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발효된 ‘GDPR’으로 개인정보 사용 어려워지자 AI 영상 비식별화 솔루션 개발
딥핑소스, AI로 개인정보는 가리고, 데이터로만 활용할 수 있도록 수집해

[K글로벌타임스] 2018년 유럽에서 ‘GDPR(일반개인정보보호법)’이 발효됐다. 인공지능(AI)이 무분별하게 사람들의 정보를 모으면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에 유럽이 강력하게 조치한 것이다.

개인정보 규제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사업적으로 가치가 있는 데이터 수집 및 사용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어둠 속에도 길은 있다. 개인정보 규제로 인해 사업 위기에 처한 글로벌 기업을 보며 2018년 딥핑소스(대표 김태훈)가 설립됐다. 딥핑소스는 AI를 통한 영상 데이터 비식별화 솔루션을 제공하며 어둠을 밝히는 별이 됐다.

 

전 세계적 개인정보보호 흐름에 신시장 개척

기회는 언제나 위기의 얼굴을 하고 온다. 당시 인텔에서 영상 인식과 AI 프로세서 프로젝트를 이끌던 딥핑소스 김태훈 대표는 GDPR이 도입되면서 관련 프로젝트를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이때 김 대표는 기회를 엿보았다. 그간 AI로 무분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면, 선별해서 개인정보를 수집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딥핑소스의 AI 영상 비식별화 솔루션 [사진=딥핑소스]
딥핑소스의 AI 영상 비식별화 솔루션 [사진=딥핑소스]

즉, AI로 식별이 가능한 개인정보는 가려서 오로지 데이터로만 활용할 수 있도록 수집하는 것이다. 딥핑소스의 핵심 기술은 영상 속 데이터를 비식별화 데이터로 전환하는 것이다.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에 찍힌 영상이 딥핑소스의 AI 박스를 거치면 육안으로는 알아볼 수 없는 노이즈 화면으로 바뀐다. 대신 AI는 화면 속 객체를 인식하고, 이를 텍스트로 제공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내용을 논란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기존에도 비식별화 데이터 서비스가 있었다. 하지만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사물만 가려서 오류가 많았다. 팁핑소스는 전체 화면을 가리고 AI만 알아볼 수 있도록 기술력을 고도화해 정확도를 높였다. 단, AI 역시 영상 안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저작권 기술로 불법 복제 막아

딥핑소스는 위와 같이 남녀노소, 인종, 집단에 대한 정보를 가린다. [사진=딥핑소스]
딥핑소스는 위와 같이 남녀노소, 인종, 집단에 대한 정보를 가린다. [사진=딥핑소스]

비식별화 기술을 바탕으로 딥핑소스는 저작권 관련 기술 두 가지를 보유하고 있다. 영상을 100만 개 이상 촬영했다고 가정하자. 누군가 목적을 가지고 영상을 도용할 수 있지만, 영상 촬영자는 워낙 많은 수의 영상을 찍었기에 도용당한 영상이 자신의 것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딥핑소스는 저작권 보호에 사용하는 워터마크처럼 영상 촬영자가 알아볼 수 있도록 도장을 찍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딥핑소스의 AI는 도장이 없는 듯 화면을 처리해 원래 데이터 가치를 유지하면서 저작권을 보유한다.

두 번째는 AI에게만 중요하게 보이는 정보를 데이터에 삽입하는 기술이다. 사람이 보기에는 강아지 사진인데, AI는 딥핑소스가 삽입한 교란 정보로 강아지로 인식하지 못한다. 이렇게 교란 정보를 넣으면 데이터를 훔쳐가도 AI 학습에 사용하는 데 적합하지 않게 된다.

딥핑소스 김태훈 대표는 “딥핑소스 핵심 기술은 영상 데이터의 익명화다”라며 “데이터 개인 권리를 보호함과 동시에 AI 기술 진화에 기여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 비롯 해외에서 딥핑소스 러브콜

딥핑소스 AI 영상 비식별화 솔루션은 현재 인텔이 도입해 얼굴인식 AI 기술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향후 딥핑소스와 인텔은 자율주행 분야로도 확장해 협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딥핑소스는 데이터 현지화, 제어 솔루션 제작 등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일텔 자회사 모빌아이를 지원한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의료 데이터에 익명화 기술을 적용,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난독화와 AI 판독 기술 고도화에 활용 중이다. 최근에는 놀이공원, 수족관, 대형마트 등에서도 고객 동선과 수요 분석을 위해 CCTV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전자, 보쉬, 삼성화재 등도 딥핑소스 고객이다.

끊임없이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지는 AI 스피커, 얼굴 인식 등의 기술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데이터 익명화 파생 기술로 불법 복제를 차단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딥핑소스는 데이터 판매 플랫폼 ‘나초스’ 등을 운영 중이다. 나초스는 기업의 데이터 활용을 위해 데이터를 가공해주고 사업을 위한 데이터를 판매한다. 나초스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한 빅데이터 생성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또한 수집된 데이터를 익명화 처리해 가공 및 공유할 수 있다.

그러나 AI도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하면 그것을 배우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딥핑소스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AI에 투입해 남녀노소, 국가나 인종, 집단 등과 상관없이 공평하게 작동하도록 한다.

딥핑소스 김태훈 대표 [사진=딥핑소스]
딥핑소스 김태훈 대표 [사진=딥핑소스]

향후, 딥핑소스는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 등 해외진출을 꾀할 방침이다. 국내의 주요 유통기업들을 비롯한 일본과 미국, 유럽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되면서 딥핑소스의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미국은 대형마트와 협의 중이다.

규제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딥핑소스는 신시장을 개척하며 시장의 수요를 확인했다. 이들의 기술이 어디까지 활용될지 기대된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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