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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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CJ대한통운이 택배비 인상을 기업 화주들에 통보하면서 시작된 택배비 인상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업계 점유율 1위인 CJ대한통운의 인상에 맞춰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요금을 인상한 상태다. 기업 계약 요금과 함께 개인 택배 요금도 크게 인상되는 등 한국에서도 이제는 택배비가 물가와 최저임금 등의 인상에 맞춰가는 모양새다. 

한국의 택배비 하락 이유... 미국·일본과는 다른 고용 형태 때문? 

지난 수년간 한국에서 기업 계약 기준의 택배비는 인상이 아니라 오히려 계속 낮아져왔는데,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격한 성장 속에서 택배사 간 출혈경쟁도 그 원인 중 하나이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택배 배달원들이 택배사에 고용된 직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근로기준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 특수 형태 근로종사자라고 하는데, 정확하게는 개인사업자다. 

미국 UPS의 경우, 배달 기사들이 직원이기 때문에 정해진 근로시간이 넘어가면 오버타임 수당이 붙고, 이는 근속 연수에 따라 달라지므로 고객사에 픽업 혹은 배달을 나갔다가 근무시간이 지나가면 회사는 임금이 낮은 대체 인력을 보내고, 고참 배달원을 퇴근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고용 구조는 일본도 마찬가지로, 2017년 야마토운수가 급증하는 택배 건수를 감당하기 어려워 1만 명 신규 고용과 함께 택배 요금을 크게 인상시켜서 인위적으로 물량을 줄였던 것이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올해 4월부터 동일 노동 동일 임금법이 시행되면서 정규직, 계약직, 파트타임 사원 등 고용 형태에 관계없이 집화 업무를 하는 사람이라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한국 우체국 택배가 정규직 집배원 고용을 하지 않고 비용 절감을 위해 하청에 하청을 통해 최저임금도 제대로 안 주면서 우편배달에 활용하는 위탁 택배원 같은 모델은 일본 사회에는 존재할 수 없다.

최저임금 기준 한국은 이미 일본보다 낮지 않고, 창고비나 물가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일본에서의 400~600엔 수준의 기업 택배 단가를 고려하면 3,500원 정도는 되어야 정상이지만, 택배 기사를 고용하지 않는 모델로 한국에서는 비정상적인 가격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는 비단 택배뿐 아니라 화물 운송업 전반에 걸친 문제이며, 이러한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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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류 비용, 아마존은 갈수록 증가하는 반면 쿠팡은 감소

만약 택배비가 지속적으로 인상이 되면 이커머스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쿠팡의 시장점유율을 크게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존에 1,500원 수준의 계약 단가에서는 쿠팡과 경쟁사 간의 배송 비용 차이가 크지 않았다. 초반에는 물량이 적고 투자비가 크게 들다 보니 쿠팡이 훨씬 높은 비용 구조를 가졌지만,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를 가진 쿠팡은 점점 비용이 줄어들거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 반해 경쟁사는 택배비 인상에 따라 계속적인 비용 상승이 있게 된다. 아마존이 미국, 일본, 유럽에서 급성장을 할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무료 배송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쿠팡의 경쟁사들은 대부분 마켓플레이스이기 때문에 실제 주문 건수가 하루 100만 건이 나온다고 해도, 택배사와 계약은 100만 건을 가진 이커머스 사업자가 아닌 100건을 발송하는 1만 명의 셀러이다. 이러한 상황이 오게 되면 개별 이커머스 사업자들은 이제 자기 사무실 혹은 집에서 직접 포장하는 것이 아닌 3PL(제3자 물류)로의 전환이 배송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뤄질 것이다. 

정리하면, 높은 택배비는 아마존과 같은 물류망을 직접 구축한 거대 이커머스 및 풀필먼트 사업자가 시장을 차지할 수 있게 하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3PL의 르네상스가 도래했다. 아마존 FBA 덕에 미국과 유럽에서 이커머스 3PL이 급성장했다는 것이며, 한국도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지금이야 무료 배송이 흔하지만, 어느 시점에 노동법 이슈든, 어떤 이유로 한국에서 택배비가 크게 오를 경우, 쿠팡과 마켓플레이스들 간의 격차는 급격하게 벌어질 것이다.

쿠팡은 아마존과 반대로 물류를 구축해 왔다. 아마존은 가장 마지막에 Final Mile에 뛰어들었지만, 쿠팡은 그것부터 만들었다. 국토가 매우 작고 밀집된 서울, 경기권이 상당 수준의 매출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 쿠팡은 아마존이 Final Mile에 진출한 뒤 했던 것처럼 체리 피킹(어떤 대상에서 좋은 것만 고르는 행위) 전략을 통해 수익성이 낮은 지역은 택배사나 우체국을 이용해서 돈 되는 구조를 만들어갈 것이다. 이미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쿠팡의 배송 서비스를 경험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이커머스 물류는 쿠팡 수준이 되어야만 한다. 비용이든 서비스 수준이든 간에 말이다.

그런데 단일 기업이 쿠팡을 따라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다수의 물류 기업 간 연결이 필수가 되는 시대가 올 것이며, 이커머스 기업이든 전통 물류 기업이든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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