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규모가 낮은 AI 스타트업, 초기 투자 단계에 그치는 데 많아
국민이 AI 기술 체감하지 못한 탓에 시장수요도 적은 편
인적자원, 데이터 확보 및 공유, 국민 공감대 형성이 관건

[K글로벌타임스] AI 전성시대다. 제조업부터 시작해 의료·헬스케어, 금융, 물류·유통 등 AI와 결합하며 고도의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AI 생태계도 어느 정도 안착되었다. 하지만 아직 완벽한 수준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엑시트와 벤처캐피탈의 투자 규모가 작다는 사실이다.

캐나다 IDRC의 정부 AI 준비지수를 보면, 벤처캐피탈 투자 규모는 급속도로 상승 중이나 미국, 중국 등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경제 규모를 고려하더라도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우리나라 AI 스타트업의 글로벌 활약도 미미하다. CB Insight는 매년 전 세계 약 6,000개 이상의 AI 스타트업 중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100개의 스타트업을 선정한다. 여기에 이름을 올린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2021년 뤼이드뿐이다. 내수시장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보니 글로벌 스케일 확보가 다소 부족한 것이다.

 

◇ 투자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AI 스타트업 많아

국내외 공통적으로 AI가 가장 활발하게 도입될 산업은 의료·헬스케어, 제조, 금융, 운송·자동차다. 의료·헬스케어를 예로 들자면, 전 세계가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의료비 증가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질병을 진단 및 예측하거나 개인 맞춤형 치료, 신약 개발 지원 등에 활용 중이다. 이와 관련된 스타트업도 많다. 플라즈맵, 쿼드메디슨, 리브라이블리 등이다.

스타트업 얼리얼라이언스 보고서. [사진=K글로벌타임스]
스타트업 얼리얼라이언스 보고서. [사진=K글로벌타임스]

국내 AI 스타트업 중 의료·헬스케어 사업을 영위하는 스타트업 수도 1위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헬스케어가 20.6%를 차지했으며, 엔터테인먼트(16.8%), 교육(7.2%), 광고 마케팅(6.5%), 금융(6.2%)이 그 뒤를 잇는다.

투자유치 단계는 대부분 초기에 머물러 있다. 60.5%가 초기 투자 단계인 시드~프리A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전체 스타트업이 49.6%인 점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높은 수치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AI 스타트업의 투자가 상대적으로 낮은 배경에는 시장수요 부족, 우수인재 확보 어려움, 까다로운 법적 규제가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AI 스타트업은 뛰어난 기술 역량을 보유했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장 수요가 있어야 한다. 사회적 인식이 아직 AI 기술에 대해 낯선 경향이 있어 AI에 대한 사회적인 이해와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수요 부족은 모든 문제점과 연결된다. AI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공감대가 없으니 우수인재가 AI 분야로 진출하지 않을 터고, 규제 역시 AI 시장이 작아 규제를 풀지 않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AI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 B2B 위주의 비즈니스, 국민 공감대 형성 어렵게 해

국민의 이해도와 다르게 대기업은 AI의 중요성을 일찍이 간파하고 R&D 투자와 M&A를 통해 AI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AI 투자를 시작했으며, 다양한 AI 포럼을 진행해오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그보다 3년 일찍 ‘현대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했으며, SK는 2018년부터 AI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했다.

[사진=서울연구원]
[사진=서울연구원]

그러나 엑시트 및 벤처캐피탈 투자 규모가 적다는 한계가 꾸준하게 AI업계에서 제기되어 왔다. 우리나라 벤처캐피탈 투자는 2019년 약 4조 3000억 원이며, 전체 투자액의 5.3%밖에 안 된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우리나라의 65.7배, 57.5배로 나타났다.

이 역시도 자연어 처리 분야와 컴퓨터 비전, 지능형 자동운전 분야에서만 두각을 나타낼 뿐, 머신러닝 기술, 로봇공학 및 자동화, AI 서비스는 하위권에 속한다. M&A도 아산나눔재단에 따르면 2018년 기준 3%에 그쳤으며, 이는 미국의 43%, 유럽의 35%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낮은 수치다.

우리나라 AI 스타트업의 주된 비즈니스 대상은 B2B가 가장 높게 나왔다. 그 뒤를 이어 B2C, 그리고 B2G의 순이다. 특히 B2B 비즈니스만 하는 AI 스타트업은 39.2%며, B2C 24.4%, B2G는 1.4%다. 이를 분석해보았을 때, 많은 AI 스타트업이 일반 고객보다는 기업과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기에 기술 수준이 상당히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은 체감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 AI 생태계의 고질적 문제들...어떻게 해결하나?

미국은 집단지성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AI 산업 활성화를 위한 개방형 방식의 경진대회를 정부 및 민간이 주도하고 있다. 정부 주도 대표 경진대회는 ‘챌린지.gov’다. 사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에게 해결과제를 공개하고 이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25만 명 이상이 참가하고 있다.

민간 주도는 구글이 운영하는 ‘캐글’이다. 기업이나 단체에서 데이터와 해결과제를 등록한 후, 개발자들 간의 경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캐클은 약 100만 명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1만 9000개 데이터 셋과 20만 개 소스코드를 개방했다.

물론 우리나라도 AI 경진대회가 있다. 바로 ‘인공지능 문제해결 경진대회’다. 사회에서 유발되는 문제들을 AI로 해결하는 범국민 대회지만 2020년 이후 개최되지 않았다.

경진대회는 우수인재를 발굴하는 하나의 통로다. 또한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국민의 AI 이해도를 한 차원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캐글은 소스코드를 공개하며 데이터 확보 및 공유 차원에서 더욱 인재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우리나라의 AI 스타트업은 고질적인 생태계 문제로 ‘인적자원 확보’, ‘데이터 확보 및 공유’, ‘인공지능 기술 응용분야 확대’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꼽는다. 인공지능 기술 응용분야 확대의 경우, 실제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산업 분야는 상당히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국방, 법, 건축, 항공우주 등이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분야에서 우리나라 AI 생태계는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독일 최초의 AI 전략 'Al Made in Germany'. [사진=정보통신산업진흥원]
독일 최초의 AI 전략 'Al Made in Germany'. [사진=정보통신산업진흥원]

독일은 AI 챌린지를 개최하며 혁신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한다. 나아가 정부 행정에 AI를 선제적으로 적용하는 등 공공 수요를 늘리고 있으며, 국제 협력 및 다자간 대화를 통해 AI 산업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연방정부 차원에서 AI의 대국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사회적 대화와 교육을 추진 중이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2020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데이터 산업계에 부족한 순수 데이터 전문인력은 5900여 명에 달하고 2025년까지 1만 2000여 명이 더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AI 업계에서는 꾸준하게 AI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이해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그 저변에는 프라이버시 침해 및 윤리 이슈가 깔려 있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하는 과제다. 데이터 확보 및 공유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된 규제가 최소화될 뿐만 아니라 대기업 위주로 독식되는 데이터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투자유치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AI 관련 교육 인프라를 조성해 AI 기술에 대한 사회적인 이해와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또한 양질의 데이터를 거래하고 유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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