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활용도 높은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주목
- 한국 정부와 기업도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중국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 이후,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폐배터리는 일반 쓰레기처럼 매립이나 소각이 불가능해 전기차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재활용이 필수적이다. 폐배터리의 재활용도 또한 높기에 기업은 수익 창출을 꾀할 수 있고, 시대적 흐름인 친환경까지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전기차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자동차 업계에선 이러한 흐름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광다증권(光大证券)에서 발표한 ’중국 동력배터리 회수산업 시장전망 및 투자기회 연구보고’에 따르면, 2021년 중국의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143억 위안(한화 약 2조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원계와 인산철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2030년에는 1,000억 위안(한화 약 18조 5,000억 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 정부·기업,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확대에 주목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성장세에 맞춰 중국 정부는 시장 정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전기차 배터리 등록번호제도 도입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생산자 책임 확장제도 추진방안’을 통해 정부의 감독 체계를 구축했다. 이어 2018년에는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배터리 회수 이용 관리방법’, 올해 7월에는 ’14차 5개년 순환경제발전규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일련의 정책들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소스 관리 플랫폼’ 상에서 배터리의 생산-유통-회수-재활용 전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체계를 강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완성차 및 배터리 생산기업도 폐배터리 재활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시장 선점에 뛰어들었다. 올해 6월 BMW는 중국에서 친환경 전기차 생산을 최종 목표로 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을 제시했다. BMW는 이를 위해 원재료, 공급사슬, 생산 그리고 마지막 회수까지 전 사이클에서 환경보호를 최우선으로 할 것을 발표하였다. BMW 중국 대리점에서 폐배터리를 회수한 후 전문 배터리 처리 기관에 이관해 분해 및 재활용할 예정이다. BMW 외에도 폭스바겐과 아우디, 테슬라 등 해외 완성차 브랜드들도 중국 시장 내에서 배터리 회수 정책을 발표했다.

중국 내 기업들은 일찌감치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중국 유명 전기차 브랜드인 창안(长安), BYD(比亚迪)는 2018년 중국 내 최대 통신 인프라 기업인 차이나 타워와 협력해 폐배터리 회수와 재활용 문제 해결에 착수했다. 지리자동차(吉利) 역시 2018년 10월부터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외에도 5,000개 이상의 중소형 기업들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기업이 늘자 중국 정부는 기준미달인 기업을 정돈하기 위해 2018년 처음으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기업 화이트 리스트’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회수·재활용 규범조건에 적합한 5개사를 선정했다. 2020년 12월 2차 화이트 리스트가 공개됐으며, 그 수는 22개로 늘었다. 최근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중국 정부의 추가적인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폐배터리 재활용에 박차... LG·SK·삼성의 활약

친환경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에서도 배터리 3사와 정부가 폐배터리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LG화학과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업체 라이사이클에 600억원을 투자했다. 라이사이클은 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배터리 핵심 원재료를 추출하는 전문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은 라이사이클로부터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니켈 2만 톤도 2023년부터 10년에 걸쳐 공급받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르면 내년 초부터 대전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에 위치한 폐배터리 재활용데모 플랜트 시범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폐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양산성 검증을 통해 생산성을 확보한 후 2025년부터는 미국, 중국, 유럽에 3개 공장을 가동하며 폐배터리 시장 우위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BMR(Battery Metal Recycle)을 본격화하기 위해 최근 조직개편에서 'BMR 추진 담당'을 신설했다.

삼성SDI도 폐배터리 재활용과 재사용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 재사용 전문기업 피엠그로우에 2019년 지분 투자를 하는 등 전문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배터리 재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SDI는 폐배터리 재활용 선두 기업인 성일하이텍과의 협업도 병행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적극적이다. 환경부는 현재 전국 4개 권역에서 ‘전기차 폐배터리 회수·재활용 거점센터’를 시범운영 중인데, 민간 매각이 허용되는 내년 1월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갈 방침이다. 거점수거센터는 전기차 소유자가 정부에 반납하는 폐배터리를 회수해 잔존가치를 측정한 후 민간에 매각하는 등 재활용 체계의 유통센터 역할을 한다. 환경부는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 제주·경북·울산 산업화센터, 시험검사 전문기관, 재활용기업 등과 협의체를 구성·운영해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운영 제반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과 정부가 폐배터리에 주목하는 이유는 재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에너지 밀도가 높아 성능이 떨어졌어도 다른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다. 재사용 후에는 폐배터리를 분해해 리튬과 코발트, 니켈, 망간 등 희귀 금속을 추출해 활용할 수 있다. 폐배터리가 차세대 캐시카우로 주목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1조 6,500억 원 규모였던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2030년 20조 2,000억 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30년 후인 2050년에는 최대 60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는 전기차 판매량이 2017년 368만대에서 올해 850만대, 2025년에는 2,200만대까지 확대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폐배터리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상황 속 국내의 폐배터리 시장 관련 법과 제도가 정비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안전성 기준이나 분리, 운반 방법 등에 대한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관련 기술 개발과 연구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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