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민 ㈜넥스트랜스 대표이사
홍상민 ㈜넥스트랜스 대표이사

코스닥 시장은 1997년 359개 기업(시가총액 7.1조 원)을 시작으로 2002년까지 연간 100개 이상 상장(2000년 151개사 상장)되었고, 지난 2020년 기준으로 총 1,468개사가 상장(시가총액 385조 원)돼 23년 만에 기업 수에서는 약 4배, 시가총액으로는 54배가 성장했다.

필자가 벤처캐피털에서 근무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인터넷 및 3G 붐과 더불어 수많은 관련 테크 기업들이 연간 100여 개씩 상장했다. 1997년 골드뱅크(인포뱅크라는 이름으로 창업 후 1년 만에 골드뱅크로 변경)는 광고를 보면 리워드를 주는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로 상장해 8개월 만에 3,700%의 상승을 기록했고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며 농구단까지 결성했다. 

1999년에는 VoIP 기술을 이용해 실리콘밸리에 다이얼패드를 세우며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통신 트렌드를 만들려고 했던 새롬기술은 6개월 만에 주가가 150배 상승하며 시가총액 2조 원을 기록, 현대차를 추월했었다. 2002년에는 네이버가 상장에 성공해 시가총액 3,200억 원을 기록했고, 현재 시가총액은 73조 원에 달한다. 

이 외에도 다음커뮤니케이션, 싸이버텍홀딩스, 장미디어, 버추얼텍, 한글과컴퓨터, 마크로젠 등이 1999~2000년에 상장하며 테크 기업들이 본격적인 상장의 신호탄을 쏘았다.

테크 기업 상장으로 인도 경제 '활활'

20년 전에 한국에서 일어난 일들이 2021년 들어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7월, 인도 유니콘 기업으로서 음식 배달 기업인 조마토(Zomato)가 인도 증권거래소(BSE)에 성공적으로 상장해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무려 122억 달러(약 14조 원)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증권거래소 설립 후 146년 역사에서 2021년도는 인도 스타트업 생태계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해일 것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인도 1위 페이먼트(Payment) 회사인 페이티엠(Paytm)은 25억 달러(약 28조 원), 가치로는 22억 달러(25조 원)를 공모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나이카(Nykaa), 우단(Udaan), 디지트 인슈어런스(Digit Insurance), 미쇼(Meesho), 팜이지(PharmEasy), 그로우(Groww,) 셰어챗(ShareChat), 바이주(Byju), 오요(Oyo) 등 많은 유니콘 기업들이 향후 인도 증권거래소에 테크 기업으로서 상장할 수 있는 대상들이다.

이 중 이커머스로 뷰티 상품을 판매하는 나이카(Nykaa)는 인도에서 첫 여성 창업자가 운영하는 유니콘이 됐고, 4억 달러(약 4.5조 원) 밸류에 상장할 예정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인도의 지난해 비상장 투자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자료 = bain_report_india_venture_capital_2021)
(자료 = bain_report_india_venture_capital_2021)

2012년 458개 기업에 31억 달러(약 35조 원)의 벤처캐피털 투자가 이루어진 데 비해 2020년에는 809개 기업에 10억 달러(11.5조 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또한 주요 투자 섹터를 살펴보면 소비자 기술(Consumer technology) 분야가 가장 큰 투자를 유치했고, 다음은 사스(SaaS)와 핀테크(Fintech)가 차지했다. 

(자료 = bain_report_india_venture_capital_2021)<br>
(자료 = bain_report_india_venture_capital_2021)

이러한 현상은 거대한 오프라인 산업의 디지털화에 기인한 것이었다. 인도의 리테일 시장 규모는 2020년 883억 달러(약 1,015조 원)에서 2024년까지 1,300억 달러(약 1,500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중 2020년 이커머스가 차지하는 규모는 60억 달러(약 69조 원)로 약 6.7%에 해당된다. 2024년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111억 달러(127조 원)로 추정한다.

▶ 4개의 유니콘 기업이 있는 인도네시아, 벤처 투자 '활발'

이러한 비상장 테크 기업 투자와 로컬 증권거래소 상장은 인도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동남아시아에서 테크 기업들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며 가장 많은 벤처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국가가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에는 4개의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이 있다.

인도네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토코페디아(Tokopedia), 모빌리티(Mobility) 기업인 고젝(Gojek),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를 운영하는 트래블로카(Traveloka)와 인도네시아 최초의 상장 회사이자 C2C 오픈마켓인 부칼라팍(Bukalapak), 핀테크 기업인 오보(OVO)다.

