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 경제학 박사<br>
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 경제학 박사

1990년부터 2019년까지 지난 30년간 UNCTAD(유엔무역개발협의회) 통계 기준, 글로벌 FDI(외국인직접투자)는 연평균 7.2% 규모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세계 GDP(연평균 4.7%)와 수출(연평균 6.0%)도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였는데, 이를 통해 지난 30년간 장기적 관점에서 세계화가 진전되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30년간 글로벌 FDI, 수출, GDP 추이 (출처 = UNCATD 통계를 필자가 재구성)
최근 30년간 글로벌 FDI, 수출, GDP 추이 (출처 = UNCATD 통계를 필자가 재구성)

특히 1990년부터 1999년까지 10년 동안의 글로벌 FDI 연평균 증가율이 20.2%에 달할 정도로 다국적 기업들은 빠른 속도로 국경을 넘어 해외 진출을 확대했다.

이는 동일 기간 전세계 GDP(연평균 4.0%)와 수출(연평균 5.6%)의 연평균 성장률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었다. 이처럼 높은 성장세의 주요 요인으로 GVC(글로벌가치사슬)의 확대를 꼽을 수 있다.

당시 GVC는 생산 효율성 제고를 위해 여러 국가에 걸쳐 넓게 분산되었으며, 이로 인해 세계 경제의 상호 의존성은 지속 심화되었다.

한편, 2000년에서 2009년 사이 10년간 글로벌 FDI의 연평균 규모는 약 1.1조 달러로 이전 10년 평균 0.4조 달러 대비 175% 증가했다. 그런데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글로벌 FDI 연평균 규모는 약 1.6조 달러로 증가세가 현저히 감소(175%→47.5%)했다.

글로벌 수출의 경우에도 글로벌 FDI와 같이 유사한 성장률의 감소세(118.7%→76.5%)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동일 기간 글로벌 GDP가 일정한 성장세(63.1%→66.5%)를 유지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글로벌 GDP가 성장세를 유지한 2010~2019년 사이 글로벌 FDI와 수출의 증가세는 현저히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FDI와 수출이 세계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30년간 글로벌 FDI, GDP, 수출 규모(연평균) (출처 = UNCATD 통계를 필자가 재구성)
최근 30년간 글로벌 FDI, GDP, 수출 규모(연평균) (출처 = UNCATD 통계를 필자가 재구성)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극적 전환점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전후로 글로벌 FDI와 수출 그리고 GDP 또한 급격히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전·후 글로벌 FDI, GDP, 수출 추이 (출처 = UNCATD 통계를 필자가 재구성)
글로벌 금융 위기 전·후 글로벌 FDI, GDP, 수출 추이 (출처 = UNCATD 통계를 필자가 재구성)

▶ 무형자산 투자의 증가, 물리적 자산 의존성 감소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 계열의 ‘FDI Markets’에 따르면 지난 2003년 기준 전 세계 그린필드 FDI 프로젝트에서 기술 부문의 비중은 10.5%였던 반면, 2019년 18.3%로 증가했다. 글로벌 투자의 무게중심추가 GVC 관련 설비투자에서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과 전자상거래와 같은 무형화된 자산 투자로 변화했다.

이러한 무형자산 투자증가 트렌드는 위에서 살펴본 글로벌 FDI와 수출의 증가세 감소 현상을 설명해 줄 수 있다. 바로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물리적 자산(Physical Assets)에 대한 의존성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 이후 글로벌 서비스 수출과 로열티 및 라이선스로 인한 수수료가 증가하는 반면, 글로벌 FDI와 상품 수출은 정체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로 UNCTAD에 따르면 2010년 100대 다국적 기업 중 단 4개였던 '자산 경량화(Asset Light)' 기술 기업이 2019년 말에는 15개로 증가했다.

▶ 제조업 투자의 상대적 감소, 서비스업 투자의 비중 증가 

GVC 집약적 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전환은 이러한 추세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FDI Markets에 의하면 2003년 전 세계 그린필드 FDI 프로젝트에서 제조업이 37.8%의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서비스업 비중은 12% 수준이었다. FDI Markets은 2019년 그린필드 FDI 프로젝트에서 서비스업이 제조업보다 2.3% 큰 비중을 점유했다고 발표했다.

