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기기 사용 보편화로 인슈어테크 시장 ↑
우리나라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규제에 가로막힐 때 많아”
해빗팩토리 ‘플립’, 카비 ‘신규 서비스 개발’로 규제 우회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K글로벌타임스] 금융은 일찍이 혁신 기술과 융합하며 ‘핀테크’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인공지능(AI)이 사용자에게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것을 넘어 주식을 매입·매도하기도 한다.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이 거인화되어 가고 있는 과정에서 보험 역시 혁신 기술과 접목했다. 바로 ‘인슈어테크(Insurtech)다. 웨어러블 기기의 사용 보편화에 힘입어 인슈어테크 시장 역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나,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로 인해 수많은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이 주춤하고 있는 상태다. 

 

◇ 서구, 동남아 할 것 없이 커지는 인슈어테크 시장

글로벌 인슈어테크 시장의 성장 속도는 가히 놀라울 정도다. 시장조사기관 퀄리킷리서치에 의하면 2019년 54억 8000만 달러에 달했던 글로벌 인슈어테크 시장은 2027년 118억 8000만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10.25% 성장이다. 

해외에서는 일찍이 다양한 분야의 인슈어테크 기업들이 속속 등장해 활발히 사업을 전개 중이다. 영국 기업 게바라는 2014년 P2P 자동차 보험 플랫폼을 출시해 자동차 보험을 비교·분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를 통해 앱 사용자의 90%가 보험료 절감 효과를 얻었다. 브롤리 역시 자체 AI 보험 자문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며 사용자의 보험이 미흡하거나 초과되지 않았는지 알려준다. 

서구의 인슈어테크 시장뿐만 아니라 동남아의 인슈어테크 시장도 활발하다. 베트남의 경우 현지에서 가장 큰 금융투자자 중 하나인 비나캐피탈의 기술투자 계열사 비나캐피탈 벤처스가 글로벌케어에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케어는 손해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 대리점 및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이다. 향후 베트남의 인슈어테크 시장은 맞춤형 상품을 제안하는 스타트업에 기회가 갈 것으로 예측되며, 이에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 규제에 막혀 ‘미국으로의 플립’ 선택한 해빗팩토리

해빗팩토리가 제공하는 보험 비교분석 서비스 '시그널플래너' [사진=해빗팩토리]
해빗팩토리가 제공하는 보험 비교분석 서비스 '시그널플래너' [사진=해빗팩토리]

보험 분석 서비스 ‘시그널플래너’를 운영 중인 해빗팩토리는 지난 1월 미국에 법인을 설립했다. 미국 진출의 목적은 작년 9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보험 비교 추천 서비스가 보험중개업으로 해석되어 중개업 라이센스가 없는 스타트업에는 막막하기만 한 규제다. 해빗팩토리는 미국으로 진출하며 주택담보 대출시장에 도전했고, 다시금 기회를 얻었다.

이후 해빗팩토리는 서울형 강소기업에 선정되었으며, 금융의날 혁신금융서비스부문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보험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출시로 혁신 금융 서비스 출현 및 금융 소비자 데이터 주권 제고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 스마트금융 대상 최우수상도 받았다.

시그널플래너는 보험사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연결해주고, 보험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수익 구조다. 2020년부터 카카오톡 상담 서비스도 시작했다. 보다 많은 이들이 쉽게 보험 비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소통 창구를 다양화한 것이다. 반응도 좋다. 다른 경쟁 애플리케이션 대비 높은 고객 만족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용자가 편한 시간에 언제든 상담할 수 있어 편리성도 높였다.

이에 해빗팩토리는 올해 3월부터 손익분기점(BEP)을 넘기며 핀테크 스타트업 가운데 흑자를 낸 몇 안 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향후 3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준비 중인 해빗팩토리는 연금, 대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 규제에 서비스 막히자 다른 서비스 출시한 카비

2010년 설립한 카비는 디지털 인슈어테크 솔루션을 제공하며, 현재까지 누적 투자유치금 202억 원을 달성했다. 지난 1월에는 KOTRA가 주관하는 ‘글로벌점프300’ 4기에 선정되었으며, 이 사업은 해외시장에서 확산성이 있는 혁신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돕는다.

카비는 인공지능(AI)으로 자동차 보험을 비교 분석한다. 운전자의 신상 정보를 기반으로 보험료가 책정되던 1세대 자동차 보험, 주행 정보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책정한 2세대 자동차 보험에서 나아간 운전자의 운전 습관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는 3세대 자동차 보험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며, 축적된 AI 기반 영상 인식 기술과 맥락 해석영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운전 습관을 정확하게 파악한다.

카비 역시 규제에 한 번 가로막힌 적 있다. 카비T는 영상 인식 기기로, 차량 블랙박스에 부착하면 자체 개발 AI가 실시간으로 운전자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러나 3만 원이 넘는 가격에 의해 보험업법 98조에 따라 불공정한 사은품으로 간주되었다. 이에 카비는 다른 방식으로 규제를 선회하는 전략을 택했다.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으로 운전자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카비M을 개발한 것이다.

카비의 인슈어테크 서비스 분야 [사진=카비]
카비의 인슈어테크 서비스 분야 [사진=카비]

카비는 카비M, 카비M-와이파이 등의 서비스로 보다 정교하고 합리적인 운전자 보험을 산출한다. 또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나 목격자의 신고가 없어도 고객 정보와 사고 발생 위치, 사고 영상 등을 담은 데이터가 보험사에 자동으로 전송된다. 

이에 카비는 국내는 물론 영국에 진출해 영국 인슈어테크 솔루션 띵코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 모빌리티 플랫폼과 협업해 물류 이송 관련 노동자들을 위한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인슈어테크는 규제로 인해 세계 시장보다 비교적 작은 편이다. 하지만 해빗팩토리처럼 해외로 플립하거나 카비처럼 규제를 우회하는 방식으로도 사업을 충분히 영위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꾸준히 인슈어테크 관련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관련 종사자와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앞으로 국내 인슈어테크 시장이 어떻게 시장 흐름을 형성할지가 주목된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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