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 원장/TI Global 한국대표 
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 원장/TI Global 한국대표 

'환경 감수성'은 넓은 마음과 지혜를 갖추고 지구가 얼마나 쉽게 파괴될 수 있는지 인지하는 능력이고 먹는 방식, 출퇴근하는 방식, 추위와 더위를 이겨내는 방식의 고민거리를 행동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바라봐야 하고 지구 환경 보호와 생물 다양성 존중은 우리 모두의 가장 절실한 일임을 명확히 느끼고 행동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런 ‘환경 감수성’이 뛰어난 소셜 벤처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육군 포병 부대에서 복무 중이던 양승찬 상병에게 2017년 6월 기회가 찾아왔다. 스파크와 국방부가 주관한 현역 군인들이 창업 아이디어를 겨루는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 대회가 열린 것이다. 서울대 화학생명공학부를 휴학 중이던 양 상병은 불가사리 추출물을 제설제 보완 원료로 쓴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제설제는 눈을 녹이면서 염화이온을 방출한다. 이는 차량 부식, 콘크리트 파손, 가로수 등 식물 피해, 호흡기 질환 등 각종 부작용의 원인이 된다. 불가사리 추출물은 골칫거리인 염화이온을 흡착한다. 제설제에 불가사리 추출물을 넣으면 부식 방지 성능이 개선되면서 부식이 크게 감소한다.

양 상병 팀은 이 아이디어로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 상위 10개 팀 안에 들었다. 그해 11월엔 일반인도 참가하는 본선 대회 격인 ‘도전! K-스타트업’에서 국방부장관상을 받았다. 그는 2017년 12월 초 전역과 동시에 불가사리 추출물을 활용한 친환경 제설제를 만드는 스타스테크를 창업해 양 대표가 됐다. 학교도 그만두고 창업부터 한 이유는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를 하루라도 빨리 사업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바다의 별이라고 불리는 불가사리는 번식력이 뛰어나 멸종될 염려가 거의 없는 생물이다. 마을 어장이나 패류 양식장의 홍합, 굴, 조개 등을 마구 잡아먹기도 해 어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스타스테크는 '쓰레기로 환경을 구하자'라는 슬로건으로 해양 폐기물의 원인인 불가사리를 활용해 친환경 제설제를 만들어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스타스테크가 개발한 친환경 제설제의 제품명은 '에코스트1(ECO-ST1)'로, 기존 친환경 제설제에 비해 친환경성·경제성·융빙성·사용성·안정성 등이 모두 뛰어나다는 평가다. 불가사리 추출물이 제설제의 염화이온을 중화시키는 원리인데, 이를 통해 철 부식률을 0.8%로 낮췄고 눈 녹이는 효율은 66% 더 높다. 정부가 해마다 불가사리 퇴치와 소각에 70억원 가까운 돈을 쓰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제설제 한 포대(25㎏·2만 원)로 7만1,000원의 사회적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스테크는 2019년에만 버려지는 불가사리 200여 톤을 수거해 제설제를 제조, 매출 30억원을 올렸다. 2020년에는 불가사리 400톤 이상을 활용해 제설제 및 콜라겐을 만들어 매출 100억원을 돌파할 예정이고 세계 제설제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북미 시장에 진출 중이다. 또한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하는 ‘2020년 아시아 글로벌 리더 300인’에 한국의 청년 스타트업 CEO로 당당히 선정되는 영광을 얻었다.

또 다른 소셜 벤처 스타트업인 티에이비 오환종 대표는 수질 오염으로 고통을 겪는 아프리카 저개발국 국민의 질병 예방을 위해 단파장 자외선(UV-C) 방식의 물 살균기 '라디스(LADIS: LAmp water DISinffection)' 보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오 대표가 태양광 배터리를 사용해 만든 제품은 페트병과 라디스를 연결한 뒤 안에 물을 따르고 램프를 켜면 2~3분 안에 깨끗한 물로 만들어준다. 한국환경수도연구원에 따르면, 이 기계로 물속의 대장균을 100% 제거할 수 있고, 기생충을 없애는 데도 탁월하다고 한다.

국제연합개발계획(UNDP)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는 사람이 6억5,000만 명이나 된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질, 설사, 대장균, 간염 등 물을 통해 감염되는 수인성 질병이 매우 널리 퍼져 있는 것이다. 오염된 물은 수많은 사람에게 감염성 질병을 일으키는데,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이다. 면역력이 더욱 떨어지는 5세 미만 어린이들은 매일 약 900명씩 오염된 식수로 인한 심각한 설사병으로 목숨을 잃고 있는 실정이다.

오 대표는 기존 정수기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필터를 교체하는 등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반영구적인 UV 램프·LED로 이 문제를 해결한 라디스를 개발했다. 빛의 세기는 1만6,000㎽이기 때문에 투과 시 1분 이내로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등 생물체의 DNA 구조를 파괴시켜 99.97%의 강력한 살균 작용 효과를 통해 사용자에게 수인성 질병으로부터 안전한 물을 제공한다.

오 대표는 라디스 보급 사업이 저개발국에서 빈곤의 악순환 고리 중 하나인 수인성 질병 문제를 예방하여 노동 참여율과 학교 출석률을 높이는 등 빈곤을 퇴치하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차로 우간다 카르와망자와 캬카 난민 지역에서 수인성 질병으로 고통받는 콩고 난민 1,000가구에 라디스를 보급하고, 순차적으로 50만 명에 육박하는 우간다, 콩고 난민들에게 보급한 후 2차로 동아프리카 지역에 거주하는 1억 명에게 제품을 보급하고 향후 미얀마, 인도네시아, 캄보디아의 주민들을 위해 국제기구·국제 NGO 단체에 제품을 납품해 수인성 질병 예방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두 스타트업 대표를 군 복무 시절부터 멘토링 하면서 느낀 점은 ‘환경 감수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실천을 실행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도 함께 이루는 그들은 대기·토지·수자원의 대량 오염, 생태계 파괴 등 생태학적 재앙을 방지하고 소셜 벤처로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는 우리의 희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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