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 원장
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장/TI Global 한국대표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글로벌 관광산업에서만 최소 1조 2,000억 달러에서 최대 3조 3,00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글로벌 GDP의 2.8~4.2%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이며, 관광산업의 고부가가치적 성격과 고용 창출 효과를 두루 고려했을 때 피해는 훨씬 심각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관광업계는 전대 미문의 팬데믹에 따른 여행자들의 요구 변화를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 올해 초 실시한 글로벌 여행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7%가 백신 접종 확대로 국내외 여행 기회를 늘릴 것이라고 답변했다. 익스피디아(Expedia)가 실시한 미국 내 설문조사에서도 밀레니얼(1981~1996년 출생)과 Z세대(1997~2012년 출생)에서 여행 수요의 급증을 예상하며, 전체 응답자 평균 3,444달러,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5,462달러의 여행 비용을 계획 중이라는 답변이 있었다.

여행 패러다임의 변화... 한적한 소도시와 소수 인원의 안전한 여행 추구

코로나19로 인한 불안 심리는 전통적인 인기 관광지보다는 한적한 소도시 위주의 여행, 단체 여행보다는 소수의 친밀한 사람들과의 여행 등 안전한 여행을 추구하는 흐름으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실제 여행 이동과 소비량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에 대한 갈망은 여전히 잠재돼 있고 코로나19 회복 이후에 대한 기대 심리 작용으로 기존과는 다른 새롭고 독특한 여행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여행 전문 컨설팅사 레브파인(REVFINE)은 코로나19 이후 관광의 트렌드를 ‘나 홀로 여행’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대도시보다는 지역 경험 위주, 개인 성향에 따른 맞춤형의 관광 상품이 각광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가상현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음성인식과 같은 디지털 기술이 관광업의 광고, 마케팅에 적극 응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행 정보지 에코비앤비(Ecobnb)는 코로나19 이후 다소 외진 시골이나 자연을 찾는 아웃도어 관광과 자동차를 이용해 숙박까지 해결하는 노마드 여행이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회복과 웰빙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재활’(Regeneration)이 화두가 되고 있다. 여행을 통해 단순한 즐거움만 아니라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체험함으로써 개인적 변화와 치유를 추구하는 것이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새로운 여행 플랫폼의 등장, 코로나19가 불러온 관광산업 트렌드 주시

코로나19로 관광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와중에도 한 호주 여행 플랫폼이 최근 거액의 펀딩을 조성해 새로운 돌파구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여행업계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호주 스타트업 여행사 트래블로(Travello)가 시리즈 A 펀딩에서 65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호주 최대 여행사 플라이트 센터(Flight Centre)의 공동 설립자 짐 골드버그, 전 호주 관광청장 앤드류 맥키보이, 전 벨로시티(Velocity) 사장 필 건터 등 업계를 주도하는 대표 인사들이 투자에 참여했다.

트래블로의 성장 동력은 활발히 운영 중인 ‘온라인 커뮤니티’다. 2015년에 설립된 트래블로는 지역 관광업체와 개별 여행자들을 연결해 주는 소셜 네트워킹 플랫폼이다. 주변의 볼거리, 즐길 거리 등을 추천하고 여행 팁을 공유하기도 한다. 2018년 500만 달러 기금 조성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여느 여행업체와 마찬가지로 사업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트래블로 공동 창업자 라이언 한리(Ryan Hanly)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제로로 떨어졌다. 마케팅비 축소, 직원 해고에 이어 남은 팀원마저 근무 일수를 4일로 줄여야 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는 갈수록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여행사가 문을 닫고 온라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트래블로는 시작이 온라인 기반 사업이었기에 다른 업체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매출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성장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 팔로어 확보에 나섰고, 여행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게시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소셜 커뮤니티 서비스에 주력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9월부터 수입이 생기기 시작했고, 11월은 전월 대비 40%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다. 10월에는 여행 상품 예약 사이트 백패커 딜즈(Backpacker Deals)를 인수하는 등 호주 내 온라인 여행 플랫폼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트래블로 사이트 월간 방문자 수는 300만 명에서 1억 2,000만 명으로 40배나 급증했다. 트래블로는 아직은 호주 및 뉴질랜드 여행 시장에만 집중하고 있으나 추후 국경이 개방되면 유럽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차근히 준비를 하고 있다.

관광산업 회복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코로나19가 불러온 변화와 향후 나타날 관광산업의 트렌드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관광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며 체질을 개선해 온 트래블로의 사례에서 하나의 출발점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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