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동남아 본격 진출
인도네시아 기업금융, IB, 인프라 개발금융 수요 증가
미얀마, 한국 3개 은행에 은행 개설 허가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국내 시중은행의 아세안 지역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2017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 선언 이후 금융권의 동남아 진출이 시작됐지만, 이제서야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특히 2021년 상반기에 아세안을 포함한 15개국 지역 경제공동체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발효가 예정돼 있고, 2020년 12월 18일 인도네시아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체결되는 등 코로나19로전 세계가 보호무역주의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교역을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국내시장에 안주하던 금융권의 동남아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2020년 경우 동남아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들의 성적표를 놓고 볼 때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선방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50개의 점포를 운영하며 외국은행 1위로 올라선 신한은행은 2020년도에 1,000억 원 이상의 이익을 달성했다. 인도네시아에 150개의 지점을 갖고 있는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인 '우리소다라은행'도 3분기 누적 324억을, 하나은행도 인도네시아에서 3분기 누적 412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이 가장 적극적...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얀마에 진출 

현재 동남아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은행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작년에 인도네시아 중형 은행인 부코핀은행을 약 4,000억 원 투자해 인수하고 본격 영업에 돌입했다. 부코핀은행은 1970년에 설립된 은행으로, 인도네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412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 = KB국민은행 공식블로그 / 인도네시아 자크르타에 위치한 부코핀은행 본점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KB국민은행과 부코핀은행 이사진 및 경영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KB국민은행 공식블로그 / 인도네시아 자크르타에 위치한 부코핀은행 본점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KB국민은행과 부코핀은행 이사진 및 경영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최고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토코피디아' 홍보 모델로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친숙한 BTS가 KB국민은행-부코핀은행의 홍보모델로 나섰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2,000여 개의 한국기업과의 거래를 적극 늘려나갈 계획도 세웠다. 또한, 기존에 진출한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캐피털 등과 공조해 인도네시아의 종합금융회사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KB국민은행은 2009년 캄보디아에 법인을 설립해 5개의 지점을 갖고 있다. 최대 예금 수취가 가능한 소액대출 금융기관(MDI)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넌스사의 지분 70%를 6억 3,000만 달러에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상업은행을 포함해 캄보디아 전체 금융기관 3위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넌스'는 기존 국민은행과 시너지를 내면서 장기적으로 캄보디아의 선도적인 상업은행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한편 KB국민은행은 2020년 12월, 글로벌 금융 책임자였던 김현종 본부장을 캄보디아 법인장으로 선임해 파견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이외에 KB국민은행은 미얀마 진출도 앞두고 있다. 지난달 23일 미얀마 중앙은행으로부터 설립 최종 인가를 받았다. 외국계 은행으로 현지 법인을 허가받은 것은 처음이며, 미얀마 내 10개의 지점을 개설할 수 있다.

소매금융에서 기업금융, IPO, 인프라 금융으로 영역 확대

현재까지 동남아에 진출한 국내은행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이나 소매금융에 치중했다면, 이제 본격적인 기업금융과 자본시장에 진출이 시작될 예정이다. 

국내 정책금융의 대명사인 산업은행도 매년 5~7%의 경제성장이 이뤄지고 국가개발 인프라 사업이 활발한 동남아에 진출해 영역을 넓히고, 선진 금융기법을 전수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7일 미얀마에 양곤지점을 개설했다. 산업은행은 기업금융과 PF 등 인프라 금융 분야의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한국계 기업의 미얀마 진출과 현지 인프라 확충사업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산업은행은 지난 9월 인도네시아 종합금융사인 티파파이낸스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산업은행은 리스금융 중심의 사업기반을 가진 티파파이낸스에 기업금융, 인프라 개발금융, 벤처캐피탈 등 산업은행의 강점을 접목시킬 예정이다.   

한편, 베트남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은 신한금융은 인도네시아에서 IB 분야를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신한금융GIB(Group Investment Bank)에서 부동산, 인프라 등 해외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투자와 인니·베트남·미국 등 해외상장주식을 담당했던 이용훈 본부장을 인도네시아 법인장으로 발령을 내려 본격적인 IB 분야에 진출을 목전에 앞두고 있다.

(사진 = 신한금융투자제공 / 왼쪽부터  Hendra Kosashi APP 부사장, 이용훈 신한금융투자 인도네시아 법인장, 남경훈 한국투자증권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이사)
(사진 = 신한금융투자제공 / 왼쪽부터  Hendra Kosashi APP 부사장, 이용훈 신한금융투자 인도네시아 법인장, 남경훈 한국투자증권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이사)

인도네시아 신한금융투자는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본시장 내 기업 자금 조달, (지난 3년간 김치본드 등 2.3억 달러 발행), PO 주관(인도네시아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대체투자 주선 참여(태양광·수력·데이터센터·물류·산업단지 등)를 통해 인도네시아 최고의 IB 분야 금융사로 성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 아세안에서 핀테크의 중심지로 도약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한 핀테크 분야의 국내기업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벤처투자는 지난해 12월 싱가포르 P2P(개인 간 거래) 대출플랫폼인 펀딩소사이어티스에 투자했다. 펀딩소사이어티스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P2P 대출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핀테크 회사로 설립 이후 11월 현재 330만 건의 대출을 통해 14억 달러(약 1조 5,300억 원)를 지원했다.

(사진 = 펀딩소사이어티스)
(사진 = 펀딩소사이어티스)

또한, 삼성벤처투자는 2019년 외환 핀테크 스타트업 엠닥(M-DAQ)에 투자했다. 엠닥은 외환 알고리즘을 개발한 스타트업으로, 2015년 10월부터 알리바바의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에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서울 산업진흥원(SBA)은 지난해 7월부터 싱가포르 핀테크 액셀러레이터인 '롱해쉬(LONGHASH)'와 협력해 국내 핀테크 8개사의 싱가포르 법인 설립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서울 산업진흥원이 국내 어느 금융기관보다 싱가포르의 핀테크 허브 가능성을 인지하고, 한국 핀테크 스타트업 진출 성공에 공을 세웠다. 

그 중 한국어음중개는 국내투자 80억 원을, 캐시멜로는 해외투자 5억 원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한국어음중개와 캐시멜로 외에도 크립토퀀트, 브레인콜라, 비씨랩스, 인덱스마인, 아르고스, 퍼블리시 등  총 8개의 스타트업이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2012년부터 싱가포르 듀안모리스 로펌에 근무하고 있는 김성희 변호사는 "싱가포르는 블록체인을 비롯한 핀테크의 사업환경이 뛰어나다"며,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해 자리를 잡고 아세안 진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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