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장/TI Global 대표)
(사진 = 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장/TI Global 대표)

폴리에스테르가 주원료가 되는 배너나 타폴린으로 불리는 현수막, 방수 천막 등의 원단들, 군대에서 사용하던 텐트, 낙하산 혹은 자동차의 시트, 에어백 안전벨트, 소방호스 그리고 수없이 쌓이는 폐플라스틱은 내구성, 방수성이 강한 소재이지만 업사이클링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전에는 폐기 처리되어 매립이나 소각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오염의 주범이라고 불리었다.

업사이클은 ‘업그레이드(Upgrade) +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로, 저품질, 저수요라는 재활용의 선입견과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페트병이나 유리병을 녹여 제품으로 다시 만들고 여기에 아이디어가 동원되면 재활용품의 가치를 배가하는 '업사이클링'이 된다. 패션에서부터 액세서리, 인테리어 소품까지 버려지는 물건들의 무한 변신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유럽의 감성 쓰레기'라 불리는 프라이탁(Freitag)은 스위스 프라이탁 형제가 1993년에 설립한 가방 제조 회사로 이들은 자전거를 탈 때 사용할 실용적이고 방수 가능한 가방을 찾다가 적당한 가방을 찾지 못해 직접 제작에 나섰다고 한다. 프라이탁 가방의 주재료는 재활용된 트럭 방수천과 안전벨트이다. 기존 패턴을 갖고 있는 천을 재활용하다 보니 같은 형태의 가방이라도 디자인과 색깔은 모두 제각각이라는 점이 세계에서 유일한 가방이란 의미를 부여하여 세계 350개 매장에서 연간 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업사이클링 분야에서 새롭게 등장한 뉴질랜드 스타트업 와이와이네이션(YY Nation)은 색다른 재활용 재료를 개척함으로써 큰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와이와이네이션는 ‘자연 그대로 만들어진 신발(Made from pure nature)’을 표방하며 폐기물로 여겨졌던 파인애플과 조류(Algae)로 지속 가능한 신발을 생산하고 있다.

설립자 제레미 뱅크(Jeremy Bank)는 수년 전 파인애플 농장에서 폐기물로 소각되는 엄청난 양의 파인애플 잎에 주목했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필리핀 농장의 260만 메트릭톤(1,000㎏을 1t으로 하는 중량 단위)의 파인애플 생산량 중에서 폐기물로 처리되는 잎의 무게가 5%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레미는 수차례의 개발 과정을 거쳐 파인애플 잎 섬유질에서 뽑아낸 실로 신발 원단을 제작하고 있다. 신발 두 켤레를 제작하는 데 30장의 파인애플 잎이 필요하며, 가죽을 대체할 만큼 내구성이 좋다고 한다.

원단 이외에도 신발 밑창은 재활용한 식물 플랑크톤 조류(Algae)를 활용하고 있다. 와이와이네이션은 미국 5대 호수 중 하나인 이리 호수(Lake Erie)의 조류를 채취해 재활용하고 있다. 이리 호수는 녹색 호수라고 불릴 정도로 조류의 부영양화(eutrophication)로 인해 심각한 녹조 현상과 수질오염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이리 호수의 수중 생태계가 파괴되고 관광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 점을 파악한 와이와이네이션은 이리 호수에서 채취한 조류에 재활용한 고무 또는 사탕수수를 섞어 친환경 신발 밑창을 만들고 있다. 신발 밑창을 생산할 때, 석유 대신 피마자유 기반의 바이오 오일을 사용하고 신발의 겉감과 안감은 대나무 또는 메리노양모를 활용한다. 대나무는 이산화탄소 흡수력이 일반 나무보다 30% 더 높아 친환경 자재로 각광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신발 끈까지 어망과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섬유를 사용하고 있다.

환경과 공동체 모두를 생각한 신발이라는 좋은 취지에 공감하는 글로벌 소비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으면서, 와이와이네이션은 사업 초기 자금 마련과 정착화를 위해 인디고고(Indiegogo)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는데, 목표액인 15,350달러(약1,709만 원)보다 3배 높은 55,000달러(약 6,124만 원)를 단기간에 모집했다.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도 목표액보다 약 4배 많은 55,300달러(약 6,157만 원)를 달성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아트임팩트(대표 송윤일)에서 바나나 섬유를 사용한 친환경 원단 바나텍스™(BANATEX™) 개발에 성공했다. 바나텍스™는 아바카(abaca)라는 바나나 나무 잎에서 추출한 바나나 섬유 아바셀(abacell)로 내구성과 유연성이 뛰어나서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매립 시 100% 생분해되어 친환경적이고, 헴프(hemp)와도 성질이 비슷해 항균 및 소취 기능이 뛰어나며, 멋진 가방과 지갑으로 변모가 가능하다.

바나나 섬유 외에도 포도 껍질로 만든 와인 가죽과 비건 레더로 각광받고 있는 선인장 가죽, 항균 기능이 뛰어나면서도 부드러운 헴프 복합 섬유, 생분해가 가능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등 아트임팩트에서는 다양한 소재에 대한 소싱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버려진 물품을 재활용하는 리사이클링을 넘어 참신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입혀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작업인 업사이클링은 지속 가능한 제품을 생산하고 인류의 영향을 받는 육지, 해양, 강에 기여하겠다는 이들의 사명감과 기발함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들고 있다. 아름다운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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