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희 前 월드프랜드 볼리비아 파견 나이파 자문관
이인희 전 월드프랜드 볼리비아 파견 나이파 자문관&경제학 박사 

인류의 위대한 창조와 대발견은 과거 상인(기업인)들의 탐험 정신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상인의 덕목은 예지력, 탐구력, 호기심, 모험심, 추진력, 협상력, 판단력, 결단력이 중요한 자질이었다. 이러한 상인의 덕목은 그 유래에서부터 서양과 동양 특히 한국에서 많은 차이점이 발견된다.

서양의 경우 상인의 기질을 갖춘 뛰어난 상인들이 정부와 투자자들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현지를 식민지화해 거의 강탈하듯이 금과 은을 비롯한 현지의 자원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자국의 발전을 이뤘다.

▶ 조선경제의 핵심이었던 보부상조직, 상부상조의 시민 정신이 투철

이와 다르게 한국의 상인들은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이 매우 독특했다. 한국의 상인 정신은 조선 500년 동안 유지된 보부상의 활동에서 유래됐다. 물론 육의전 등 대상들의 활동이 있었지만, 조선 전국을 이어주는 행상인 보부상조직이 조선경제의 동맥이며 핵심이었다.

그들은 유교의 사농공상의 전통과 관청의 핍박을 받으면서도 뛰어난 협상 능력을 발휘해 상권을 지켰다. 초지일관 상권을 지키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핵심가치인 상거래 정신을 끝까지 유지해온 덕분이었다. 행상을 떠날 때 항상 허리춤에 타고 다니던 ‘험패’에는 도둑질하지 말 것, 시장에서 행패 부리지 말 것, 사기 치지 말 것, 부녀자를 겁탈하지 말라는 4가지 계명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관청에 보고된 보부상조직의 신청서인 ‘완문’이란 것도 있었다. 주요 내용은 부모에 대한 효도와 형제·동료와 우애를 강조하고, 행상길에서 부상 당한 보부상을 치료해주고 떠날 것이며, 조직에 해를 끼치는 행위나 조직의 행사나 회의에 불참 시 벌칙을 가하고, 선의의 경쟁을 하도록 했다. 보부상은 이러한 상도의를 가장 우선의 덕목으로 삼았다.

보부상조직은 완문을 통해 스스로 상거래 질서를 지켰고, 관청의 개입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 심지어 보부상은 ‘장문법’을 만들어 상권을 어지럽힌 자를 보부상조직이 직접 처벌했으며, 장문법이 시행될 때는 관아에서도 개입할 수 없었다. 보부상조직은 사농공상의 양반사회에 대항해 행상인들이 모여 만든 상인조직이었고, 보부상의 상인 정신은 상부상조의 시민 정신 성격이 강했다. 시민 의식이 투철했던 과거의 보부상과는 달리 현재 기업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 세계 경제 권력의 이동, 제 밥그릇 못 찾아 먹는 한국의 기업들

정치나 정부의 권력이 점진적으로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수많은 기업이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정부는 거둔 세금으로 국가를 운영한다. 경제의 힘, 그중에서도 기업들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머스크 등 세계의 기업인들은 물론 한국의 대기업 지도자들도 이미 지구촌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단히 크다.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모아놓고 일장의 연설과 인사를 하는 광경이 연출되곤 한다. 그리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니 많이 협조해달라고 부탁의 말을 전한다. 누가 경제를 살리는 주체인지 파악이 안 되는 분위기에 어색함 마저 든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은 지금 재계의 총수가 물러나면 훨씬 더 그 기업을 번창시킬 수 있다고 큰소리치기도 한다. 기업이 무슨 공깃돌이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기업인들로서는 정말 기가 차고 억장이 무너질 것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기업들은 하루하루가 전쟁터 같은 사업현장에서 언제 위기가 닥칠지 모르는 현실에 직면해있다. 정부는 기업인들의 사기를 높이고 기업인들이 마음껏 사업을 창조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책을 만들고 정부의 역할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기업이 힘 있는 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기업은 사업 활동을 통해서 많은 수의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경제발전을 이끌어 가는 강한 힘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기업인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다. 일부 몰지각한 경제인들로 인해 전체 기업인들에 대한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로 인해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주위환경에 눈치를 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제 기업인들은 경제발전의 추측세력으로서 국민경제에 커다란 공헌과 함께 국민의 행복을 책임지는 사명을 함께하고 있다. 사회도 기업인들에 대한 건전한 노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은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스스로 국민을 이해시키고 기업활동의 가치를 전달하는 노력에 힘써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봉사하는 시늉이라도 하라고 했지만, 이제는 그 정도로는 안 될 것이다. 진정으로 사람들이 바라는 행복을 이해하고 한발 더 나아가 진정으로 그들이 원하는 일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문화지원 사업이나 진정 도움이 필요한 곳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기업을 누가 폄하할 수 있을 것인가.

▶ 변하고 있는 세상,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요구되고 있다

요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다.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는다고 해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기업 스스로 자국민들이 좋아하는 일들을 찾아보고 지구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을 찾아보면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한국기업의 힘은 세상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는 정도가 되었다. 능동적으로 세상을 바꾸고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주변 환경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상도의가 더욱 중요시되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낡은 흰색 바지저고리에 패랭이를 쓰고 보잘것없어 보이던 조선 시대 보부상의 상인 정신이 우주를 여행하는 첨단 문명 시대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왠지 뿌듯하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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