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쿠팡 김범석 사장 (사진=쿠팡)
(왼쪽)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쿠팡 김범석 사장 (사진 = 쿠팡)

지난 3월 로이터 통신을 통해 보도된 쿠팡의 일본 사업 진출설은 소프트뱅크 측에서 부인하는 등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쿠팡은 지난 6월부터 일본 사업을 개시하면서 일본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일본 이커머스 시장은 20여 년간 토종 일본 기업인 라쿠텐과 미국 기업 아마존의 양강 구도가 이어져 왔는데, 재일교포 손정의 회장이 한국계 기업 쿠팡을 통해 일본 시장에 도전하는 흥미로운 상황이 되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야후는 부동의 일본 검색 시장 1위를 차지하면서 오랫동안 IT서비스 전반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쳐왔지만, 이커머스에서는 라쿠텐과 아마존의 독주가 20여 년간 이어져왔다. 비슷하게 검색과 온라인 광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네이버가 이커머스 사업에 진출한 뒤 시장 선두로 빠르게 올라선 한국과 달리, 왜 야후 재팬은 그렇지 못했을까? 

일본 시장에서의 이커머스 사업 확장... 물류 최적화가 관건 

한국에서 이커머스 시장을 선도해 온 비즈니스 모델은 오픈마켓이라고 불리는 마켓플레이스 모델인데, 이커머스 사업자는 재고를 보유하고 직접 판매를 하지 않고 판매자와 구매자 간 중개를 한다. 반면 일본은 재고를 보유하고 직접 판매를 하는 아마존형 사업 모델이 주류를 이루는 시장이었다. 라쿠텐의 경우 얼핏 보면 판매자들이 입점하고 라쿠텐이 중개를 하는 모델인 것처럼 보이지만, 라쿠텐은 오히려 카페24에 가까운 사업 모델이다. 

오픈마켓 중심의 시장은 거래액이 1조 원이 되어도, 그 플랫폼이 가지는 경쟁력 중에 물류가 들어 있지 않다. 야후는 과거 몇 차례 이커머스 사업 확대를 노력했지만 실패했던 이유가 바로 직접 판매를 통해 물량을 가지고 물류를 최적화한 아마존 재팬과 경쟁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오픈마켓 중심인 한국 시장에서 네이버는 같은 오픈마켓형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검색 시장 장악을 기반으로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상품의 구색의 경쟁력은 시장 참여자 숫자의 합계로 결정되지만, 물류 역량은 시장 참여자 중 가장 뛰어난 플레이어의 수준이 그 플랫폼의 수준이라고 평가된다. 따라서 손정의 회장은 아마존과 경쟁하려면 물류를 구축해야 하고, 이러한 물류는 택배사와의 제휴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야후 재팬이 야마토운수와 전략적 제휴를 했지만 별 성과가 없는 것이 이를 잘 설명해 준다.

쿠팡의 일본 진출, 손정의 회장의 승부가 통할까?

쿠팡은 일본에서 상품을 매입하고 직접 판매를 하며, 자가 혹은 협력사를 통해 배송망을 구축하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아마존에 대항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현재 일본은 지난 수년간 아마존 재팬이 구축한 경화물차를 사용하는 플렉스 배송 사업자들이 전국에 존재하며, 이들은 얼마든지 다른 화주의 화물을 배송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서와 달리 운송 분야에서는 직접 투자가 적게 들어갈 수도 있는 좋은 환경이다. 

손정의 회장은 중국과 한국의 최대 이커머스 기업들의 대주주다. 이제 마지막 남은 일본에서도 라인과 쿠팡 연합군을 통해 이커머스 시장에서 선두 그룹에 들어갈 수 있을까? 필자는 손정의 회장의 승부가 통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고, 이를 통해 한·중·일 삼국이 하나로 연결되는 국경 없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열리는 시작이 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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