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응수 세계김치연구소<br>책임연구원
한응수 세계김치연구소
책임연구원

흙구덩이 속에서 굴삭기를 이용한 배추 절임과 식중독균 검출 등 김치 위생에 대한 충격적인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은 수입 김치를 거부하고 있다. 국내 김치 산업은 이번 사태를 통해 수입 김치가 더는 우리 식탁 위에 자리 잡지 못하도록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국산 김치가 중국산 김치에 비해 2~4배가량 비싼 탓에 외·급식업소에서 국산 김치를 구입하여 내놓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에 국산 김치의 품질은 유지하면서도 가격은 수입 김치의 1.5배 수준으로 식당에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수한 품질의 국산 김치, 인건비 상승으로 가격 인상 

한국에서 재배한 배추는 국산 김치 경쟁력의 원천이다. 고춧가루, 마늘, 파 등 양념으로 사용되는 채소는 품목별로 가격과 품질이 다르다. 한국산 배추에 저렴하고 품질 좋은 양념을 사용하면 좋은 김치를 생산할 수 있다. 봄배추를 장기 저장하는 기술을 통해 여름에도 배추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밭농업 직불제의 시행으로 양념의 원료도 적정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인건비다. 김치는 제조 원가 중 인건비의 비중이 25% 수준으로 타 산업에 비해 높은 편이라서 김치 제조업체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김치를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4차 산업 기술을 적용한 지능형 자동화 김치공장을 가동하면 인건비를 식품산업 평균인 7%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지능형 자동화 김치공장의 해법은 미곡종합처리장(rice processing complex, RPC)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은 200여 개의 RPC 덕분에 국민 누구나 양질의 쌀을 부담 없이 구입하여 쌀밥을 먹고 있으나, 이전에는 전국 3,000여 개의 방앗간에서 쌀방아를 찧었기 때문에 쌀의 품질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정부에서 국민 누구나 양질의 쌀을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벼의 수매, 건조, 저장, 도정, 포장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일관 처리 시스템을 설계해 한국식품연구원에서 관련 기술을 개발했다. 정부는 절대농지에 RPC를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여 투자 비용을 줄였고 논농업 직불제를 통해 벼농사를 도왔다. 그 결과 쌀값은 안정되었고 국민 누구나 언제든지 맛있는 쌀밥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치산업 현대화가 시급, 스마트 김치공장 연다

쌀밥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이제는 정부와 관련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김치를 해결할 차례이다. 정부는 김치산업 현대화 계획을 수립하고, 세계김치연구소는 스마트김치공장(smart kimchi processing complex, SKPC)을 4차산업 기술(AI, Robot, IoT, Big data)을 적용한 지능형 자동화 모델(Intelligent Automation)로 개발하며, 농협 등 민간 기업은 김치공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국민 모두가 품질 좋은 김치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스마트 김치공장 (사진 = 세계김치연구소)
스마트 김치공장 (사진 = 세계김치연구소)

전국에 100개의 SKPC가 가동되면 수입 김치와의 경쟁력이 확보되므로 수입 김치의 대부분을 대체하고 수출도 증가하게 된다. 또한 자동화된 스마트공장이므로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인 선진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김치를 먹을지 말지를 고민하게 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김치는 단순 먹거리를 넘어 한민족의 문화를 대표하는 음식 아닌가. 국가의 투자가 절실하다.

한응수 칼럼리스트 소개

2011. 2.~현재 세계김치연구소 책임연구원

2007. 3.~2011. 2. 농협식품안전연구원 연구개발부장

1991. 3.~2007. 2. 농협대학 식품제조과 교수

1984. 7.~1991. 2. 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주임연구원

서울대학교 식품공학 농학사, 농학석사,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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