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 원장/TI Global 한국대표
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 원장/TI Global 한국대표

최근 대체육류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과거 대체육류는 비건식당 등에서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보기 드물었지만 최근에는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대체육(alternative meat)시장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를 차지할 것이며 2040년에는 일반 육류 시장 규모의 60% 이상을 따라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체육 뿐만 아니라 대체 식품 시장도 마찬가지다.

▶ 대체 식품의 성장 요인

대체 식품 시장의 성장 요인은 다양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업 인식 변화, 채식 인구 증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등이 그것이다. 다양한 기후협약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제품,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 대체 식품 연구도 그중 한 부문이다.

채식 선호 인구의 증가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시장 확보가 보장돼 있다. 국내 채식 인구는 10년 동안 약 10배 증가했다. 국제 채식인 연맹(IVU), 한국 채식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도 기준 전 세계 채식 인구는 1억8000만 명이다.

또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의 약 1/3이 가축사료로 사용되고 있고 가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 총 배출량의 15%를 차지한다. 고병원성 AI,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의 전염병과 함께 항생제, 살충제 등의 문제가 지속 발생함에 따라 기존 축산물을 대신한 고기 대체재 발굴이 시작됐다.

대체육은 진짜 고기처럼 만든 인공고기로 일반적으로 ‘식물성 대체육’을 말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배양육’도 대체육의 범주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대체육은 콩단백질, 밀가루 글루텐 등 식물성 재료를 활용해 식감을 고기와 유사하게 만든 식재료를 일컬으며 ‘콩고기’와 ‘밀고기’가 대표적이다.

대체육은 생산비가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실제 고기에 비해 식감과 풍미 등이 부족해 소비자 선호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반면 배양육은 식물성 원료로 고기 맛을 모방하는 대체육과 달리 실험실과 같은 배양시설에서 살아있는 동물의 세포를 키워서 만든 고기다. 배양육은 생산비가 높고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맛과 향이 진짜 고기와 비슷해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까닭에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 대체육류 시장과 스타트업

코로나19 대유행은 대체육류 수요 증가에 기름을 부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세계 최대의 육가공업체가 문을 닫은 까닭에 미국 코스트코에서 1인당 육류 구매량을 총 3개로 제한하는 등 육류 공급량 부족에 따른 반사효과로 대체육류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대체육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제품으로 시작했지만, 대체육이 지속가능한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기존 대형 식품회사들도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 배양육 역시 매년 더 많은 배양육회사가 새로 생기고 있으며, 배양육 생산 외에도 배지, 지지틀, 생물반응기 연구·개발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도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신세계푸드가 자체 브랜드 ‘베러미트’를 출시하며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노브랜드 버거에서 판매하고 있는 대체육 너겟 ‘노치킨 너겟’도 인기다. 롯데그룹은 대체육 원천기술을 확보해 2019년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선보였다. 밀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치킨너겟과 커틀릿도 출시됐다. 풀무원은 두부면, 두부텐더와 같은 식물성 대체 단백질 식품으로 시장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대체육 대표 브랜드 격인 지구인컴퍼니는 아시아 음식에 맞는 대체육을 주로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지구인컴퍼니가 개발하고 있는 대체육 상품 ‘언리미트’ 시리즈는 퀴노아, 렌틸콩 등과 버섯을 활용해 진짜 고기 맛을 구현하고자 한다. 지구인컴퍼니의 제품은 써브웨이의 ‘얼티밋 썹’, 도미노피자의 ‘식물성 미트’, 편의점 CU의 채식 삼각김밥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멜번에서 론칭해 현재 미국에 진출한 ‘체인지 푸드’(Change Foods)는 최근 진행된 시드 펀딩 라운드에서 1,690만 달러의 자금을 추가해 총 모금액 2,150만 달러를 달성했다. 체인지 푸드는 자체 발효 기술을 이용해 치즈, 버터, 크림 등 대체 유제품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식물성 대체육 시장 성장에 힘입어 호주연방과학연구원(CSIRO)에서 설립된 ‘브이투푸드’(V2food)는 미트프리 햄버거와 소시지에 이어 다양한 닭고기 대체육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호주 햄버거 체인점 ‘그릴드’(Grill’d)는 미트프리 메뉴만 선보이는 ‘임파서블리 그릴드’(Impossibly Grill’d) 매장 2곳(시드니 다링허스와 멜번 콜링우드)을 오픈했다.

미트프리 햄버거, 출처 : V2food 홈페이지
미트프리 햄버거, 출처 : V2food 홈페이지

환경 파괴를 막는 다양한 대체 식품도 등장하고 있다. 커피는 특히 날씨와 토양 상태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작물인 만큼 삼림파괴와 토양오염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 스타트업 오토모는 커피 향과 맛을 그대로 재현한 분자 커피를 개발했다.

▶ 대체육 시장 활성화의 필요성

대체육을 연구하고 운영하는 연구자와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보면 그들은 “고기를 더 이상 섭취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섭취하고 있는 육류 기반 고기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것입니다.”라는 의견을 외친다. 지구를 보호할 수 있는 과학적 선택에 대한 실험을 진행해보자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하고 인류에 기여한다는 미션이다. 대체육 성장을 위해 뛰는 한 스타트업 대표의 떨리는 말 속에서 우리의 갈 방향을 고민해본다.

“우리는 사람들로부터 고기를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계속 고기를 섭취하길 바랍니다. 현재보다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식물성 고기를 섭취하도록 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푸드테크는 아직 세계적인 기준에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배달 기술이나 앱 서비스에 치중되어 있고 아직 사람들이 대체육 식품에 대해서는 ‘불안하다’, ‘맛 없겠다’는 편견이 많습니다. 고기가 육류가 아닌 식물에서 나올 수 있다는 발상이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체 식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교육과 저변 확대가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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