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 원장/TI Global 한국대표
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 원장/TI Global 한국대표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 사망은 누구나에게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삶의 마지막에 대한 논의가 많아지면서 장례계획 수립, 유해 처리나 고인 추억 지원에 나서는 '데스테크(Death Tech)' 기업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용자가 삶을 잘 마무리하고 편안히 세상을 떠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사업 모델은 죽음 준비와 장례, 사후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개인 맞춤형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유언장 작성, 상속·증여 설계부터 유품 정리, 맞춤형 장례식 설계, 사후 추모 서비스를 준비한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 구조 변화로 웰빙을 넘어 웰다잉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장례를 준비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것이 좋은 죽음의 출발점이다. 이용자의 인생을 잘 정리하고 유가족의 상실감 극복과 사후 행정 절차를 돕는 웰다잉 플랫폼의 필요성이 크게 증가하는 이유이다.

워싱턴주 시애틀의 스타트업 리컴포즈는 유해를 흙으로 돌려보내면서 탄소 배출을 줄여 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 리컴포즈는 우리 몸과 환경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유익한 미생물에 의한 자연유기환원(NOR), 즉 인간 퇴비화의 방식을 이용한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매장이나 화장에 비해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며 에너지 소비량도 전통 방식의 1/8까지 줄일 수 있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소재한 라이프웹360은 가족, 친구들이 고인과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한다. 

라이프웹360 사이트를 통해 글, 사진, 영상 링크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행사 시 사용 가능한 슬라이드 쇼나 공유 사진 저장 같은 부가 서비스는 비용을 내고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사진이나 글을 인쇄본으로도 구입할 수도 있다.

호주 스타트업 윌드는 유언, 공증 신청, 화장 등의 절차를 간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데스 테크 기업이다. 윌드의 고객은 법적으로 유효한 유언장을 20분 안에 작성할 수 있으며 집행자와 상속자 지명도 가능하다.

윌드의 홈페이지를 통해 자녀의 후견인을 선정하거나 쉽게 재산을 분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윌드는 디지털 금고 서비스 확장 및 기술 발전을 모색해, 계좌 정보, 중요 문서, 암호화폐 관리 등 다양한 데이터 포인트에 훨씬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단일 플랫폼을 제공한다.

윌드 플랫폼 이용자의 연령대는 20대부터 90대까지 거의 모든 연령대를 포괄한다. 청년들이 거액을 대출받아 주택을 구매했을 때나 결혼해서 가정을 꾸몄을 때부터 미래를 대비한 유언장을 작성한다.

2020년에 설립된 이후에 1억 달러 이상의 유증을 이뤄냈고, 확보한 이용자는 수십만 명에 이른다.

Willed 공동 창업자 Tim Glasson, Aaron Zelman and David Kaplan (자료 : startupdaily)
Willed 공동 창업자 Tim Glasson, Aaron Zelman and David Kaplan (자료 : startupdaily)

국내 스타트업 빅웨이브의 ‘아이백(iback)’은 비대면으로 유언장을 남겨둘 수 있는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웹에서 사후에 전달하고 싶은 말을 편지 형식으로 기록해 두거나 유산상속을 위해 법적 효력을 갖는 유언장을 만들 수 있다.

부동산과 은행 예금, 주식 등 피상속인 자산을 항목별로 입력하고 상속인 및 비율을 지정하면 ‘아이백’ 서비스가 이를 형식에 맞도록 자동 변환한 문장을 사용자가 직접 읽어 법적 효력이 인정되는 ‘음성 유언장’으로 남기는 방식이다. 

누구나 준비된 죽음을 맞이하는 건 아니다. 죽음을 아직 먼 일이라고 생각해 준비를 미루다가 갑자기 생을 마감하거나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미국·유럽 등에서는 ‘디지털 유언장’ 이 보편화됐지만 국내는 여전히 부정적 시각이 많다. 그러나 많은 스타트업들의 노력으로, 상조 서비스의 죽음 준비를 일상화하는 단계를 넘어 웰다잉을 의식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전 세계 트렌드 중 하나인 셀프케어 시장은 매년 높은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지금까지는 현재 삶의 만족에 초점을 맞춘 셀프케어 산업이 성장했다면, 생을 마감한 후에도 내가 살았던 삶에 책임을 지고 죽음을 챙기는 '웰다잉'의 시장이 급속히 열릴 전망이다. 

건강한 출생을 준비하고 성공적인 노년을 위해 노력하며 일어날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당연히 다음 단계로 올 수 있는 죽음에 대해서는 준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내 장례식장에는 이런 음악을 틀겠다’, ‘내가 떠나면 친구들에게 보낼 메시지는 내 SNS를 통해 하겠다’. 이렇게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준비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데스테크(Death Tech) 스타트업에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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