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민 ㈜넥스트랜스 대표이사
홍상민 ㈜넥스트랜스 대표이사

사람들은 늘 궁금증을 가지고 있으며,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상상을 하고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며 실험을 통해 증명도 한다. 때로 궁금증은 문제의식을 낳고, 문제의식을 느끼면서 실행력 있는 사람들은 솔루션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이전에는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 전혀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문제, 답답했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던 문제들을 해결하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내는데, 이를 ‘혁신’이라고 부른다.

혁신이란 ‘고객 가치를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혁신적인 솔루션을 만들었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검색 광고’라고 불리는 광고 모델을 만든 Overture의 창업자이며, Idealab을 운영하고 있는 빌 그로스(Bill Gross)는 창업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지만, 그중에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면 ‘타이밍(timing)’이라고 말한다.

혁신적 아이디어나 기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혁신적 아이디어나 기술을 꽃피우게 해주는 모든 여건이 무르익어야 하는데, 그것을 한마디로 말하면 ‘융합’이라고 할 수 있다.

테슬라 대표 일론 머스크 (사진 = Wikipedia)
테슬라 대표 일론 머스크 (사진 = Wikipedia)

 

▶ 30년 전 빌 게이츠의 시도를 2021년에 일론 머스크가 이루다

인공지능을 예로 들어보자.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은 1950년대에 ‘기계가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다면 기계도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혁신적인 연구를 시작한 이래 70여 년간 대단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미국의 과학자 마빈 민스키의 "다중 퍼셉트론의 학습 방법을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는 주장에 의해 인공지능 분야는 겨울을 맞이했다. 이후 사람처럼 반복 학습을 통해 오류를 최소화하는 방식의 러닝머신이 등장했고, 백프로퍼게이션(Backpropagation, 오차 역전파법) 방식으로 발전하면서 매우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게 됐다. 그 후 딥마인드의 등장으로 인공지능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고, 이는 컴퓨터 성능의 비약적 발전과 인터넷으로 인한 데이터 홍수, 수집 및 분석 능력의 폭발적 증가와 더불어 마침내 알파고가 등장하게 됐다.

최근 우주 인터넷, 즉 저궤도 위성을 이용하여 음영 지역,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 저개발 지역 등 현재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약 50%의 인구를 위한 위성 인터넷 서비스 추진에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이 서비스는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인터넷 서비스까지 대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일론 머스크의 자사 위성 인터넷 프로젝트인 ‘스타링크’는 2019년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4만 2,000개의 통신위성을 배치하는 것에 대해 허가를 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현재까지 지구 궤도에 1,700개의 저궤도 위성을 쏘아 올렸다. 스타링크는 향후 4만 2,000개의 위성을 모두 쏘아 지구 궤도에 올려 1Gbps 속도의 위성 인터넷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다소 황당하게 들리는 사업은 스타링크가 처음이 아니다. 1994년 기사를 검색해 보면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를 찾아볼 수 있다.

“통신 우주전쟁 시작됐다”

“빌 게이츠, 2001년까지 위성 840개 발사’”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동전화 맥코와 합작하여 텔레데식(Teledesic)이라는 합작사를 세웠다. 향후 90억 달러를 투입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이동전화는 물론이고 데이터와 비디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빌 게이츠의 이러한 시도는 처음이 아니었다.

모토로라는 이리듐 프로젝트를 통해 무려 34억 달러 규모의 66개 위성을 발사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은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고도 성공하지 못했다. 막대한 발사 비용, 안테나 기술, 추력기 기술, 인터넷 속도, 인터넷 활용도 등 여러 요인이 당시의 혁신적 시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요소와 기술들이 개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인터넷의 활성화로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인터넷은 우리 삶의 완전한 일부가 돼, 당시 혁신이었던 빌 게이츠 같은 시도를 하기에 30년 전에 비해서는 훨씬 적기라고 할 수 있다.

▶ 원격의료 역시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원격으로 진단하고, 심장 소생법(제세동, Cardiac resuscitation)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고안된 최초의 쌍방향 원격의료 시스템은 표준 전화 회선을 통해 작동한다. 이는 1989년에 미국 기업 메드폰(MedPhone)이 개발해 출시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이다.

하지만 여전히 상용화되지 못한 이유는 사회적이고 제도적인 이슈도 있지만, 기술적 융합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원인이 크다. 모니터링을 위한 진단 기기의 소형화 및 이동 가능성, 디스플레이의 해상도 및 가격, 쌍방향 소통 및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통신망, 서비스를 관리하기 위한 디지털 데이터 축적 및 자동화된 분석 등 여러 요인이 성숙해져야 하는데, 지난 30년간 이러한 기술들이 존재하지 않았거나 미성숙한 단계였기 때문에 융합이 어려웠다.

혁신이 단지 아이디어나 실험에서 벗어나 우리 삶에 침투해 유용한 것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양한 요소들과의 융합이 요구된다. 혁신의 성공은 각 요소의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이기 때문에, 여러 요소 중에 한 가지라도 작동하지 않는다면 전체가 작동하기 어렵다.

반면 빌 그로스가 언급한 것과 같이 타이밍이 혁신과 맞아떨어져 다른 기술이나 요소들의 융합이 이뤄진다면, 그 혁신은 폭발적으로 성장해 우리 삶에 안착하게 된다.

최근 로보틱스, 메타버스, 자율주행, 디지털 헬스케어 및 유전자 치료, 블록체인, 청정 에너지, 양자 컴퓨팅 등 다양한 혁신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것들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단순히 해당 혁신만 발전해서는 안 되며, 이를 완전하게 만들어줄 요소들의 융합이 일어나야 한다.

우리가 이러한 혁신들을 평가하고 투자하려고 한다면 그것이 가진 매력에 도취돼 매몰되기보다는 그 혁신이 가져올 고객 가치 창조를 위한 제반 요소들이 융합의 단계에 도달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우리는 혁신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미래 10~30년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을 뛰어넘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도 20~30년 전의 일들을 떠올려보면 ‘그때 우리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처럼 20~30년 후에는 이전의 변화보다 수십, 수백 배 더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직선적 사고로 인해 미래를 훨씬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 반도체, 통신, 제어, 컴퓨팅 파워, 인공지능 등의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해 융합하게 되면 기하급수적인 혁신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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