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희 前월드프랜드 볼리비아 파견 나이파 자문관<br>
이인희 前 월드프랜드 볼리비아 파견 나이파 자문관

코로나19로 촉발된 세계적 경제 불황이 이제는 자원 확보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자동차와 반도체, 인공지능, 로봇, 에너지 등 관련 첨단 과학 제품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 눈부신 속도의 변화가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느리지만 조금은 불편했던 과거의 일상이 차라리 행복한 시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첨단 과학의 발전에 필요한 광물 자원을 개발하고 확보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지구 구석구석을 탐사하고 있다. 한국의 첨단 기업들도 사활을 걸고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미 볼리비아는 한국 반대편에 있는, 지리적으로 너무 먼 나라다.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교류도 쉽지 않았으나 최근 ‘우유니 소금사막’이라는 관광지가 알려지면서 한국인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사진 = 픽사베이)

볼리비아는 안데스산맥이 국토의 중앙을 위에서 아래로 크게 지나가면서 고지대의 산들이 많은 부분에 걸쳐 이어져 있다. 험준한 사막 지대 주위의 낮은 지역에는 아마존 밀림 지대와 사막 지대로 이뤄져 있다. 볼리비아는 천연가스는 물론이고 은과 리튬, 구리 등 각종 광물이 풍부한 나라다. 광물 자원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볼리비아 같은 자원이 풍부한 나라와의 협력을 지속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수년 전 한국과 볼리비아 정부가 우유니 소금사막의 리튬 개발을 위한 계약을 추진한 적이 있다. 그 후 계약은 취소됐고, 한국은 막대한 손해만 보고 리튬 개발 계획은 끝이 났다. 당시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정치인이 나서서 볼리비아 정부와 자원 협력을 추진했고,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한국의 이상득 의원이 수차례 볼리비아를 방문하는 등 많은 노력을 들였으나 결국에는 실패했다. 양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이 사업이 실패한 원인이 무엇인지를 분석해 향후 볼리비아와의 자원 협력에 참고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볼리비아는 다민족 국가로 지방의 분권 의식이 강한 나라다. 국가적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물론이고 여러 원주민의 성향까지 염두에 두면서 일을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정부 간 계약만 성사되면 모든 일이 잘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 것도 실패의 큰 원인 중 하나였다. 볼리비아는 국가적인 프로젝트라 할지라도 지방정부가 반대하면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국가적 차원에서 계획된 도로를 만드는 것도 지방정부가 반대하면 그대로 중단되기도 한다. 비록 리튬 개발 계획이 아쉽게 끝났지만, 이러한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향후 개발도상국과의 협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볼리비아와 효율적 자원 협력 추진 방안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광물 개발 사업은 가능하면 민간 주도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권이 바뀌면 국가의 중요한 정책이나 개발 프로젝트가 취소되기도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결국 광물 자원의 최종 소비자는 민간 기업들인데, 처음부터 민간이 앞장서서 개발하고 정부가 뒤에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광물 자원 등의 개발은 장기간에 걸쳐서 진행해야 할 것이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부 주요 직책의 사람들이 대부분 바뀐다. 그동안 추진해 오던 사업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우선순위가 바뀌기도 한다. 따라서 단기간의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발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볼리비아 지방 사람들은 공동체 성격이 강하다. 주민들은 서로 형제자매, 삼촌, 이모로 부르면서 이웃 가족들과의 유대가 강하다. 마을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 최우선이고, 중앙정부의 지시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지방 관공서의 사무실에는 현 정부의 대통령 사진이 아니라 부락이 지지하는 지도자의 사진이 그대로 벽에 걸려 있을 정도다. 때로는 부락의 결정으로 범죄자를 단죄하기도 하는데, 범죄자를 둘러싸고 돌팔매 등으로 직접 처벌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이때 경찰이 옆에서 방관하고 있는 뉴스가 가끔 보도되기도 한다.

험준한 산의 계곡으로 이어지는 안데스산맥의 도로들은 외길이 많아 우회로가 거의 없다. 부락민이 도로를 흙으로 막아버리면 아예 통행이 어려운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정부의 고위직 차관이 지방정부와 불화를 수습하러 갔다가 현지인들에게 맞아 죽은 적도 있었다.

정권이 자주 바뀌고 정국이 불안정한데, 특히 정부 공무원의 신분이 대부분 계약직이라 정권이 바뀌면 직원들도 대부분이 바뀌게 된다. 따라서 정부의 업무 추진 효율성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최근에는 중국 기업이 많이 들어와 광산 개발이나 건설 사업을 하고 있는데 곳곳에서 원주민들과의 마찰로 원성을 듣는 경우가 많아 중국인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좋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 바로 전에도 중국 기업이 금광을 개발하면서 마을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호수 인근으로 환경 오염물질인 수은을 흘려보내 현지 주민들이 라파스로 올라와서 항의한 일이 있었다.

한국 기업이 시작한 리튬 개발은 한국이 철수한 이후 독일이 참여했다가 철수했고, 지금은 중국 자본이 들어와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 추진의 결과는 시간을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볼리비아는 2021년에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개발계획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부족한 자본과 기술력 때문에 각종 사업 추진을 위해서 해외 기업들로부터 지원을 많이 기대하고 있다.

▶ 코로나19 위기를 자원 협력의 기회로 만들자

한국은 볼리비아와의 자원 협력을 위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 코로나19로 각국의 해외 협력 사업이 위축되어 있을 때 볼리비아와의 친선·협력을 더욱더 강화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볼리비아에 자금 지원이나 교육을 통해서 많은 무상 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도 볼리비아에 병원을 지어주고 시설 지원을 하고는 있으나, 여타의 선진국과 비교하면 그 금액은 매우 적은 실정이다.

코로나19 위기로 전 세계 나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사정이 어려운 개발도상국에 온정과 협력을 펼치면 그들에게 감동을 주는 계기가 돼 보다 긴밀한 협력 관계로 발전할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는 코이카와 나이파가 추진하는 해외 전문가 파견 사업과 코이카 청년 봉사활동을 중심으로 볼리비아 개발 지원을 하고 있다. 각 분야의 퇴직 전문가를 개발도상국 정부 기관에 파견해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지원하고 있으며, 전문적인 업무 경험을 살려 볼리비아 국가 발전 프로젝트에 참여해 도움을 주고 있다. 한편 코이카는 한국의 젊은 청년들을 개발도상국의 험지에 파견해 우물을 파주는 등 현지인들의 생활 환경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 현지 청소년들을 위해 컴퓨터 교육을 지도하는 등 봉사활동도 한다.

지금 개발도상국은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위험을 무릅쓴 진정한 친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볼리비아에도 험지에 파견된 청년 봉사자들의 노력과 개발도상국 정부에 파견된 퇴직 전문가들의 숨은 노력이 결실을 맺어 점차 한국의 국격이 높아지고 있다. 코이카와 나이파를 비롯한 많은 해외 봉사단체들의 봉사와 희생정신은 수혜국에 많은 감동을 준다.

집 밖을 떠나면 안전한 곳은 없다. 위험을 무릅쓰는 도전과 협력 정신이 필요할 때이다. 인류의 모든 발전과 위대한 발견은 탐험과 도전정신에서 나왔다. 코로나19 사태는 위기지만 용기와 지혜를 발휘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볼리비아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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