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 원장/TI Global 한국대표
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 원장/TI Global 한국대표

“장애인 복지수혜자였던 싱글 마더의 아들로 태어나 캠퍼다운 정부 임대주택에서 성장한 사람이 오늘 밤 호주 총리로 여러분들 앞에 설 수 있는 이 위대한 나라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모든 부모들은 그들보다 다음 세대가 더 나아지기를 원한다. 나의 어머니도 나를 위해 더 나은 인생을 꿈꾸었다. 나의 여정이 많은 호주인들에게 별에 도달하는 영감을 주기를 희망한다.”

금년 5월 21일 치러진 호주 총선에서 노동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노동당 대표 앤서니 알바니즈가 호주의 새 총리에 임명되며 한 연설이다. 호주 총선의 결과 8년 9개월 만에 호주 집권 여당이 바뀌게 되었고 이탈리아계인 알바니즈는 호주 최초로 앵글로-켈틱계가 아닌 총리가 되었다.

앤서니 알바니즈 신임 호주총리 (사진 출처 : Prime Minister of Australia 홈페이지)
앤서니 알바니즈 신임 호주총리 (사진 출처 : Prime Minister of Australia 홈페이지)

알바니즈 정부의 등장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호주의 기후 변화이었다. 호주는 2년간의 광범위한 홍수에 뒤이어 일어난 2020년의 기록적인 산불로부터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이다. 자연재해로 파괴되는 집이 늘면서 피해를 보상해주는 주택 보험료가 치솟아 '기후 빈민'에 대한 우려도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석탄 의존도가 높고, 석탄 주요 수출국인 호주는 1인당 탄소 배출량이 세계 상위권이다.

이번 선거에서 자유당 모리슨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6% 줄이겠다고 공약한 반면, 알바니즈가 이끈 노동당은 이보다 과감한 43% 감축을 약속했다. 알바니즈는 총선 승리 후 "우린 이제 호주의 기후 전쟁을 끝낼 기회를 갖게 됐다"며 "호주는 재생 에너지 초강대국이 될 수 있다"는 포부를 강조했다.

기후 정책에 대한 알바니즈의 도전

알바니즈의 공약은 2030년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가 최소인, 세계적인 기후 후진국인 호주가 마침내 기후 변화에 대한 부정과 지연의 접근방식을 포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알바니즈는 이제 기후에 대해 더 멀리, 더 빨리 나아가야 한다는 많은 압력에 직면하게 되었다. 녹색당과 무소속 의원들도 기후 정책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녹색당의 대표인 애덤 밴트는 “새로운 석탄과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금지가 모든 권력 분담 합의에 있어 당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의 2030년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노동당의 43%를 훨씬 뛰어넘는 60% 수준으로 높이자는 요구 캠페인을 벌인 새로운 무소속 의원들도 알바니즈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 행동 옹호자들은 무소속인 잘리 스테걸에 의해 도입된 엄격한 과학과 연구를 시행하고 더 엄격한 배출량 목표를 위한 프레임워크를 설정한 법안을 즉각 실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탄소세 문제도 떠오르고 있다. 노동당은 이전 집권 때 2012년 고정 가격의 탄소세를 도입했으나 자유·민주 연합은 집권 이듬해인 2014년 탄소세를 폐지했다. 알바니즈는 이번 선거에서 대형 온실가스 배출업체들의 배출량을 제한하기 위해 배출권 거래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호주의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과제

단일 숫자나 단일 아이디어에 집착하는 것은 추진력을 저해할 수 있다. 변화를 이끈 요인들이 고착된 대항 세력보다 강력하고 설득력이 있어야 하고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호주도 수십 년 이어온 전통적인 에너지 습관을 끝내거나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은 복잡성과 더불어 원인, 효과, 대응에 대한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와 대립 때문에 그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지연되어 왔다. 2007년도 ‘세계 최초의 기후 변화 선거’를 치룬 호주는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이 어떻게 사회정치적 균열에 의해 지연되었는지 생생하게 경험했다.

빈번한 이상기후현상, 기후 변화에 대한 높은 관심 그리고 알바니즈 정부의 정책적 지향은 적극적인 기후 변화 대응에 유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풍부한 천연자원과 그에 따른 광업 의존적 경제구조, 반대 세력의 저항은 호주 정부의 기후 변화 정책을 지연시킬 강력한 장애물이 될 것이다.

국민을 통합하고 사회서비스 투자를 늘리고, 기후 변화 대책을 강화하겠다는 알바니즈의 약속이 이런 장애물을 이겨내기를 기원한다. 호주인들을 하나로 모아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고 두려움과 분열이 아닌 화합과 낙관주의를 촉진하겠다는 그의 꿈을 응원한다.

알바니즈가 6주 총선 캠페인 기간 중 힘들고 지칠 때마다 되새긴 인생 교훈이 지구를 보호하고 호주를 기후 선진국으로 이끄는 중단 없는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

“어릴 때 나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하면 인생에서 모든 것이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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