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대상 활성화 정책, 오히려 성장 제동하는 '보이지 않는 규제'
양적 확정에 집중한 규제샌드박스, 사후관리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
업계 "정부의 현장소통, 규제개선 의지 있어야 글로벌 스타트업 발돋움 할 것"

최근 개최된 제5차 금융규제혁신회의.[사진=금융위원회]
최근 개최된 제5차 금융규제혁신회의.[사진=금융위원회]

[K글로벌타임스]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과정은 멀고도 험하다. 혁신적인 서비스와 제품을 보유하더라도 정부의 규제에 막혀 사업을 전개하지 못하는 경우도 대다수다. 글로벌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서 정부가 해야할 역할은 무엇일까?

 

◇ 시장 활성화 위한 지원정책의 '명과 암'

금융규제샌드박스 내용.[사진=금융위원회]
금융규제샌드박스 내용.[사진=금융위원회]

정부는 스타트업 육성에 공을 들였다. 국내 스타트업들의 성장과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큰 틀의 취지다. 이러한 취지를 반영한 결과물이 바로 '규제 샌드박스'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 혹은 유예 시켜주는 제도로 신기술이나 서비스가 국민의 안전에 저해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임시허가’나 ‘실증특례’를 받아 사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오래된 법령이나 규제가 신사업의 발전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간을 벌어주고 그 동안 제도를 고치겠다는 취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금융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가 각각 샌드박스를 운영하고 있고 국무조정실이 이를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3년간 규제 샌드박스 혜택을 본 신기술 사업은 총 632건이며, 샌드박스에 참여한 기업들은 4조 8837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처럼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규제 샌드박스. 그러나 이 이면에는 정부의 의도와 다른 보이지 않는 규제도 존재한다. 일부 신기술 스타트업들의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사업할 수 있는 것만 법이 정해주는' 포지티브식 규제가 만연한 것이다. 다시말해 당장 '돈'이 되는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만 혜택을 주는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실제 현장에서도 규제 샌드박스로 인한 장점과 더불어 심사과정과 지원과 관련된 불만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구체적인 심사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사업이 무기한 미뤄지거나 이 기간을 버티지 못한 스타트업이 아예 도산하는 경우도 있어서다. 이 같은 개선방안은 꾸준히 지적되지만 정작 업계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안정성’과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다시말해 기존 업계를 침해하거나 모험이라고 판단되는 사업모델에 대해서는 오히려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댄다고 설명할 수 있다. 정부부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산업을 제도권에 들이는 시도인 만큼 안정성이 바탕되어야 규제 특례를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19년 4월 ICT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한 한 소규모 화물 스타트업의 경우 아직도 서비스와 관련된 규제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기존 법령(화물자동차운수법, 여객자동차운수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업 모델로 틈새시장을 공략했으나 이해 당사자들과의 갈등을 우려한 국토교통부의 결정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 발간한 ‘디지털경제와 규제혁신’ 보고서에서도 "양적 확장에 집중해 적절한 사후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등 실질적이고 체감 가능한 규제 불확실성 및 규제 공백 해소에 한계를 노출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스타트업 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는 혁신 기술에 대한 상용화를 앞당겨 준다는 취지인 것과 동시에 정부가 정해놓은 운동장에서만 활동하라는 제도"라며 "규제 아닌 규제를 없애고 이해관계자들과의 갈등 조율,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역할, 규제혁신과 갈등 중재

한덕수 국무총리가 새 정부 규제혁신 추진방향을 브리핑하고 있다.[사진=국무조정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새 정부 규제혁신 추진방향을 브리핑하고 있다.[사진=국무조정실]

그렇다면 정부가 해야할 일은 뭘까? 업계에서는 현장과의 소통을 통한 과도한 규제개선과 기 진출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갈등 중재 역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불철주야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기술과 혁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규제라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있는 실정이다. 최근 정부가 스타트업과 관련된 규제 개선과 지원정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8월 혁신금융서비스를 내실화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심사체계 개편△운영의 안정성 및 예측 가능성 제고△지원체계 개편 등 크게 3가지 계획으로 이뤄졌다. 신속·정확한 심사를 지원하는 ‘전문가 지원단’을 구성해 전문·객관성에 기반한 판단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 핀테크 혁신펀드 규모를 1조원으로 확대하고, 연간 2000억원 이상 정책금융을 공급하기로 발표하면서 관련 스타트업의 성장 지원에도 나섰다.

과학기술부도 최근 플랫폼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규제와 진흥을 모두 포괄하는 다각도의 정책을 추진하고, 업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디지털 플랫폼 발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기획재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함과 동시에 민간 중심 벤처 모(母)펀드 조성, M&A 규제 완화 등 내용을 담은 '중소·벤처기업 위기극복 지원 및 중장기 경쟁력 강화 방안' 및 자금·인력·M&A 등 지원을 통한 민간중심 벤처생태계 구축 방안'도 제시했다.

규제개선과 더불어 시장의 목소리를 기울인 대책마련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국회 스타트업연구 모임 유니콘팜이 개최한 ‘공정위 M&A 심사기준 강화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 토론회’의 모습.[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국회 스타트업연구 모임 유니콘팜이 개최한 ‘공정위 M&A 심사기준 강화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 토론회’의 모습.[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한 예로, 공정거래위원회는 규모가 큰 플랫폼 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는다는 취지로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 작업에 착수한 것과 관련해서 스타트업업계는 생태계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들어와선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가 커지며 스타트업도 '생존'이 중요해졌고, 이에 따라 M&A가 엑시트(투자 후 출구 전략) 통로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는 것이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센터장은 "기업결합 심사기준이 강화되면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우 규제는 최대한 피해야 하지만 동시에 글로벌 기업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해외 스타트업으로 눈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기존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기업과 스타트업과의 갈등과 관련된 중재자 역할도 요구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현장과 소통하며 신산업·신기술에 대한 길을 열어줘야 할 부처들이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을 이유로 소극적인 행보를 보인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스타트업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이며 글로벌 스타트업 성장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K글로벌타임스 김동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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