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경제학 박사
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경제학 박사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GVC(글로벌 가치 사슬)의 급속한 성장과 침체를 목격했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은 수요, 공급 및 각국 정책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으며 특히 FDI(외국인직접투자)와 GVC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GVC와 FDI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 이에 관한 질문에 UNCTAD(유엔무역개발협의회)의 시니어 디렉터이며 WIR(World Investment Report) 편집장인 제임스 잔(James Zhan)의 전망을 소개한다.

2030년까지 향후 10년은 GVC가 변화하며 글로벌 무역과 투자 환경을 재편하는 기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많은 GVC의 전체적인 혼란과 글로벌 FDI의 후퇴(감소)가 2021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FDI의 반등은 U자 모양의 회복세를 보이며 2022년에나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장기화는 팬데믹 이전에 이미 출현하기 시작한 몇몇 문제를 촉진·확대시키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투자와 개발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코로나19가 당장 종식되지 않을지라도, 코로나19의 종식 시점과 관계없이, FDI의 지속 가능한 회복을 고려할 때 투자 촉진(promotion)·유치 전략의 재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 글로벌 무역의 핵심, GVC 재편의 다섯 가지 동력은?

아래의 다섯 가지 동력이 글로벌 무역과 투자 환경을 재편할 것으로 본다.

첫째, 경제 거버넌스의 재편성(realignment)·분열(fragmentation) 촉진이다. 국제 무역 및 투자 정책 결정이 다자간 협력에서 지역 및 양자 간으로 이동하며, 자국 보호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무역‧투자‧기술 부문에서 경제 세력 간의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경제 거버넌스에서 글로벌 시스템의 분열이 광범위하게 발생할 수 있다.

둘째, 4차 산업혁명(new industrial revolution) 가속화다. 로봇 기반 자동화, 향상된 공급망 디지털화, 사물 인터넷 및 3D 프린팅(additive manufacturing) 등이 새로운 비즈니스 부문과 새로운 운영 방식을 통해 해외 투자를 촉진할 것이다.

셋째,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필수(imperative)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시장과 정부도 이제 생산과 프로세스에서 ‘지속 가능성’을 주류 트렌드로 인식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있다. UN의 ‘지속 가능 발전 목표(SDGs)’는 자금의 원천, 부문별 분포(투자 비율) 및 투자 지역 선정 등 지리적 측면에서 글로벌 FDI의 패턴을 변화시킬 것이다.

넷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accountability) 강조한다. 부패, 불법 결제, 탈세, 반(反)경쟁 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과 더불어 환경, 사회 그리고 거버넌스 관련 새로운 표준은 다국적 기업의 운영 방식과 거버넌스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다섯째, 복원력 중심(지향) 구조조정(resilience-oriented restructuring)이 본격화될 것이다. 팬데믹에 의한 혼란과 가중되는 지정학적 경쟁은 다국적 기업이 공급망을 보다 충격에 강하고, 해외의 자원에 덜 의존하도록 다각화하며 리쇼어링(re-shoring) 또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이상의 다섯 가지 동력이 향후 10년간의 GVC 재편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섯 가지 동력은 지리적 결정과 업무 수행 방식, 부가가치를 분배하는 방식, 가치 사슬 참여자 간 업무 수행 방식 등 GVC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방식을 산업 전반에 걸쳐 근본적으로 변경시킬 것이다. 결론적으로 다섯 가지 동력이 경제 성장, 고용 창출 그리고 지속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글로벌 투자 패턴이 변경될 것이다.

▶ GVC·FDI의 미래 트렌드 전망은?

앞에서 살펴본 다섯 가지 GVC 재편 동력을 고려해, 2030년까지 GVC와 FDI의 6가지 미래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다.

첫째, GVC에서 RVC(지역 가치 사슬), Sub-RVC로 이동이다. 글로벌 효율성 추구형 FDI에서 지역 시장 추구형 FDI를 선호하는 흐름이 강화될 것이다. 또한 복원력 구축 및 국가 안보를 중시하는 경향으로 GVC는 여러 지리적 위치에서 더 많은 중복성을 초래하며 다양화될 것이다.

