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00대 유니콘 중 55개사 국내에서 사업할 수 없어
규제샌드박스, 한걸음 모델 등 정부 차원 노력에도 기업의 개선 체감도 하락

[K글로벌타임스] 아산나눔재단,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아마존웹서비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코리아스타트업이 발표한 ‘2022 스타트업 코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누적 투자액 기준 글로벌 100대 유니콘 중 55개사가 국내에서 사업을 전개할 수 없다. 동 기관의 2017년 보고서에서는 100대 유니콘 중 56개사가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고 나와 2022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우버, 그랩, 에어비앤비 등이 있다.

자료=한국무역협회 [디자인=K글로벌타임스]
자료=한국무역협회 [디자인=K글로벌타임스]

해외이전을 고려하는 스타트업 비율도 높다. 한국무역협회가 국내 스타트업 25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분의 1이 해외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국내 규제에 의한 해외이전 고려가 ‘매우 그렇다’ 6.6%, ‘그런 편이다’가 18.8%로 나타났다. 기술 실증 관련 과도한 허가제(51.6%), 등록·허가 업종의 복잡한 진입 장벽(50.4%), 기존 사업자 권리 보호(44.9%) 등이 주요 규제로 나타났다.

 

◇ 혁신 스타트업, 혁신적이지 못한 규제

스타트업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많은 이들이 ‘혁신’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스타트업에 대한 규제는 ‘혁신’적이지 않다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여전히 승차 공유, 공유 숙박, 원격 의료 등의 사업이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하며, 혁신 비즈니스를 전개할 만큼 규제가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정부도 손을 놓고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다.

2018년 규제혁신 로드맵을 발표한 정부는 2021년 규제 챌린지를 통해 민간이 제안한 과도한 규제를 정부가 함께 검토해 개선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2019년에는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해 기술 및 제품 등이 시장 출시 후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제의 전부나 일부를 적용하지 않도록 했으나, 이러한 정부 차원의 노력에도 스타트업이 체감하는 규제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규제개혁 체감도는 2018년 97.2p를 기록했으나 2021년 오히려 92.1p로 하락했다. 만족도 또한 2018년 15.1%에서 2021년 7.8%로 크게 감소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5월 중소벤처 규제개혁 전담팀을 발족하고 민간 협·단체, 창업벤처기업 등으로부터 받은 제안을 토대로 244개 규제개선 과제를 발굴했다. 이후 관련 부처와 논의를 거쳐 총 31건을 개선하는 노력을 보였다. 지난 10월에는 중기부가 범부처 규제혁신 토론회를 열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나머지 과제에 대한 개선 방향과 전략을 논의했다. 이에 현재 창업 지원 시 필요 제출서류가 과도하다는 건의를 수용해 제출서류를 5종에서 3종으로 간소화했으며, 사업계획서 분량을 최대 35페이지에서 15페이지로 줄이는 등 기업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 수시로 바뀌는 담당자...소통 창구 일원화해야

실제로 규제로 인해 사업을 전개하지 못하는 스타트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승차 공유 서비스 ‘타다’가 꼽힌다. 타다는 한국의 우버로 불리며 서비스 출시 9개월 만에 100만 사용자를 확보했으나, 택시업계와 갈등을 겪었다. 이에 국회는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키면서 서비스가 종료됐다.

최근에는 반려견의 비문(코 무늬)을 통한 신원 확인 기술을 개발한 ‘펫나우’가 동물보호법에 의해 사업 전개에 규제를 받고 있다. 동물보호법상 동물 등록 방법에는 동물 체내에 무선식별 장치(칩) 삽입만 허용하고 있어, 비문이나 홍채 인식 등 신기술이 인정되지 않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펫나우가 ‘CES 2022’에서 혁신 기술로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한 ‘트위니’ 역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규제에 사업 전개가 가로막혔다. 현행법상 로봇은 차도 외 공원 등 출입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혁신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스타트업은 다수의 부처들이 관여하는 상황이 부담스럽다고 지적한다. 혁신 비즈니스 도입을 검토할 때 어느 기관에 건의하고, 어느 제도에 참여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데 많은 시간과 인력을 소비하며 규제 개선 추진과정에서도 여러 부처에 대응해야 하는 등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는 설명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대관 인력도 충분치 않은데 여기저기 불려다니다 사업 개시가 늦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라고 말했다. 이에 혁신 비즈니스 추진 기업을 대상으로 소통채널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순환보직으로 인해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다 보니 업무 흐름이 단절되어 다시 처음부터 진행해야 하는 상황도 빈번하다.

 

◇ 규제샌드박스, 한걸음 모델...여전히 한계 많아

2021년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규제샌드박스 미승인 건수는 38건이다. 정부는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한 2019년부터 124건을 허용했는데, 이와 비교했을 때 미승인 건수의 비율은 23%에 달한다.

규제샌드박스 신청 시 선택해야 하는 제도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규제샌드박스의 제도는 크게 3분야로 나뉜다. ICT 융합, 산업융합, 혁신금융이다. 이 중 혁신금융은 특례 대상 법령을 ‘금융관련법령’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ICT 융합과 산업융합은 넓은 범위를 포괄하고 있어 구분 기준이 모호하다. 제도 선택에 따라 지원 혜택, 승인 결과, 소요기간 등이 달라질 수 있기에 명확한 구분 기준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 난관을 헤치고 신청서를 제출했다면, 기업은 ‘접수→관계부처 협의→사전심의위원회→심의위원회’를 거치면서 실증특례 승인을 받는다. 접수 후 관계부처 회신까지 기한은 법령에 30일로 명시되어 있으나, 심의 기한 중 ICT 융합 및 산업융합에서는 기한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혁신금융 30일). 장기간 대기를 해야 할 수 있는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인해 스타트업이 출발선에도 서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구·신사업의 갈등이 대표적으로, ‘타다’가 여기에 속한다. 이에 2020년 정부는 혁신산업 영역에서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타협을 이끌어내는 ‘한걸음 모델’을 법제화했다. 사안별로 중립적 전문가, 이해관계자, 유관부처 등을 포함한 상생조정기구를 구성했으며, 면담을 통해 갈등 구조를 명확히 하고 상호의견을 교환하는 무제한 토론도 실시했다.

스타트업계에서는 한걸음 모델이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사회 갈등을 해소했다기보다는 합의안 도출로 마무리되었다는 것이다. ‘2022 스타트업 코리아!’에 따르면, ‘신규 산업의 영업시간과 범위, 대상 등을 제한하는 합의안 도출’, ‘근거 부족으로 실질적 입법까지 추진이 쉽지 않음’, ‘규제혁신 주제 선정에 있어 기준과 절차가 명확하지 않고, 정부의 중재 역할이 꼭 필요한 주제보다 개선이 용이한 주제가 주로 선정됨’을 한걸음 모델의 한계점으로 꼽았다.

향후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혁신 비즈니스의 규제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해 나갈 예정이다. 스타트업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 개선을 이룰지 지켜봐야 한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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