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랜스 대표이사 홍상민<br>
홍상민 ㈜넥스트랜스 대표이사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2020년 국내 벤처 투자 실적은 2016년 2.1조 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4.3조 원을 기록했다. 특히 바이오, 의료, ICT 분야의 투자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피투자 기업의 수도 2016년 1,191개에서 2020년 2,130개로 78.8% 증가했다.  

(자료 =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자료 = 한국벤처캐피탈협회)

2020년 코로나19 영향하에서의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도 아주 활발했다. 2016년 80만 9,000달러 수준이었던 투자 금액은 2020년 16만 4,000달러로 두 배 성장했다. 하지만 투자를 받은 기업 수는 1만 86개에서 1만 1,651개로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적은 금액을 다수 기업에게 투자하기보다는 이미 성장한 기업들에게 더 큰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자료 = NVCA)
(자료 = NVCA)

2020년 투자 단계를 살펴보면 마지막 단계(Late stage)의 투자가 11만 달러로 전체 투자의 67%를 차지했다. 반면 초기 단계(Early stage) 투자는 26.5%에 불과했다. 유니콘 기업에 대한 투자는 2016년 18만 5,000달러 규모에서 2020년 52만 5,000달러로 2.8배 증가했다.

투자한 섹터를 살펴보면 가장 많은 분야가 소프트웨어로 전체 투자의 31.4%를 차지했고, 바이오·제약·헬스케어가 28만 3,000달러로 17.2%를 차지했다.

(자료 = NVCA)
(자료 = NVCA)

미국의 규모가 큰 Top Deal은 다음과 같다.

(자료 = NVCA)
(자료 = NVCA)

테슬라 주가의 폭등과 더불어 자율주행차량인 '웨이모(Waymo)'가 3만 달러의 투자를, 전기 픽업트럭 업체인 라이반 오토모티브(Rivian Automotive)가 2만 5,000달러를 유치했다.

이러한 막대한 자금이 비상장 스타트업들에게 투자된 이유는 풍부한 유동성의 영향도 있겠지만, 팬데믹 상황 속에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스타트업들의 시도와 더불어 사람들의 경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결합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는 스타트업에게 위기 아닌 기회.... 수많은 회사가 '성장' 기록 

팬데믹이 위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전례 없는 사태로 인해 이전에 시도해 볼 수 없었던 일들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mRNA를 이용한 백신 개발, 원격의료(Telehealth) 활성화, 메타버스, 비현금 결제(Cashless payment), 비대면 회의, 주요 브랜드들의 온라인화, 온라인 커머스·배달 등의 발전이 활발해졌다. 동남아의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쇼피(Shopee)를 운영하는 SEA는 2018년 10달러에 불과했던 주가가 2020년 6월 290달러까지 상승하면서 팬데믹 기간 동안 무려 30배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마존의 대항마, 쇼핑 웹 빌더로 알려진 쇼피파이(Shopify)의 주가는 2016년 29달러에서 2020년 1,550달러까지 53배나 성장했다. 모바일 페이먼트 기업의 성장은 팬데믹 시대를 지나면서 두드러졌다. 2017년 35달러였던 페이팔(Paypal)의 주가는 2020년 309달러를 기록하면서 거의 10배가 성장했다. 카드 결제를 받을 수 없었던 소상공인들의 결제를 지원하기 위해 창업한 스퀘어(Square)는 2017년 8.77달러 수준의 주가가 283달러로 32배 증가했다.

이뿐만 아니라 가정에 있는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사람들의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온라인 레시피 콘텐츠, 밀키트 등의 산업이 성장세를 기록했다. 또한 취미 활동, 운동 등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펠로톤(Peloton)과 같이 강사를 온라인에서 만나 실내 바이크 및 홈트레이닝을 하는 사업도 성장하고 있다.

또한 2020년 미국에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퍼지기 시작하던 4월에 다운존스 주가가 19,173까지 하락하면서 공포에 휩싸였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미국이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양적 완화를 시행하며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면서, 주가는 매우 크게 상승해 현재 34,200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기회를 이용해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받은 스타트업들이 IPO(기업 공개)를 시도하고 있는데, 통상적인 IPO뿐 아니라 직상장(Direct Listing) 그리고 SPAC(기업 인수 목적 회사)을 활용한 상장이 아주 활발하게 이뤄졌다.

미국 IPO 시장을 살펴보면 2019년 195개사가 상장했다. 2020년에는 407개사가 상장했고 이 중 빠른 상장을 위해 SPAC을 활용한 상장은 165개사였다.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으로 인해 상장 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엑시트 밸류가 상승, 비상장 투자 시장의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을 것으로 생각되었던 에어비앤비는 실버레이크(SilverLake)로부터 다운라운드를 감수하며 2만 달러 밸류에이션 수준에서 긴급하게 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나 몇 달 후에 에어비앤비는 상장을 추진했는데 상장 후의 시가총액이 12만 달러를 기록하며 몇 달 만에 6배가 상승했다.

스타트업의 가파른 성장세... 대기업 '위협'

시대의 변화는 기존 시장을 장악하던 대기업들에게 위협이 되며 스타트업들에게는 기회가 되곤한다. 최근 스타트업들의 밸류에이션은 전례 없이 크게 상승했다. 과거에는 대기업에게 전혀 고려 대상조차 되지 않았던 스타트업들은 이제 대기업들을 위협하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낮고 무거운 조직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변화 가능성이 낮아 성장 가속도가 전혀 없는 기업들은 자신이 점유하던 시장을 잃어버리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최선의 길은 스타트업들을 비싼 가격에라도 인수하는 것밖에는 없다. 이러한 대기업들의 위기는 비상장 스타트업들에게는 또 다른 엑시트 기회를 열어준다.

