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실버산업, 어디까지 커지나
SNS, IT 제품 사용에 거부감 없는 고령층...실버산업, 이제 디지털화돼
미국, 일본의 실버테크 기업과 국내 실버테크 기업 “서비스 고도화될 것”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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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글로벌타임스] 저출산·고령화 시대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고령화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독일, 이탈리아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203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초고령사회에 돌입한 국가가 무려 34개국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초고령사회는 노인인구가 전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사회다.

나이 드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하지만 ‘얼마나’ ‘어떻게’ 건강하게 사느냐는 본인의 의지다. 물론 여기에는 정부의 지원도 한몫 할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사회보험제도가 마련된 나라와 미국처럼 민간보험만 있는 나라가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사회보험제도가 사회 사각지대까지 손을 뻗을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이러한 때, 노인의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실버테크 시장이 뜨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실버테크 산업은 첫 걸음마 수준으로, 해외의 실버테크 산업과 비교·분석하며 시장 전망에 대해 살펴본다.

 

◇ 글로벌 실버시장 1위 미국, 베이비붐 은퇴로 시장 활성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실버테크 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ICT 기술에 대한 고령층의 관심이 증가했으며, 고령층의 SNS 사용량도 늘어났다.

글로벌 소비시장조사 기업 에릭슨컨슈머랩에서도 이와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 영국, 한국 등 12개국에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노령 소비자 중 10명 중 7명이 AR 및 VR 관련 첨단 기기를 사용할 의향을 가지고 있다고 나왔다. 나아가 코로나 시국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데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가 도움되었다고 평가했다.

실버시장 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미국이다. 2021년 World Data Lab에 의하면 미국의 실버시장은 2025년 약 3조 50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력도 높다.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자녀인 MZ세대보다 자산과 연금소득이 많아 은퇴 이후에도 소비 수준이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어엔젤 서비스. [사진=케어엔젤]
케어엔젤 서비스. [사진=케어엔젤]

미국의 실버테크 산업의 대표적 주자는 케어엔절과 렌데버를 꼽을 수 있다. 케어엔젤은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돌봄 서비스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AI가 독거 고령층의 일상생활을 모니터링하며 위험을 사전에 예측한다.

2014년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시작한 케어엔젤은 2016년부터 음성인식 AI를 노인 돌봄 서비스에 활용했으며, 특히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데 취약한 고령자들을 위해 시스템을 단순화했다. 이용자의 만족도도 높다. 평균 72세 고령층 514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83%가 케어엔젤을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가 향상되었다고 응답했으며, 80%는 케어엔젤이 가족들과 돌봄 유대감을 증대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답했다.

렌데버는 가상현실 콘텐츠를 제작 및 보급해 집 또는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고량자의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한다. 이를 통해 컵케이크 제작 과정이나 슈퍼볼 우승팀의 퍼레이드 등을 실감나게 체험하며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세계 각국의 장소를 설정하면 자신이 그곳에서 경험한 일을 친구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 나아가 최근에는 고령자의 신체적 운동 능력 증진을 위해 움직이면서 할 수 있는 VR 게임을 자체 제작해 제공하고 있다. 최대 10명이 함께 즐길 수 있어 실버타운이나 주간보호센터 등에서 활동 프로그램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 고령화가 일상 된 일본, 스마트폰 사용 익숙한 고령층 타깃

고령사회라면 일본도 빼놓을 수 없다. 2025년 일본의 실버시장은 100조 엔을 돌파하는 대형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일본의 고령자들도 스마트해지고 있다.

2019년 메디플러스연구소가 일본 국민 14만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건강관리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60대 이상 응답자 중 남성이 15.5%, 여성이 16.1%가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50대는 남성 12.7%, 여성 11.9%에 달했으며, 이는 30~40대 응답자에 비해 높은 수치다.

프라임스의 식도 확인 넥 밴드. [사진=프라임스]
프라임스의 식도 확인 넥 밴드. [사진=프라임스]

일본의 스타트업 프라임스는 고령층이 음식물을 잘 삼키고 있는지 확인해주는 넥 밴드를 개발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노화 등으로 인해 음식을 삼키는 기능이 퇴화하면 음식이 식도가 아닌 다른 기관에 들어가 폐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프라임스는 간병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넥 밴드를 개발했으며, 이 넥 백드를 착용하면 안쪽에 구비된 센서가 올바르게 음식물이 섭취되고 있는지 그 여부를 확인한다. 판별 정도는 97%다.

낙상 사고를 방지하는 콜로반도 있다. 프론테오가 개발한 콜로반은 병원에 입원 중인 고령층의 낙상 및 추락 사고를 AI로 제어하는 솔루션을 제시한다. 환자의 병력과 복용하고 있는 약 등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일주일 후 낙상이나 추락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일본 후지 현에 있는 웰페어테크노하우스(WHT)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혁신 기술이 접목된 하우스로, 욕실, 침실 등에 혈압, 심박수, 배뇨량, 체중 등 다양한 생체기능을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자동으로 작동되는 이 시스템은 고령자가 잠을 자거나 목욕, 또는 화장실을 이용 중일 때 생체 데이터를 측정해 주치의에게 자료를 전달한다.

 

◇ 한 걸음씩 나아가는 국내 실버테크, 후진 없이 전진

우리나라는 음성인식 기반의 AI 스피커와 결합된 ICT 돌봄 서비스가 이미 시장에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이 외에도 스마트 스위치, 문 열림 감지센서 등 다양한 돌봄 서비스가 있다.

한국시니어연구소의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 서비스. [사진=한국시니어연구소]
한국시니어연구소의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 서비스. [사진=한국시니어연구소]

2019년에 설립된 한국시니어연구소는 방문요양센터를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 하는 실버테크 스타트업이다. 자체 개발한 실버테크 솔루션을 방문요양센터의 낙후된 운영 환경 등 고질적 문제 해결에 적용해 디지털 기반과 아날로그 정서가 융합된 ‘디지로그(digilog)’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이에 설립 2년 만에 국내외 투자사로부터 누적 123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한국시니어연구소는 국내 노인요양시장 규모가 10조 원, 재가요양시장 규모가 5조 원을 돌파한다는 데 주목했다. 노후된 시설도 문제였지만, 행정분야에 다양한 문제점이 있음을 깨달은 후 재빠르게 혁신 기술과 접목한 디지로그를 세상에 내놓았다.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치매를 비롯해 우울증, 고독사를 예측하는 미스터마인드도 있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인형을 통해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특히 이 인형은 대화에서 습득한 정보를 기반으로 고령자의 감정을 분석한다. 또한 건강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올해 15억 원 규모의 프리A 투자유치를 마무리하면서 미스터마인드의 성장 잠재력을 확인했다.

현재 전 세계는 실버테크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 고령자의 이동성을 보장해주는 자율주행 등 서비스가 고도화될 전망이며, 특히 스마트 기술에 익숙하고, 또 배우고자 하는 고령자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관련 시장이 더욱 커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더 빨라졌다”며 “고령층도 스마트폰 등의 IT 제품 사용에 적응하면서 신기술을 접목한 실버테크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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