둘째, 개별(individual) 지역으로의 부가가치가 집중될 것이다. 대량 생산 및 규모의 경제에서 3D 프린팅 기술과 같은 소규모 분산 제조를 통해 가능해진 대량 맞춤화로의 전환으로 개별·특정 지역으로 부가가치는 더욱 집중될 것이다.

셋째, 더욱 단축되고, 파편(분산)화가 감소되는 제조업 가치 사슬이 나타난다. 제조업 분야에서 해외에 폭넓게 분포되었던 GVC가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GVC 중간 제품의 글로벌 무역 감소, 최종 제품의 무역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넷째, 더욱 파편화된 서비스 가치 사슬의 급속한 성장을 예측한다. 상대적으로 서비스 분야에서는 더욱 많은 오프쇼어링을 통해 더욱 많은 서비스 FDI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것은 4차 산업혁명에 의해 효과적으로 추진될 것이지만 보호주의의 증가로 다소 방해를 받기도 할 것이다.

다섯째, 기술 다국적 기업에 의한 플랫폼 중심의 가치 사슬 거버넌스 증가할 것이다. 자산 경량(디지털 자산)화 비즈니스 모델 확산으로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확대되며, 국경 간 운영의 비공정성이 확대될 수 있다.

여섯째, 그린경제 분야의 FDI 증가를 예측할 수 있다. 보다 지속 가능한 인프라 중심, 공공 서비스 중심의 FDI와 함께 SDGs 달성을 위한 글로벌 추진으로 그린경제 분야 FDI가 촉진될 것이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 새로운 투자 촉진 전략,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앞서 강조한 다섯 가지 주요 동력은 규범, 전략, 규칙 및 규정, 행정 관행 측면에서 글로벌 투자 정책과 비즈니스 생태계를 재구성할 것이다. 2020년대에 글로벌 무역 및 투자 정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명확한 해답은 아직 없지만, 정책 방향에 대한 새로운 두 갈래 트렌드가 등장하고 있다.

우리는 향후 10년간 ‘탈세계화(deglobalisation)’ 와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주류화’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그런데 두 가지 트렌드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성격을 보유하고 있다. ‘탈세계화’는 글로벌 시장의 분열과 다자주의의 후퇴로 이어지는 반면, ‘지속 가능성 주류화’는 글로벌 표준의 확립, 글로벌 거버넌스 및 글로벌 파트너십의 수립에 의존한다

글로벌 FDI 트렌드 전망에 따른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투자 촉진 전략이 요구된다. 향후 투자 정책 및 홍보 전략 방향 변경에는 아래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지역 생산에 기반한 수출 주도 전략을 확대해야 한다. 지역 시장 및 지역 산업 클러스터링을 위한 생산 투자 확대에 기반한 수출 주도 전략 확대가 중요하다. 

둘째, 다각화된 투자 유치 전략 수립 및 이행에 집중해야 한다. GVC의 유연성(flexibility)과 복원력(resilience)에 기반한 다각화된(diversified) 투자 유치 전략을 준비해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그린경제 투자 유치 전략 추진을 강화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인프라 및 공공 서비스 분야 중심의 그린경제 투자 유치 전략 추진을 강화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지난 20년 동안 대다수 개발도상국의 개발 및 산업화 전략의 핵심은 수출 지향적 제조 투자 촉진이었다. 생산, 자원, 저비용 노동 측면을 활용하기 위한 투자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러한 투자는 감소하는 추세이다.

향후 10년은 이제까지 살펴본 자국 또는 지역 수요 기반, 서비스 가치 사슬, 공공 서비스 및 인프라 중심의 그린경제 분야 등이 새로운 GVC와 FDI의 진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이 칼럼에는 필자의 주관적 해석과 많은 의역이 첨가되었음을 밝힌다. 제임스 잔(James Zhan)의 원문을 보고 싶은 독자는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 계열의 <FDI Markets>에 실린 ‘The future of FDI: drivers and directions to 2030’(Dec. 23, 2020)를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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