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젝·토코피디아, 두 회사 합쳐져 인도네시아 디지털 생태계 선도할 예정
- 국내에선 배달, IT, 이커머스 업체 간 합병 주목

동남아시아에서 유니콘 스타트업을 가장 많이 보유한 인도네시아에서 거대한 스타트업인 고젝과 토코피디아의 합병이 주목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디지털 시장을 이끄는 대표 스타트업이 만나 디지털 생태계를 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 고젝, 토코피디아 공식 합병… 시너지 효과 엄청날 듯

고젝과 토코피디아는 지난 5월 17일 ‘고투그룹(GoTo Group)’이라는 지주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공식 합병을 선언했다. 두 회사는 구글과 알리바바 그룹 주주들의 지원을 받아 합작 지주사를 설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토코피디아 플랫폼 내 고젝의 라이드헤일링 서비스를 활용한 신속 배달 서비스를 위한 파트너십 체결 이후 약 7년 만의 결실이다.

고투그룹 사업 추진 분야 (자료 = 고투그룹 공식 홈페이지)
고투그룹 사업 추진 분야 (자료 = 고투그룹 공식 홈페이지)

이번 합병은 인도네시아에서 추진된 가장 큰 규모의 합병으로 꼽힌다. 양 사는 각자 가진 핵심 역량을 결합해 사업 범위를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고젝의 공동 최고경영자인 안드레 소엘리스티요(Andre Soelistyo)가 고투그룹의 최고경영자를, 토코피디아 대표 패트릭 카오(Patrick Cao)가 고투그룹의 대표를 맡는다. 고젝의 또 다른 최고경영자인 케빈 알루위와 토코피디아의 윌리엄 타누위자야는 현재 지위를 유지한다. 고젝과 토코피디아는 고투 지주사 아래서 독립적으로 기존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고투 파이낸셜이라는 독자적인 조직을 설립해 디지털 뱅킹, 보험 등 핀테크 관련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투그룹 예상 조직도 (자료 = Investor.ID)
고투그룹 예상 조직도 (자료 = Investor.ID)

2020년 기준 고젝은 200만 명이 넘는 배송 인력(드라이버), 토코피디아는 판매자 1,100만 명과 협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들은 고젝과 토코피디아의 실제 이용자 수는 월 1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CB 인사이츠는 이번 합병을 통해 고투그룹의 가치가 약 170억 달러 규모로 급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바이트댄스(Bytedance·중국), 스트라이프(Stripe·미국), 스페이스X(SpaceX·미국), 디디추싱(Didi Chuxing·중국) 등과 같은 글로벌 스타트업 중 12위에 해당한다.

고투그룹의 안드레 소엘리스티요 최고경영자는 CNN인도네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합병을 통해 더욱더 많은 수익과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며, 미래에는 인도네시아 전체 GDP의 2% 이상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고투그룹, 인도네시아 시장서 성장 가능성 무궁무진

구글, 테마섹, 베인앤컴퍼니에서 공동으로 제작한 'e-Conomy SEA 2020'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인도네시아 인터넷 경제 규모는 440억 달러로, 2019년 대비 11% 증가했다. 이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 인근 동남아시아 6개국 중 가장 큰 규모다. 성장 속도 측면에서도 베트남과 같이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지속해서 두 자릿수 이상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시아 주요 6개국 인터넷 경제(전자상거래 총 매출액) 규모 (단위: 10억 달러)<br>[자료 = 'e-Conomy SEA 2020'(구글·테마섹·베인앤컴퍼니)]
동남아시아 주요 6개국 인터넷 경제(전자상거래 총 매출액) 규모 (단위: 10억 달러)
[자료 = 'e-Conomy SEA 2020'(구글·테마섹·베인앤컴퍼니)]