서비스업 비중 증가의 다른 예로 전자상거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를 지원하는 물류 인프라 투자증가를 들 수 있다. FDI Markets에 따르면 물류·유통 부문에 대한 그린필드 FDI 규모가 지난 10년 동안 거의 두 배로 증가해 2019년에 735억 달러에 달했다.

주요 산업별 투자 비중 변화 (출처 = FDI Intelligence, The recent history of global investment (Dec 15, 2020))
주요 산업별 투자 비중 변화 (출처 = FDI Intelligence, The recent history of global investment (Dec 15, 2020))

▶ 석탄·석유·가스 부문↓ 그린 경제 전환 증가

최근의 글로벌 투자 트렌드 변화는 특히, 화석 연료에서 탈출하는 중요한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FDI Markets’에 의하면 2003년 석탄, 석유 및 가스 부문에 대한 글로벌 그린필드 FDI는 2,354억 달러 규모로 전 세계 그린필드 투자 총액의 거의 1/3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석탄, 석유 및 가스 부문의 총 그린필드 투자는 전체의 14.2% 규모로 감소했다.

한편, 신재생 에너지 부문의 그린필드 FDI에 대한 전 세계 자본 지출 비중은 2003년 1%에서 2019년 12.2% 이상으로 증가했다. 2019년에 외국인 투자자가 발표 한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는 559건으로 2010년에 발표된 수치의 두 배 이상이라고 한다.

▶ 지리적 변화, 주요 투자국이 된 중국 

FDI는 산업 전반에 큰 변화가 있었지만, 투자국과 투자유치국의 지형에도 변화가 발생했다. 이러한 지형의 변화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뿐만 아니라 이라크 전쟁, 아랍의 봄, 브렉시트에 이르는 다양한 사건들이 기업의 관점을 변화시키고 결과적으로 FDI 트렌드의 변화로 이어졌다.

FDI Markets 데이터에 따르면 2004년 중국이 발표한 그린필드 FDI 프로젝트는 95개에 불과했으나 2018년 889개로 증가했다. 이는 중국의 글로벌 인프라 프로젝트인 일대일로(The Belt and Road)의 영향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중국은 2003년과 2008년 사이에 그린필드 FDI 프로젝트를 위한 세계 최고의 목적지 시장으로 전 세계 그린필드 FDI 총액의 10% 이상을 유치했으나 2017년 이후 5% 미만으로 비중이 감소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고조된 미·중 무역분쟁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국이 투자유치국에서 주요 투자국으로 변화하고 있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투자 트렌드

2020년 글로벌 FDI에 대한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미 UNCTAD는 지난 10월 발간된 ’인베스트 트렌드 모니터(Invest Trend Monitor, #36)’에서 2000년 글로벌 FDI 규모가 전년 대비 30~4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2021년에도 5~10% 추가 감소하고, 2022년이 되어야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2021년 그리고 그 이후 글로벌 FDI는 대략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측된다.

첫째, GVC 약화와 RVC 강화 코로나19를 경험한 다국적기업들의 공급망 단축을 통한 리스크 감소 본격화로 가치사슬의 리쇼어링(Reshoring)과 니어쇼어링(Nearshoring)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대형 설비투자는 감소하고 서비스업 투자 증가가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대규모 그린필드 투자 대상인 화공·자동차·전기·전자 분야의 투자 감소가 전망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서비스업 분야로의 투자 전환 트렌드는 지속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안전지향·지역시장 추구형 투자가 확대된다. 2020년 안전지향·지역시장 추구형 투자경향을 반영한 미국내, 유럽내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니어쇼어링에 의한 RVC 강화 전망과 맞물려 RCEP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팬데믹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 아무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힘들지만 가보지 않은 길을 우리는 걸어야만 한다. 전환기, 글로벌 FDI 트렌드 변화 흐름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이에 따른 과제 및 기회의 정확한 포착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본 칼럼은 영국 Financial Times 계열의 ‘FDI Markets’에 실린 ‘The recent history of global investment–a data perspective(Dec. 15, 2020)'를 참고하여 작성한 글임을 밝힌다. 

저작권자 © K글로벌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