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가 6월 9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택배 배달원의 파업 문제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상황이 다른 것 같다. 택배기사들은 택배사가 최근 큰 폭의 표준 배송비를 인상했는데, 요금의 증가분이 배달기사에게 지급하는 비용에 반영되지 않고 고스란히 택배사의 이익으로 귀결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년 6월 일본 최대 택배회사인 야마토운수는 파트타임을 포함해 종업원 22만 명에게 1인당 최대 5만 엔의 위로금을 지급했고, 그 총액이 70억 엔에 달했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택배 물량의 처리에 대해 회사가 보상 성격으로 지급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야마토운수는 2020년 사상 처음으로 20억 개의 택배를 성공적으로 배달했다. 야마토운수는 20억 개를 배달하면서 배송 지연, 파업 등의 문제가 없었으니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직접 고용이 아닌 특수 고용 노동자가 일하는 한국 택배업 

한국 택배업은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들과는 달리 택배회사가 배달기사를 고용하지 않는 구조로 성장해 왔다. 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한다고 하는 C사의 경우 차량도 본인들 소유가 아니고, 배달기사들은 직원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표준화된 서비스 체계를 만들 수 없고, 배송 품질은 일정할 수 없다. 우리나라 택배회사들의 서비스가 단순한 '1~2일 배송'이라는 한 가지로 20년째 유지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커머스 성장에 따라 더욱 부각되는 리버스 로지스틱스, 즉 반품 처리 물류가 후진국 수준인 이유도 특수 고용 노동자로 운영되는 국내 택배회사들의 구조적 한계에 기인한다. 고객이 지불하는 택배 비용은 택배회사 본사, 대리점, 배달기사 등이 나눠갖게 되는데, 반품 수거의 경우에는 계약은 A대리점이 하고 반품은 전국에서 수거해야 하니 이해가 상충한다. 간략한 예를 들었지만, 이러한 한국의 택배사 사업 구조 덕분에 우리는 C사, L사 등의 택배를 집 근처 대리점에서 손쉽게 발송할 수 없는 것이다.

일부 아파트에서 택배 차량의 지상 진입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갈등 문제도, 택배사가 배송기사를 고용하고 있지 않으므로 책임을 회피하고 정부가 나서서 중재를 하는 이상한 모습이 보이는 것도 다 같은 문제다.

차량의 교체로 인해 1회 적재할 수 있는 박스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배송기사의 수입이 줄어들거나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문제는 직접 고용 택배사업 모델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직접 고용 모델에서 그러한 문제가 생기면, 택배사는 요금을 올리고 전체적으로 차량 교체나 서비스 수준에 대한 기준을 변경하게 될 것이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한국 택배업 구조의 변화 필요... '라스트 마일'을 선택하는 기업 늘어날 것

이러한 한국의 택배업 구조는 대기업 택배사들의 택배 노동자들에 대한 슈퍼 갑(甲)의 지위 덕분에 과로사로 많은 배달기사들이 죽어도 또 다른 신규 창업자가 대체하면서 유지되어왔다. 하지만 사회가 변화하면서 이제는 기존 방식으로 유지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대한 택배사의 유일한 대안은 큰 폭의 요금 인상뿐이다. 위에서 언급한 야마토운수는 노동 공급 급감과 급증하는 택배량에 대한 대처로 2017년 택배 물량을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시작했고, 많은 대형 고객사를 스스로 포기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택배비를 이례적으로 큰 폭으로 인상한 것이다. 그리고 야간 배송 등을 위해 배송원을 그해 약 1만 명을 추가로 고용해서 미래의 물량 급증에 대비했다. 단기적 손실과 매출 감소를 겪었지만, 결국 작년에 20억 개를 안정적으로 배달하는 택배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러한 한국 택배산업의 문제점은 쿠팡이 한국에서 자체 라스트 마일 배송 진출을 할 수밖에 없게 했다. 아마존과 달리 국내 1위 배송회사는 전혀 협력하지 않고 배송 서비스를 완성했기 때문에 한국에는 아마존이 진출하는 것이 이제는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본다. 

C사와의 협력을 통해 아마존 배송이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쿠팡과 경쟁하려는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C사와 협력해서 배송을 개선하거나 쿠팡과 경쟁하는 것은 어렵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택배사가 요금을 인상하면 인상할수록 쿠팡의 배송 원가 경쟁력은 더 커질 것이다. 이는 많은 중소형 사업자들이 비용은 비싸면서 배송 속도는 느린 기존의 택배사를 통한 자체 배송을 중단하고, 쿠팡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택배사들의 요금을 특정 금액 이상으로 인상하면 한국에서도 일부 지역 기반으로 라스트 마일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독과점 택배 기업들과의 거래에서 협상 대안이 없는 이커머스 사업자들에게는 돌파구가 필요하다. 그것이 안 된다면 한국 유통시장은 쿠팡이 40%를 점유하는 아마존화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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