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훈 텔스타홈멜  회장
임병훈 텔스타홈멜 회장

디지털 트윈은 항공기 엔진을 개발하면서 정립된 개념이라고 한다. 다양하고 극단적인 환경 변화 속에서도 극도의 안정성 확보가 필요한 항공기 특성상 개발 과정에서수많은 실험을 해야 했고, 당연히 그만큼 제품 개발 기간이 길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은 끝없이 가상 시뮬레이션 방법을 강구했고, 결국 3차원 가상 형상물에 동작 모션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되면서 비용과 기간을 획기적으로 혁신시켰다. 가상 환경에서 실험을 먼저 수없이 해보고 나서 실제 실험을 통해 결과를 확인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항공 사고에 대한 원인을 훨씬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게 되면서 실패를 오히려 기술 혁신 기회로 바꿀 수 있었다. 지금은 모든 산업에서 대형 공장 건설이나 신제품 개발 때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대표적 수단이 되었고,스마트시티 등 거대한 프로젝트도 먼저 디지털 트윈으로 다양한 미래 모습을 상상하여 담아보고 검증한 후 건설을 시작하고 있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디지털 트윈과 사이버 물리 시스템과의 융합... 가상 현실 시스템의 탄생 

이렇게 사전 시뮬레이션을 하는 게 목적이던 디지털 트윈이 IoT와 5G 등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덕분에 사이버 물리 시스템(CPS: Cyber-Physical System)과 융합되며 가상 현실 시스템으로 거듭났다. 3D 가상 시뮬레이션 형상물에 불과했던 디지털 트윈이 원격 제어 통신 기술(CPS)로 실물과 연동할 수 있게 되면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변신한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증강 현실(AR: Augmented Reality)과 가상 현실(VR: Virtual Reality), 확장 현실(XR: eXtended Reality) 그리고 음성이나 시각 등 인간의 오감을 입혀가는 AI 기술이 더해지면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공상 과학 영화 같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가상과 현실 세계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는 요즘, 다양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오고 있는 수많은 로봇이 먼훗날에 자기들의 조상은 디지털 트윈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미국 회사 GE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 비즈니스 플랫폼 프레딕스를 개발해 항공기 엔진 제조 기업에서 제조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났다. 지구를 돌고 있는 자사 항공기 엔진의 실시간 정보를 수집해 고객이 항상 안전하고 최적의 상태로 운항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지금은 미국의 IBM, 일본의 산업용 로봇 기업 화낙 등 세계적 전통 제조 기업들 모두 같은 목적의 자사 고유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해 "기업은 제품이 아닌 서비스를 팔아야 한다"는 경영학 구루 피터 드러커의 가르침을 따르며 성장하고 있다. 수년 전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도 취임 일성으로 ‘자동차 제조 기업이 아닌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을 선언하며 자동차 산업을 재정의함으로써 글로벌 혁신 리더가 되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입은 스마트 팩토리가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들도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로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필자의 회사 텔스타홈멜도 장비 제조업에서 스마트 팩토리 구축 및 위탁 경영 서비스 기업으로의 대변신을 시도하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텔스타가 추구하는 목표는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한 스스로 진화하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이다. 이 목표를 가지고 현재 두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중 하나는 경북 경주에 소재한 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이다.

우리는 2년여 기간 동안 로봇 등 자동화 설비와 품질 설비 그리고 각종 IoT 디바이스를 설치하여 모든 정보를 디지털화했고,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 LINK5 MOS를 구축했다. 그 후 디지털 트윈을 만들기 시작해서 지금은 경기 평택 본사의 엔지니어가 경주 공장 가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필요시 원격 지원을 하고 있다. ‘선 스마트 팩토리 구축 후 디지털 트윈 제작’이라는 역발상으로 현장 기술과 경험을 살려 디지털 트윈을 구축한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디지털 트윈은 향후 신공장 건설 시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약시켜줄 것이고, 두 공장이 함께 가동되기 시작하면 디지털 트윈을 통해 각종 비교 데이터가 축적되며 상호 혁신으로 이어져 스스로 진화되는 스마트 팩토리가 될 것이다. 제품 개발 기술로 시작된 디지털 트윈을 활용 기술로 바꿔 지속 혁신 플랫폼화한 것이다.

또 다른 프로젝트는 화장품 제조 기업을 맞춤형 화장품 제조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 시키기 위하여 디지털 트윈 기반의 CGMP(Cosmetic Good Manufacturing Practice)를 구축하고 있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대한민국은 이미 선진국이고 고령화 사회다. 노동 인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전통 제조 기업들은 젊은 인력을 구하지 못해서 난리이고, 정부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쉽지 않다.

청년들의 입장에서는 단순 반복하는 작업은 3D 업종이 아닐지라도 더 이상 일자리가 아니라고 하고, 정부와 전통 제조 기업 경영자들은 그걸 일자리 창출이라고 우기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그런 공정의 중소기업 현장에 가보면 오너나 작업자 모두 어쩔 수 없이 서로 희생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 충분히 알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3D 업무는 물론이고 단순 반복 업무는 무조건 자동화시켜야 한다. 자동화나 스마트화가 일자리를 줄인다는 논리가 많지만 실제로는 인력 재배치 효과가 대부분일 뿐이고, 오히려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과정이다. 

궁극적으로 제조 기업을 제조 서비스 기업으로 변화시켜 수단 제공자인 작업자를 가치 창출자인 지식 근로자로 변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제조 서비스 기업으로의 전환은 공급자 마켓 경제에서는 불가능했지만, 수요자 마켓 경제에서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차피 가야할 길이다. 이는 경험이 많은 시니어와 감성이 풍부한 여성들이 산업 현장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빅데이터 경제에서 자동화 시스템은 최고의 데이터 생성기이기 때문에 국가나 기업 모두 효율적인 투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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