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디스커버리로 폭발적 성장세 이어가는 영미권 리걸테크 시장
우리나라와 법률 환경 비슷한 일본, 정확한 규정 제시로 이해관계자 간 갈등 조정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 규모 및 유니콘 현황 [디자인=K글로벌타임스]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 규모 및 유니콘 현황 [디자인=K글로벌타임스]

[K글로벌타임스] 우리나라 국민의 66.6%가 법률 플랫폼 이용에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온라인에서 편리하게 정보 검색 및 비교(26.4%), 시공간 제약 없이 법률 서비스 쉽게 이용(22.6%)이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필요 서비스 분야로는 법률 상담 서비스가 35.6%로 가장 높았다.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법률 문서 자동 작성도 11.9%로 3위권에 안착했다.

미국의 경우 리걸테크 시장규모는 2조 원을 훌쩍 넘기며 유니콘을 바라보는 관련 스타트업도 20여 곳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에 발이 묶여 있어 리걸테크 분야의 스타트업 활동이 제약적인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이 리걸테크에 대한 높은 수요를 보여주고 있다. 기술의 진보가 시대의 흐름을 바꿀 날이 머지않았다.

 

AI 검사 및 AI 변호사까지 등장한 해외 리걸테크 동향

독일의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276억 달러에서 연평균 3.7% 성장해 2027년 356억 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리걸테크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법(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국내 시장규모는 국내 시장 규모는 약 10조 원 정도다.

초기에는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변호사 검색, 상담 신청, 법령 검색, 업무 처리 등을 도와주는 간단한 서비스로 출발했으나, 최근 소송 당사자와 변호사에게 판례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찾아줄 뿐만 아니라 판결 결과까지 예측해 소송 전략을 짤 수 있게 돕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해외의 리걸테크 발전은 ‘e디스커버리’와 관련이 높다. 디스커버리는 영미 국가에서 본안 재판 전 필수 절차로, 재판이 개시되기 전 당사자 양측이 가진 증거 자료를 각각 수집 및 개시해 서로 공개하는 제도다.

여기에 디지털 정보에 대한 취급 기준을 정한 것이 e디스커버리, 즉 전자정보개시다. e디스커버리가 도입되면서 이 프로세스에 대응하며 리걸테크가 진화하고 있는 것.

영미권에서는 AI 변호사가 대형 로펌에 입사하기도 했다. [사진=픽사베이]
영미권에서는 AI 변호사가 대형 로펌에 입사하기도 했다. [사진=픽사베이]

이미 해외에서는 2000년대 초 e디스커버리용 소프트웨어 개발이 시작되었고, 2011년 이후 거대 IT 기업이 리걸테크 산업에 뛰어들었다. 그와 함께 시장 규모도 급성장했다. 나아가 AI 검사 및 AI 변호사 등도 등장했는데, 2017년 유명 로펌 소속 변호사 100명과 AI 변호사가 판결을 예측하는 대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결과는 AI 변호사의 압승이었다.

 

변호사의 업무 효율 높여주는 리걸테크 발전한 일본

우리나라와 법률시장 구조가 비슷한 일본의 리걸테크 상황은 어떨까. 일본 역시 초창기 리걸테크 플랫폼과 기존의 법질서가 충돌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신산업을 폭넓게 허용하고 명확한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해결책을 찾았다. 2018년 일본변호사협회는 ‘변호사정보제공 웹사이트 게재에 관한 지침’을 의결하면서 마켓 플레이스 규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으며, 이는 다음과 같다.

온라인 변호가 마켓 플레이스는 원칙적으로 허용되나 서비스 이용료 및 광고 방식 등은 별도로 규제하고 있다. 규정 위반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한 게 특징이다.

일본 리걸테크 대표 스타트업으로는 ‘LegalForce’가 있다. LegalForce는 계약서 파일을 업로드하면 계약 유형별 체크리스트를 바탕으로 필수 조항 누락이나 리스크가 있는 조항을 검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LegalForce 도입한 일본의 전문무역회사 協栄電気株式会社<br>
LegalForce 도입한 일본의 전문무역회사 協栄電気株式会社

나아가 이전 계약서에서 원하는 조항을 바로 검색하는 기능, 기재례를 제공하는 기능도 있으며 작성 중 문서의 버전 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팀원 간 코멘트를 주고받을 수 있어 협업도 가능하다.

LegalForce 사용으로 계약서 검토 시간을 50% 이상 단축시킬 수 있어 법무팀 고용이 힘든 중소기업은 물론 법무법인(로펌)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TF조직 출범, 그러나 코앞의 문제만 논의하는 우리나라

우리나라의 경우, 변호사 광고를 허용하는 변호사법 제23조와 일정한 요건 아래 소개·알선·유인 행위를 금지하는 제34조제1항의 해석을 두고 법률 플랫폼과 변호사 단체 간 갈등이 지속되어 오고 있다.

법무부 '리걸테크 태스크포스(TF)'. 1차 TF 회의에 참석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 [사진=법무부]<br>
법무부 '리걸테크 태스크포스(TF)'. 1차 TF 회의에 참석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 [사진=법무부]

2021년부터 법무부는 리걸테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이 수년째 이어지는 법률 플랫폼과 대한변호사협회 간 갈등 조정을 위해 규제개혁추진단 현안간담회를 개최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리걸테크 기업이 존재한다. 월 100만 명의 이용자가 찾는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이 대표적 예다. 로앤컴퍼니가 운영하는 온라인 변호사 상담 서비스 로톡은 이용자에게 꼭 맞는 변호사와 법률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변호사의 경력, 상담 사례, 수임료, 후기까지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엘박스’도 주목해야 하는 로걸테크 스타트업이다. 전국의 각급 법원 판결문부터 뉴스, 참고문헌에 이르기까지 일괄적으로 간편하게 검색할 수 있는 국내 최대의 법률 데이터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

총 177만 건 이상의 판결문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판례 내용을 편하게 찾아볼 수 있으며, 밑줄치기 및 알람 기능 등도 갖추고 있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AI 기반으로 유사 판례를 검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판사별 판결 성향도 알아볼 수 있다.

국내 전체 변호사의 1/3이 넘는 총 1만 1000명의 변호사가 이용 중인 엘박스는 향후 B2C 비즈니스를 넘어 리걸 파이낸스로의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리걸테크 시장은 초기 단계로, 이제 막 태동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규제와 관련 업계 간의 갈등으로 걸음마를 떼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무부 리걸테크TF 관계자는 “TF 논의가 리걸테크 산업 전반이 아닌 로톡과 변호사단체 간의 갈등을 촉발한 법률 플랫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리걸테크 범위 설정이나 산업 성장을 위한 해법 등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저작권자 © K글로벌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