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세계김치연구소 중소기업지원실  선임연구원 
김재환 세계김치연구소 중소기업지원실 선임연구원 

올해 초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확산됐던 중국의 비위생적인 배추 절임 영상을 접한 이들은 자신이 식당에서 아무런 의심 없이 먹었던 김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영상이 발단이 되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국산 김치만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김치 전체를 기피하는 김치 포비아로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부터 값싼 수입산 김치를 국산 김치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것을 막고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호하면서 국산 김치 사용을 장려하고자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국산 김치 자율 표시제'를 도입했다. (사)대한민국김치협회 등 민간단체가 주축이 되어 100% 국산 재료로 만든 김치를 생산업체로부터 공급받아 사용하거나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업체를 인증해 주는 제도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외식업체에서는 각종 위생 우려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중국산 수입 김치나 중국산 고춧가루 등 수입 부재료를 활용해 국내에서 만든 김치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식당에서 100% 국산 재료로 담근 김치를 만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인 것일까? 다시 말해 식당에서 중국산 김치를 국산 김치로 대체하기 위해서 우리 김치의 절대 가격을 중국산 김치만큼 낮추는 것은 불가한 일인가? 물론 절대적 가격 차이는 일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외식 경영주가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해법을 찾는 것이 현재 우리 김치산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먼저 고춧가루, 소금, 젓갈 등 김치 부재료 산업을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김치의 부재료는 김치 제조원가의 1/3 수준을 차지하기 때문에 100% 국산으로 담근 김치의 가격경쟁력 개선을 위한 핵심 아이템이다. 특히 2~3배에 이르는 국산과 중국산 고춧가루 가격 차이는 김치 제조업체로 하여금 국산 부재료를 선택하기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농촌 고령화와 일손 부족으로 고추 재배 면적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으며, 천일염 생산 현장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영세한 김치 제조용 젓갈 생산 기반과 수작업 중심인 김치 제조 공정으로 인해 김치 가격을 낮추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이러한 김치 산업 생태계 전반의 생산성 향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열악한 부재료 산업 진흥과 생산 현장 자동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100% 국산 재료로 담근 김치가 가격경쟁력을 얻기 위해서는 고춧가루를 비롯한 김치 부재료 관점에서의 관련 부처의 이해와 지원이 절실하다. 또한 김치 양념 속 넣기 자동화 장치의 개발과 같이 김치 제조 공정의 스마트화도 촉진해야 할 과제이다. 이처럼 생산 현장에서 다각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김치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외식 경영주가 요구하는 수준의 가격을 답보할 수 있다.

그러나 제조 현장만의 노력으로 중국산 김치를 국산 김치로 완전히 바꾸기는 쉽지 않다. 김치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외식 경영주와 소비자들의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요구되는 이유이다. 실제 식당에서 제공되는 김치 한 접시를 100% 국산 김치로 바꾸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은 동전 수준에 불과하다. 적은 노력만으로도 김치 종주국의 자존심도 살리고, 위생 우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수입산 김치의 위생 문제가 다시 부각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김치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을 위한 노력을 통해 모두가 안심하고 식당에서 맛있는 우리 김치를 맛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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