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물길 튼 K-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고령화, 의료 비용 등 문제로 디지털 헬스케어 전망 ‘맑음’
선진국 비해 국내 관련 제도 규제 많아...시장 활성화 위해 혁신해야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K글로벌타임스] 동남아시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는 싱가포르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의 통계에 의하면 2012년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45개사였던 반면 2018년 174개사로 증가했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발달돼 있는 싱가포르는 지속적으로 헬스케어 분야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강세다. 특히 원격의료 시장이 두드러지는데, UAE 원격의료 시장은 2019년 1억2100만 달러였으나 매년 28%씩 성장해 2025년에는 5억3700만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국가별 산업 규모 전망[사진:  PwC Korea]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국가별 산업 규모 전망[사진: PwC Korea]

물론 전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전망도 밝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분석한 보건산업브리프(UAE 디지털 헬스케어 최신 전략과 산업 동향)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20년 1418억 달러에 달했으며, 매년 17.4% 성장해 2027년에는 4269억 달러에 이를 예정이다.

 

◇ K-디지털 헬스케어, 해외에서도 통했다

K-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전 세계에서 기지개를 켰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강세인 만큼 ICT 기술을 융합한 K-디지털 헬스케어가 빠른 속도로 해외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올해 5월 의료 AI 전문 기업 코어라인소프트는 독일, 벨기에의 병원에 AI 흉부 진단 제품 ‘에이뷰 엘씨에스 플러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한 번의 저선량 흉부 전산화단층촬영(CT)으로 얻은 영상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하고 정량화해 폐암, 폐기종, 관상동맥질환 위험도를 추정한다. 향후 유럽 전역으로 해외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유전체 빅데이터를 분석해 제2형 당뇨,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 예측 서비스를 개발한 아이크로진도 있다. 아이크로진은 지난 6월 태국시장으로 진출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고, 최근 네이버클라우드, 엔비디아와 손잡아 유전체 데이터 생산 기업,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병원 및 진단검사 기관, 학교 및 일반 연구진 등이 활용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출시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플마인드는 심전도(ECG)를 측정해 혈압·혈당을 측정, 부정맥, 고혈압, 저혈압 등을 감지하는 독보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적용한 ‘버즈큐브’, 원격 진료가 가능한 의료 디바이스 ‘버즈메딕’, 스마트폰으로 셀프피팅이 가능한 스마트 보청기 ‘버즈호렌’ 등을 연동한 서비스로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한다. 

 

◇ 급성장하는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정부도 발맞추나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급성장 중이나 국내 관련 스타트업은 아직 커다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협회가 2021년 기업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363개 기업 중 매출이 5억 미만인 곳이 전체의 40%에 달한다. 그다음은 10억~50억원 19%, 50억~100억원 11%, 500억 원 2% 등의 순이었다. 아직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대답한 기업도 14%나 된다. 

첫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도 적지 않다. 창업 후 2~3년 후 매출이 발생했다고 응답한 기업이 전체의 38%에 이르렀다. 4년~5년 24%, 1년 미만 20%, 10년 이상 6%이 그 뒤를 따랐다. 

K-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지원에 정부 및 유관기관이 손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개발에서 허가까지 전주기 맞춤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의료기기 개발 전 단계에서 기술과 규제 간 정합성을 평가한다. 또한 사전심사를 품질, 비임상, 임상시험 등 분야별로 세분화한다. 나아가 관련 업계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석·박사급 인력 600명, 규제 전문가 9800명 등을 5년간 양성한다.

보건복지부는 미래 헬스케어 기반 조성을 위한 의료 데이터 정비에 나선다. 마이 헬스웨이 파일럿 실증, 의료기관의 디지털 전환, 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이 있다.

 

◇ 제도 혁신 없다면 국내시장은 제자리걸음

정부 및 유관기관의 지원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도 각종 규제와 복잡한 절차, 인허가 등 스타트업 스스로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헬스케어 산업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흐름인 고령화, 의료비 증가, 의료 인력 부족 등이 사회 문제로 손꼽히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헬스케어 관련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 

우선 의료분야의 선두주자인 미국은 1990년 원격 의료를 도입했다. 2010년대에는 원격 의료 허용 질환군을 확대했으며, 2017년 비식별 유전자 정보를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All of Us 프로젝트’를 시행해 2026년까지 100만명의 유전자·생활습관·진료기록 등의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다. 또한 2017년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계획’이 진행되면서 FDA의 ‘Pre-Cert Pilot’에 선정된 기업은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의 인허가 과정이 단축됐다. 

유럽도 정부의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특히 ‘데이터’를 의료산업 디지털 전환의 필수 자원으로 강조하며 데이터 기반 정밀의료를 주요 과제로 내세운 ‘호라이즌 2020’과 유럽인 3억명의 의료 데이터 표준화를 목표로 하는 ‘에덴 프로젝트(2018)’이 대표적이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프랑스는 2025년까지 연간 23.5만명의 데이터를 구축할 예정이며, 핀란드는 2017년부터 7년간 50만명의 유전자 정보를 수집한다. 또한 2012년 세계 최초로 유전체 분석 ‘10만 게놈 프로젝트’를 시행한 영국은 이미 2018년에 목표한 10만명을 달성했다.

우리나라 원격의로 추진 과정[사진: PwC Korea]
우리나라 원격의료 추진 과정[사진: PwC Korea]

우리나라는 아직 원격 의료가 법적으로 제정되지 못한 상황이다. 1988년 농어촌 의료취약지역에서 최초 도입을 시도했으나 시범사업만 현재까지 30년 넘게 발이 묶여 있는 것.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약 2년간 원격 의료를 한시적으로 시행하면서 원격 의료가 법제화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도 기회는 있다. 관련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 해외시장으로의 진출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디지털 치료제 미래 전망 및 해외진출 전략’ 세미나를 비롯해 미국과 독일에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과 함께하는 로드쇼 등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근본적인 문제 원인이 해결되는 게 가장 좋을 터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관련 제도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제도 혁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나라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육성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K글로벌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