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 해 동안 연간 88만 6,000만 달러 규모였던 중국발 직구는 불과 5년만인 2020년 약 2,500만 건에 8억 6,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동기간 동안의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률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한 중국 직구 시장은 단순히 한국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가 늘었다는 것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해외 브랜드를 저렴하게 구입하거나 한국에 수입되지 않는 상품을 구입하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인 미국, 유럽 직구와 달리 중국발 상품은 한국 내수 시장과 연결이 된 단일 시장에서의 거래와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향후 5년간 연평균 100% 정도 지속 성장을 한다면 약 8억 7,000만 개의 화물이 2026년 수입될 것이고, 2019년 주문당 평균금액인 38,212원을 적용할 경우 33조 원에 달할 것이다. 대체 어떻게 이러한 규모의 거래가 국제전자상거래로 가능한 것일까? 우선 중국의 셀러 숫자는 엄청나다.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도시로 불리는 심천시에 등록된 기업 200만 개 중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셀러는 50만에 달한다고 할 정도로 그 규모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 미국과 유럽의 제재,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한국과 일본 시장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베스키(Bessky)나 론더풀(Ronderful)과 같은 이름을 들어본 한국인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회사들은 중국에서 전 세계로 전자상거래를 통해 수출하는데 그 매출액이 연간 수조 원을 넘는다. 베스키 같은 기업은 아마존에 보유한 계정 수가 1,000여 개에 달한다고 하니 한국인들 입장에서는 그 규모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간 이 회사들에게 한국 시장은 규모는 크지만, 미국과 유럽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으로의 판매가 점점 규제가 많아지면서 한국과 일본 시장이 대안이 되고 있다.

지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과 마찬가지로 유럽 각국은 중국발 전자상거래 공습을 통해 대형 유통 체인을 포함해 자국의 소매기업들이 초토화된 이후에야 심각성을 깨닫고 전자상거래 수입건에 대한 VAT 제도를 정비하고, 규제를 늘려서 확산을 막기 시작했다. 개인 구매에 대한 면세 한도를 악용해서 중국 사업자들이 관세와 부가세를 납부하지 않고 판매를 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수입 후 판매하는 기업들과는 경쟁이 될 수가 없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유럽연합이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한국의 경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속해서 친중국 정책을 유지해오고 있어 중국 사업자들이 한국을 판매와 물류거점으로 삼는 것에 아무런 규제가 없다. 그러나, 국내 중소 제조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은 물론 대형 유통기업도 중국 셀러들과의 경쟁에서 사라진다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긍정적 효과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클 것이다. 게다가 중국과 한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워 미국, 유럽과 비교해 한국 시장으로는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가구나 대형 가전 등의 상품까지도 판매할 수 있다. 우리가 이런 트렌드와 중국 셀러들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코로나19로 위기 맞은 중국 공급망, 한국은 중국과의 지리적 이점 이용해야...

(사진 = 필자 정리)

지리적으로 한국과 중국은 육지를 통한 국경이 없음에도 수백 킬로미터 내에 위치해 있다. 항공으로는 최단 1시간에 이동할 수 있으며, 산동성에서 인천 및 평택까지 운항하는 카페리들은 이미 많은 양의 전자상거래 화물을 빠르고 저렴하게 운송하고 있다. 해상 특송이 가능하다는 점은 한중 전자상거래의 미래가 국내 거래와 유사하게 될 것이라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된다. 항공 화물 운송에서의 제약이 사라지고, 해상 화물 운송에서의 느린 속도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간 중국 정부의 보조금과 엄청나게 늘어난 미·중간 여객기로 인해 낮아진 항공 운송비용은 중국에서 미국 내의 아마존 물류창고로의 이동과 초저가의 우편 물류비 등을 통해 위시(WISH) 같은 플랫폼이 수조 원의 기업가치를 갖도록 성장시킨 일등 공신이다. 그런 중국 셀러들은 20년 만에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여객기의 운항 중단을 초래했고, 결과적으로 매우 제한된 화물기 공간은 운송비는 전자상거래 화물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보내기에는 너무 비싸졌다.

(자료 = WISH 공식홈페이지 첫 화면 캡처)
(자료 = WISH 공식홈페이지 첫 화면 캡처)

현재 유럽의 경우에는 트럭을 철도에 싣는 물류망이 완성되어 14일이면 중국에서 유럽 내 아마존 물류센터로 저렴하게 운송할 수 있지만, 북미 지역의 경우에는 최소 3주 이상이 걸리는 해상루트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전 세계 5위권 이내의 시장이면서 아마존의 주요 공급처인 중국에서 배로 반나절이면 운송이 가능한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아마존의 중국 공급망은 단지 중국 브랜드를 의미하지 않고, 중국에서 제조한 글로벌 브랜드들도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흔히 공산품이라고 말하는 모든 카테고리가 해당된다.

디지털화와 B2C 판매 방식을 통한 동아시아 거대 전자상거래 시장의 출현은 이제 현실이 되었고, 중국발 코로나19 사태로 가속화되고 있다. 결제와 물류, 플랫폼 3가지가 갖춰진 상황에서 그 성장 속도는 일반 전자상거래 성장률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수입 후 국내 유통을 하는 중소 수입 및 유통기업들이 피해를 보겠지만, 결국 이 중소기업들을 기반으로 존재하는 대형 유통기업들도 그 쓰나미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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