시장조사 업체 아이프라이스(i-Price)에 따르면 토코피디아는 2021년 1분기 기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은 방문자를 기록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글로벌 증권사 CLSA는 2019년에 자체 발간한 보고서에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토코피디아의 거래액은 연평균 78.8% 증가, 2023년에는 374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합병에 따라 토코피디아는 고젝의 강력한 물품 배송 기능을 보다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존에 협업 중인 전자지갑 플랫폼인 Ovo에 더해 고젝의 고페이 서비스도 활용할 수 있어 다양한 전자화폐 결제 옵션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토코피디아에는 없는 쇼피의 주요 거래 기능인 CBT(Cross Border Trade)가 현지 정부의 BPOM(식약처) 인증 필수와 같은 규제 증가로 향후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분야 주요 기업 시장점유율 추이(클릭 수 기준) (단위: 백만 회) (자료 = i-Price.com)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분야 주요 기업 시장점유율 추이(클릭 수 기준) (단위: 백만 회) (자료 = i-Price.com)

고투그룹은 합병 후 기업 공개(IPO)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국가는 미국과 인도네시아 등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정확한 국가는 발표되지 않았다. 고젝과 토코피디아가 따로 증시에 상장하는 방법과 토코피디아만 따로 상장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됐지만 공식적으로 발표된 부분은 없다.

다만 국내외 언론은 고투그룹이 올해 연말까지 인도네시아 증시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합병 이후 고투그룹의 예상 시가총액을 약 490조~560조 루피아(350억~400억 달러)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BCA에 이은 2위 규모다. 기업 공개가 진행되면 2008년 에너지 기업 아다로(Adaro)의 12조 루피아(8억 6,000만 달러) 규모를 가뿐히 뛰어넘는 인도네시아 최대 규모의 기업 공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배달의민족'을 태운 독일 DH.... 국내에서도 기업 간 인수합병 주목

우리나라에서도 미래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국내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인수 작업을 지난 3월, 1년 2개월여 만에 마무리했다. DH는 글로벌 50개국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DH는 2019년 12월 배달의민족 지분 88%를 40억 달러(약 4조, 7,500억 원)에 인수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아한형제들은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통해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라이브 커머스인 ‘배민쇼핑라이브’를 새롭게 선보이고 커머스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기도 했다. 단순히 앱에서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밀키트와 즉석식품, 간식 등의 판매로까지 범위를 넓혔다. 앞서 배민은 퀵커머스 서비스 ‘B마트’를 론칭하고, 지난해에는 전국의 다양한 먹거리를 산지에서 직접 배송하는 ‘전국 별미’ 서비스도 선보였다.

배달의민족 세계화를 목표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양 사는 2019년 12월 합병 발표 당시 50 대 50 지분 비율로 싱가포르에 합작회사(JV)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고 한국을 포함해 방글라데시·홍콩·일본·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 등 아시아 15개국에 진출하기로 한 바 있다. 합작회사의 이사회 의장 겸 대표이사는 김봉진 의장이 맡는다.

우아DH아시아 조인트벤처 경영 구조 (사진 = 우아한형제들)
우아DH아시아 조인트벤처 경영 구조 (사진 = 우아한형제들)

카카오는 국내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 인수를 다음 달 앞두고 있다. 오픈마켓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던 카카오는 지그재그를 인수하면서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을 넘어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라는 계획이다.

7월 1일 출범하는 합병 법인은 카카오 자회사로 편입되며, 대표는 크로키닷컴 서정훈 대표가 맡는다. 법인은 지그재그가 패션 분야에서 보유한 빅데이터와 카카오의 기술력‧사업 역량 등을 결합해 경쟁력 있는 사업 기반을 갖추고, 신규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간다는 목표다.

2015년 출시된 지그재그는 4,000곳 이상의 온라인 쇼핑몰과 패션 브랜드를 모아서 제공하는 모바일 서비스로, 2030 충성 고객을 확보해 올해 연 거래액 1조 원을 바라보고 있다.

저작권자 © K글로벌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