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2050년까지 '수소사회' 실현을 위한 청사진 수립
- '호주 갈탄 프로젝트' 등 미래 수요를 고려한 공급체계 구축 노력 전개
- 한국 기업도 미래 수소 생태계 구축 활발

전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에 주목하는 가운데 일본이 '수소사회' 실현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2050년까지 수소사회 구현을 목표로 수소의 생산부터 사용까지 전 단계에서 관련 기술 개발, 인프라 구축, 국제공조 등 활발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호주의 저품질 석탄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일본으로 수송하는 '호주 갈탄 프로젝트'를 비롯해 미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수소 공급체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도요타의 '미라이', 혼다의 '클래리티' 등 수소 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 모빌리티 혁신에도 주목할 만하다. 아직까지 보급량이 많지 않은 수준이지만, 수소스테이션 등 관련 인프라 보급과 더불어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

▶ 일본, 2050 수소사회 실현 비전

일본 정부는 2017년 4월 ‘제1회 신재생에너지·수소 등 관계 각료회의’를 열고, 같은 해 12월 ‘수소 기본전략’을 발표하며 수소사회 실현을 위한 청사진을 수립했다.

특히 일본은 수소 수요를 고려해 해외 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에 걸쳐 진행된 호주 갈탄 수소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갈탄은 수분이나 불순물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품질이 낮은 석탄이다. 갈탄에서 수소를 포함한 가스를 만들고, 이를 액화해 일본에서 호주까지 약 9,000km에 걸쳐 대량수송하고, 액화수소를 하역할 수 있는 기술을 실증실험하는 내용이다.

2020년 6월에는 일본 고베시의 액화수소 수입기지가 완성됐다. 가와사키중공업의 액화수소 운반선을 활용해 호주에서 제조한 수소를 일본으로 수송하고, 고베시의 수입기지에 하역하는 내용의 실증사업이 연내 개시될 전망이다. 향후 실증실험을 거쳐 고베시의 수입기지에서 일본 내 각지로 수소를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료전지자동차(FCV), 친환경 시대 모빌리티의 '미래'

일본의 수소사회 실현 계획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는 바로 연료전지자동차(FCV, Fuel Cell Vehicle)다. 연료전지자동차는 연료전지로 전기를 생산해 자동차를 구동하는 전기차의 일종이다. 자동차의 심장부인 내연기관(ICE, Internal Combustion Engine)을 연료전지로 대체하며, 파워트레인에서 수소와 산소로 물을 만들 때 발생하는 전기를 활용해 구동모터를 움직이는 원리다. 일반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200km인데 비해 연료전지자동차는 400~600km를 주행할 수 있어 전기차의 한계를 보완했다고 평가된다.

일본은 한국과 함께 연료전지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다. 도요타가 미라이(MIRAI, 2014년 출시)를, 혼다가 클래리티(Clariy Fuel Cell, 2016년 출시)를 내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도요타 '미라이' 외관 사진 (자료 = 도요타 자동차 홈페이지)
도요타 '미라이' 외관 사진 (자료 = 도요타 자동차 홈페이지)

연료전지자동차 보급을 위해서는 기술개발 및 양산에 소요되는 비용절감이 필수적이다. 완성차메이커 각 사들은 전기차(EV), 하이브리드차(HV) 등 여타 친환경자동차와 부품(PCU, 모터, 배터리)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연료전지(FC) 스택을 개선하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양산기술을 개발하는 등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OEM 간 제휴도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일본 동향을 보면 혼다는 GM과, 도요타는 BMW와 연료전지 시스템 기술개발 및 양산을 위한 업무제휴를 맺었다.

도쿄 시내를 누비는 연료전지 버스 '소라(SORA)'

연료전지를 활용한 버스도 등장했다. 도요타는 2018년 3월 연료전지 버스인 소라(SORA) 판매를 개시했다. 소라는 일반버스와 비슷한 크기로, 1회 수소충전 시 약 200km를 주행할 수 있다. 가격은 1대당 1억 엔 수준. 일반버스의 연료인 경유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주행 시 이산화탄소(CO2) 배출이 없고, 비상시에는 외부전원공급이 가능하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도쿄도가 운영하는 도에이버스에 선제적으로 도요타의 연료전지 버스가 도입된 후, 2019년 2월에는 게이큐버스가 민간사업자로서는 최초로 연료전지 버스를 노선에 투입하는 등 활용사례가 축적되고 있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연료전지자동차 보급을 위한 과제

하지만 일본의 수소사회 구현 비전에도 불구하고, 연료전지자동차 각 모델의 연간 판매대수는 아직까지 수천 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가 및 지자체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가격면에서는 경쟁력이 있지만 충전이 과제로 꼽힌다.

연료전지자동차 충전을 위해서는 수소스테이션에 방문해야 하는데, 1회 충전에 소요되는 시간은 3분 정도로 전기차에 비해 짧지만, 수소스테이션 인프라가 아직은 미비한 상태다.

이에 일본 정부는 수소·연료전지 전략 로드맵(2016년 3월)에 근거해 2030년까지 연료전지자동차 80만 대 보급을 위해 2030년까지 수소스테이션을 900여 개 이상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수소스테이션 설치를 위해서는 민관 협력이 필수적이다. 일본은 2018년 2월에 세계 최초로 수소스테이션 정비를 위해 자동차회사, 인프라사업자, 금융투자 등이 연계하는 형태의 ‘일본 수소스테이션 네트워크 유한책임회사(JHyM)’을 설립하는 등 민관협력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JHyM에 따르면, 2020년10월 기준 일본 전국의 수소스테이션은 135개다. 한국은 2019년 기준 34개의 수소스테이션을 갖추고 있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한국도 미래 수소 생태계 청사진 제시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기, 한국 정부와 기업들도 수소사회 청사진 그리기에 한창이다. 

2019년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대, 수소충전소 1200개소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가운데 주요 기업들도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수소차 생산부터 판매를 비롯해 관련 제반 구축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청정 에너지로 평가받는 수소를 활용해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가속화하고, 나아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겠다는 비전이다.

SK도 수소사회 건설에 뛰어들었다. SK는 최근 에너지 관련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SK E&S 등의 전문 인력 20여 명으로 구성된 ‘수소 사업 추진단’을 신설했다. 이 추진단은 수소 생산부터 유통까지 풀체인을 구축해 수소 사업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산, 한화, 효성, 포스코 등도 수소경제에 주목하고, 관련 로드맵 마련에 분주하다.

일본 관계기업의 담당자는 "수소에 대한 기술분야뿐 아니라, 사회 인프라 측면에서도 한일 간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는 수소 에너지 활용을 위해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례도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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