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 벗고 바이오 스타트업 육성 나서
셀트리온, 대웅제약, 한미제약 등 바이오 스타트업 육성 위한 오픈이노베이션 박차
미국 이어 태국까지 진출 길 뚫은 메디허브, 300% 성장 가도 달리는 바이오컴 주목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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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글로벌타임스] 우리나라에서 바이오 분야는 가뭄에 씨가 말랐다. 너무 과격한 비유이긴 하지만 틀린 사실도 아니다. 투자받기도 어려울뿐더러 연구개발 비용이 막대하고, 또 신약 개발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되어 늘 자본에 허덕이다 문을 닫는 경우가 부지부수기 때문이다. 투자가 연쇄적으로 일어나야 하지만 그런 경우는 좀처럼 없다. 바이오는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산업이다. 바이오를 현재처럼 외면하다가는 반드시 대가가 따를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민관이 협력해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섰다.

 

◇ 정부, 어떻게 바이오 스타트업 육성하나?

올 상반기 바이오‧의료 벤처투자는 6758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7% 감소했다. ICT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같은 기간 69% 급증해 1조 4927억 원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는 코로나 엔데믹 등이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바이오 시장 규모는 인구 고령화와 건강 수요 증가 등과 맞물리며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시장소자기관 프레스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제약 시장 규모는 2020년 2654억 달러에서 2030년 8651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정부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 방안 중 민간투자 부문 [사진=정부부처]
정부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 방안 중 민간투자 부문 [사진=정부부처]

정부는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 방안’을 지난 7월 발표했다. 2026년까지 13조 원 규모의 바이오헬스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고, ‘K-바이오‧백신 펀드’ 등을 조성해 민관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K-바이오‧백신 펀드는 민관 합동으로 올해 5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향후 1조 원까지 확대해 바이오헬스 분야의 민간투자 활력을 제고한다. 또한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을 지원하는 약 2.2조 원 범부처 사업을 오는 2030년까지 추진한다.

단축되는 인허가 과정 [사진=정부부처]
단축되는 인허가 과정 [사진=정부부처]

규제 혁신도 이뤄진다. AI 및 디지털 등 혁신 의료기기는 인허가 후 비급여로 사용 가능하도록 개선해 상용화까지 가는 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규제로 가로막힌 바이오의 경우를 위해 바이오헬스 특화 규제 샌드박스도 신설한다.

이 외로는 주요 바이오헬스 기술의 ‘신성장 원천기술’을 추가 선정해 일반 연구개발 대비 세액공제를 우대하며, 백신 원부자재 및 장비 제조기술 등 확보를 위해 인센티브 확대, 글로벌 기업 투자 적극 유치 방안을 내놓았다.

 

◇ 바이오 스타트업 육성 위해 직접 나서는 거대 바이오‧제약사들

셀트리온은 지난 2020년부터 신한금융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민간 주도 프로그램인 '신한스퀘어브릿지 인천'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혁신신약 ▲바이오 소부장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등 송도 내 바이오밸리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유의미한 성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약 2년간 50여 건 이상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추진 및 검토해왔으며, 혁신 신약과 바이오 소부장,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 다양한 바이오 스타트업과 협력을 진행했다. 혁신 신약에서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을 개발하는 피노바이오가 그 예다. 셀트리온은 피노바이오를 직접 발굴해 스타트업파크 조성사업과 연계하고 ADC 링커-페이로드 플랫폼 기술의 동물 효능 검증을 지원했다. 지난 10월에는 피노바이오와 ADC 링커-페이로드 플랫폼 기술실시 옵션 도입 및 지분투자,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ADC 신약 개발에 돌입했다.

대웅제약과 한미약품도 자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인재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최근 ‘제1회 이노베어 창업스쿨’을 진행하며 세포 유전자 치료제 혁신 신약 약물전달체(DDS)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4곳을 선정했다. 예비 창업기업으로 꼽힌 기업들은 대웅제약의 R&D 자금 및 액셀러레이팅 지원을 통해 1년 내 법인을 설립하게 된다. 2024년 완공 예정인 마곡 대웅 이노베이션 큐브(DIC)를 바이오 스타트업 창업 액셀러레이팅 전문 시설로 구축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송도의 바이오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계획을 구상 중으로, 바이오 스타트업 R&D 지원을 위한 자금 조달을 검토하고 있다.

 

◇ 해외진출 물꼬 튼 ‘메디허브’와 순조롭게 성장 중인 ‘바이오컴’

의료용 디지털 자동 주사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메디허브가 지난 7월 미국 의료기기 전문 유통 기업인 벡터네이트(Vectornate)와 500만 불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치과 마취 주사 통증 감소 효과가 입증된 메디허브의 디지털 무통마취기 ‘아이젝(i-JECT)’이 본격적으로 미국에 진출한 것이다. 특히 미국 의료기기 시장은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의 약 43%를 차지하고 있어 향후 다른 국가로의 진출도 용이해 보인다. 아이젝은 2021년 산업통산자워부가 주관하는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된 바 있다.

왼쪽부터 메디허드 염현철 대표, 태국 부총리 쭈린 락사나위싯, 바이오엑티브 대표 [사진=메디허브]
왼쪽부터 메디허드 염현철 대표, 태국 부총리 쭈린 락사나위싯, 바이오엑티브 대표 [사진=메디허브]

또한 미국에 이어 태국에도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태국 의료기기 전문 유통사인 바이오엑티브(Bio Active)와 175만 달러 규모의 아이젝(i-JECT)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미국에 이어 아세안 국가 중 최대 의료기기 시장 규모를 가진 태국으로의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며, 해외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치과용 무통마취기 아이젝 에스티(i-JECT ST)는 2019년 출시 후 FDA 등록을 마친 뒤 약 1년간 벡터네이트와 미국 현지시장 조사와 샘플 테스트를 통해 안전성과 시장성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 메디허브는 필러용과 백신용에 이어 반려동물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동물용 자동주사기까지 개발했으며, 관련 기업과 협업을 준비 중이다.

AI 알고리즘으로 사용자에게 맞춤형 건강관리 제공하는 바이오컴 [사진=바이오컴]
AI 알고리즘으로 사용자에게 맞춤형 건강관리 제공하는 바이오컴 [사진=바이오컴]

바이오 데이터 분석 및 기능 영양학 솔루션을 기반으로 비대면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이오컴은 2022 제6회 4IR Awards(4th Industrial Revolution Awards)에서 바이오헬스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바이오컴은 음식물과민증 검사, 모발미네랄 검사, 장내세균 검사를 주로 서비스하며,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모발 속의 미네랄 및 중금속, 혈액을 분석해 얻은 바이오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1:1로 맞춤화된 영양, 식단, 운동, 생활습관 상담을 제공하며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블리스바인벤처스에서 투자 유치에 힘입어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으며, 올해 약 300% 수준의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는 벤처캐피탈의 역할이 컸다. 바이오컴 정희용 대표는 “블리스바이벤처스는 투자 외에도 지속적으로 전략 제언을 해줬다. 창업도약패키지, 투자 연계 보증도 추천해 사업 초기부터 성장 궤도가 안정적인 그래프를 그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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