과거에 국내에서 1,000억 원대 M&A라고 하면 정말 기념비적인 규모라고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1,000억 원대가 아니라 1조 원대의 M&A도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고 미국에서는 수십조 원 규모의 M&A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세일즈포스(Salesforce)는 슬랙(Slack)을 27만 7,000달러에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

엔비디아(NVidia)는 ARM을 4만 달러에, 월마트는 인도의 플립카트(Flipkart)를 24억 9,000달러에, 아나로그 디바이스(Analog Device)는 Maxim을 21억 달러에 인수했다. 텔라독(Teladoc)은 리봉고(Livongo)를 18억 5,000달러에 합병했다. 또한 우버(UBER)의 자율주행 부문이었던 우버에티지(UBER ATG)는 오로라(Aurora)에 10억 달러에 매각됐다.

2021년에는 대한민국 리테일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쿠팡이 미국 NYSE에 상장한 것이다. 그것도 거의 100조 원에 육박하는 시가총액으로 상장한 것이었다. 이때 주당 54달러를 기록했다.

신세계 2.8조 원, 롯데쇼핑 3.3조 원, 이마트 4.6조 원, GS홈쇼핑/리테일 3.8조 원, 현대백화점 2.1조 원 등 주요 백화점 및 쇼핑몰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16.6조 원이다. 이들 전체 시가총액을 합쳐도 쿠팡의 6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거래액 측면에서는 다른 이야기이겠지만 자금 조달 능력을 보여주는 기업의 시가총액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향후 이 판에서 어떤 플레이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미래를 가늠하게 한다. 패션 분야의 강자로 거래액 1.2조 원, 회원 수 800만 명에 달하는 무신사는 기업 가치 2.5조 원을 인정받으며 세콰이어 캐피털(Sequoia Capital, IMM) 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300억 원 투자를 받았다.

그리고 무신사는 최근 패션 플랫폼의 강자 스타일쉐어(29cm)를 3,000억 원에 인수했다. 무신사뿐 아니라 4,000개가 넘는 여성 쇼핑몰부터 디자이너, 스트리트 브랜드까지 한 앱에서 쇼핑할 수 있는 지그재그도 카카오에 1조 원에 매각되었다.

변곡점에 나타난 스타트업의 리딩 서비스... 더 큰 가치를 만들 가능성 有

국내 버티컬 분야에서도 이렇게 큰 거래가 나온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대한민국 소비자의 경제력과 높은 디지털 전환율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이커머스, 온라인 여행, 호출 서비스(Ride-hailing), 온라인 미디어 등이 모두 포함된 6억 명의 동남아 디지털 경제가 100조 원인 데 반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만 100조 원을 육박하는 것은 굉장히 상징적인 사건이다. 

과거로 돌아가보면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2000년대 초중반에 미국에서 일어났다. 2006년 10월, 필자가 실리콘밸리에 출장을 가 있는 동안 모두를 놀라게 한 뉴스가 발표됐다. “Google to acquire Youtube for $1.65Billion(구글이 유튜브를 16만 5,000달러에 인수).” 구글이 40명 남짓 근무하고 있는 매출도 거의 없던 UCC 플랫폼이었던 유튜브를 약 1.8조 원에 인수했다는 소식이었다. 

당시에 실리콘밸리에 있던 사람들은 '버블인가, 구글이 제정신인가'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지만, '지금 구글이 유튜브를 보유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2012년 또 한 번의 충격적인 뉴스가 나왔다. “Facebook Buys Instagram for $1Billion(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 페이스북이 불과 13명에 불과하던 인스타그램을 1조 원이 넘는 금액으로 인수했다는 소식이었다.

2012년 5월에 IPO를 한 페이스북은 4월에 인스타그램을 전격적으로 인수하면서 의혹에 휩싸였다. 모바일 시대에 대비를 하지 못한 페이스북이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비싸게 인수했다는 소문과 함께 과도한 금액을 지불했다는 이야기들이 나돌았다. 현재 인스타그램은 10억 명의 사용자와 더불어 20억 달러의 매출을 페이스북에 안기는 서비스가 됐고, 페이스북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거대한 서비스가 되었다.

모든 M&A가 성공적이지도 않고 아주 큰 기여를 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시대로 이행하는 변곡점에 나타난 리딩 서비스들은 향후 10년간 매우 큰 성장을 이루고 기존 대기업들의 위치를 위협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 스타트업은 더 이상 변방의 중소기업이 아니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과 도구 그리고 탁월한 인재들로 무장해 하나로 연결된 세계를 대상으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들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그들의 삶의 일상이 되도록 만들기만 한다면 수조·수백조 원의 가치를 창출해 낸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이들의 성취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벤처캐피털들은 모험 자본을 투자하는데, 점점 그 규모가 커지고 있어 기존의 대기업이라 불리는 성장성이 제한된 기업들은 오히려 자본 조달 능력이 부족해 대응조차 할 수 없는 경우도 빈번하게 생긴다.

코로나19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을 가속화시켰다. 바이오·헬스케어 영역에서 시도할 수 없었던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으며, VR/AR을 활용한 가상 환경에 대한 니즈가 커졌다.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대부분의 서비스들은 완전히 새로운 얼굴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더 이상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는 것을 어색해하듯이 어쩌면 지금 아마존이나 쿠팡과 같은 형태의 이커머스조차 향후 10년 내에 진부한 형태로 변화될 수도 있다.

팬데믹 시대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의 급증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이 막대한 자금을 받은 스타트업들이 만들어낼 미래에 대해 다 같이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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