솔선수범하여 지킨다면 조직은 분산된 지역에서 원격으로 근무한다고 할지라도 성과를 낼 수 있다.

아무리 올바른 조직 문화를 형성하고자 하는 관점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방법론과 시스템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저 창업자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희망일 뿐이다.

그렇기에 창업자는 자신의 관점을 조직 구성원들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 공유된 가치가 더 강화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조직 구성원들의 피드백에도 오픈돼 있어야 한다. 문화는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직의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조직에는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구성원들이 다양한 곳으로부터 유입된다. 그래서 조직의 가치를 모두에게 공유해야 조직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한 조직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창업자가 모든 멤버들에게 개별적으로 알릴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조직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의도적인 정보 공유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만들 필요가 있다.

빠른 서비스 대응을 위해서는 각 서비스 라인의 책임자가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문화, 실수를 했을 때에는 개인을 비난하지 않고 문제에 초점을 맞춰 개선안을 확실하게 만들도록 하는 문화, 소속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환영하며 서로의 목소리를 존중할 것, 성별·인종·나이 등으로 인해 차별을 받지 않는 실질적인 방법 등을 만들어야 한다.

절대적으로 바람직한 조직 문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빠른 성장과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려는 스타트업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 문화라는 것은 존재한다. 자율을 해치는 감시의 문화, 창의를 죽이는 독재적인 지시의 문화, 토론과 커뮤니케이션을 무시하는 문화, 감정이 이성적 의사결정을 지배하는 문화, 창업자의 눈치를 보게 하는 문화, 노력에 대한 보상이 공평하지 않은 문화 등은 바람직하지 않은 문화이다.

격변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 제품·서비스 개발만을 잘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제품·서비스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지만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방식인 조직 문화는 영속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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