현재 토코페디아는 고젝과 합병을 통해 고투그룹(GoTo Group)이라는 이름으로 상장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트래블로카는 SPAC(기업 인수 목적 회사) 합병을 통한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한 와중에 부칼라팍이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에 6억 달러(약 6.9조 원)에 상장하면서 15억 달러(약 17조 원) 공모 금액 모집에 성공했다. 2008년 피티 아다로 에너지(PT Adaro Energy)가 모집한 13억 달러(약 15조 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성장은 하지만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부칼라팍이 인도네시아 증시 상장에 성공한 것은 유니콘들의 미국 증시로의 행렬을 막고 자국 증시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과 상장 요건의 변화에 따른 로컬 증권거래소 상장에 대한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 역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붐으로 인해 거의 모든 산업 영역이 변화하고 있으며, 글로벌 투자 회사들 및 로컬 벤처캐피털이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2020년 동남아시아 국가에 82억 달러(약 9.4조 원)의 투자가 이뤄졌으며, 이 중 70%가 인도네시아에서 이루어졌다.

(자료 = //thelowdown.momentum.asia/southeast-asia-venture-funding-totalled-8-2-billion-in-2020-with-indonesia-leading)
(자료 = //thelowdown.momentum.asia/southeast-asia-venture-funding-totalled-8-2-billion-in-2020-with-indonesia-leading)

아직 상장에 제약이 많은 베트남 스타트업 시장 

베트남 증권거래소는 2000년 호찌민 거래소를 시작으로 21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현재 385개 종목이 거래되고 있으며 거래소 시가총액은 GDP의 약 52% 규모인 140억 달러(약 161조 원) 수준이다.

베트남 테크 스타트업들은 아직 증시에 상장하는 데 제약이 많다. 베트남의 첫 번째이며 현재까지 유일한 인터넷 유니콘 기업으로 알려진 브이앤지(VNG)는 2017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을 추진했지만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베트남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해 시가총액 400만 달러(약 4,500억 원)로 성장한 온라인 기업은 온라인 미디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예원(Yeah1)뿐이다.

비상장 시장을 살펴보면, 2019년 베트남 스타트업 투자는 싱가포르를 제치고 동남아시아에서 2위를 차지했다. 브이앤페이(VNPay), 에스커머스(SCommerce), 티키(Tiki), 모모(MoMo) 등 주요 기업들이 1,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oftbank Vision Fund), 테마섹(Temasek), 싱가포르투자청(GIC),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세콰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 노스스타(Northstar) 등으로부터 조달하면서 본격적인 디지털 테크 스타트업의 성장을 알렸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투자자의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2019년의 분위기는 반전됐다. 딜 숫자는 동남아시아 투자에서 14%를 차지했으나 투자 금액으로는 4% 수준으로 급감했다.

2021년 현재 코로나19의 추가 확산으로 도시 전체가 록다운이 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러한 위기가 오히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에 힘입어 2007년에 설립해 전자 결제(ePaymen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브이앤페이의 모회사인 브이앤라이프(VNLife)는 이번 달에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드래고니어 인베스트먼트그룹(Dragoneer Investment Group), 제너럴 애슬랜틱(General Atlantic), 페이팔(Paypal), 싱가포르투자청, 싱가포르 글로벌펀드(EDBI)로부터 250만 달러(2,870억 원) 투자를 유치했고, 경쟁사인 모모도 워버그 핀커스(Warburg Pincus), 굿워터 캐피털(Goodwater Capital) 등으로부터 100만 달러(1,1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커머스 플랫폼 시장을 이끌며 베트남의 아마존, 쿠팡으로 알려져 있는 티키(Tiki) 역시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 중에 있다. 이 외에도 바이메드(BuyMed), 에코모비(Ecomobi), 에코트럭(EcoTruck), 이닥터(eDoctor), 로십(Loship), 레버(Rever), 프롭지(Propzy), 시티즈(Citics) 등이 펀딩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상황에 비춰보면 베트남도 3~5년 이내에 각 산업별 리딩 기업들은 상당한 규모의 성장이 예측된다. 이러한 스타트업에 투자한 로컬 및 해외 벤처 투자자들은 그들의 펀드가 만기되기 전에 엑시트를 할 수밖에 없어 기업들을 상장을 하거나 M&A 시장에서 투자를 받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베트남 정부는 이들을 수용할 상장 제도를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투자에 대한 제약이 많지만, 좀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 신흥 시장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테크 기업의 성장이라는 분명한 방향에 초점을 맞춘다면 지금이 투자의 적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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