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장 / TI Global 한국대표)
(사진 = 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장 / TI Global 한국대표)

코로나19로 늘어난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으로 배달업 시장이 호황을 맞은 가운데 배달대행료 인상으로 소비자와 외식 자영업자들 모두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업체 측은 배달 수요가 늘고 인력 인건비가 상승한 탓에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현재 배달시장은 소비자가 배달주문플랫폼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식당에서 이를 접수한 후 배달대행플랫폼에 배달을 요청, 배달대행플랫폼이 지역배달대행사에 주문을 접수해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구조로, 소비자와 가게 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배달료 총액은 지역배달대행사에서 결정한다.

자영업자들은 배달료 인상분을 고객에게 온전히 전가할 수 없다. 고객에게 인상분을 전가하는 경우 고객 수가 감소할 수 있다. 자영업자들은 배달대행회사에 내는 비용을 비롯해 월세와 인건비를 감안하면 적자가 발생한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편 배달대행사 측은 배달 인력 유지가 어려워 배달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음식배달 앱 시장은 플랫폼 비즈니스다. 그물을 얼마나 촘촘히, 그리고 널리 치는지가 성패를 좌우한다. 그물을 짜려면 막대한 자금이 들고, 자금이 든든하지 않고서는 버텨내기 어려운 시장이다. 음식배달 앱 시장이 합병과 결합으로 재정비되는 것도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는 수단이다.

그러면 급속도로 증가하는 배달 시장에서 글로벌 대형 플랫폼과는 다른, 지역 중심의 돌파구는 없을까?

호주 스타트업 니디드(Kneaded)는 우버이츠(Uber Eats)와 딜리버루(Deliveroo) 등 대형 글로벌 배달기업을 대체할 음식배달 플랫폼이 되기를 꿈꾸면 설립되었다. 니디드는 소규모 요식업체들이 더 공정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음식배달 플랫폼으로 AGFG(Australian Good Food Guide)의 지원을 받는다.

니디드의 차별점은 수수료 없는 월정액 구독 서비스다. 이 플랫폼을 선택한 식당이나 카페 업주는 주문 당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 없이 주문 수익의 100%를 받는다. 대신 월 $99의 균일 요금만 내면 된다.

업주들은 음식을 직접 배송할지 니디드와 제휴를 맺은 택시업체 13캡스(13Caps)로 배송할지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와우앱스(WowApps)를 통해 구글과 통합하면 고객들이 손쉽게 식당을 발견하고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가령, 이 플랫폼에 등록된 가게는 구글맵에서 바로 음식배달 주문이 가능하다.

니디드는 호주 사업가 키라 차르노타(Keira Czarnota)의 아이디어다. 그는 팬데믹 이후 비극적인 상황에 직면한 요식업계의 고충에 주목했다. 차르노타가 사는 지역의 식당 주인이 사업 실패 후 자살한 사건을 듣고 충격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호주의 많은 음식 업소들은 중심과 떨어진 지역에 있고 가족이 운영하는 소규모 음식점들이다.

차르노타는 요식업계가 어떤 산업보다도 실패율은 가장 높고, 순이익률은 가장 낮은데 코로나 팬데믹 탓에 사람들은 음식을 배달시켜 집에서 식사해야 하는 상황이 늘어난 점을 주목했다. 특히 사람들은 글로벌 음식배달 플랫폼에 쏠렸고, 식당들은 수수료를 감수하더라도 이 플랫폼을 이용해야만 하는 현실이었다.

대형 플랫폼들이 팬데믹 초기에 수수료를 인하하긴 했지만 작은 식당에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우버이츠는 수수료를 5% 줄였는데도 무려 30%를 받는다. 딜리버루는 식당에서 자체 배달할 경우에만 5%의 낮은 수수료를 뗀다.

니디드는 수수료가 부담스러운 지역 상인들을 지원할 방법을 고민했다. 배달 앱 업계는 충성 고객층이 얇고 할인 경쟁이 심한 사업이라서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도 한순간에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플랫폼을 장악하는 것이 생존 전략이라서 글로벌 배달 플랫폼 기업이 몸집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니디드의 창업 정신은 글로벌 경쟁과는 다른, 수수료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지역 업체를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즉각적인 편리함과 생존의식으로 글로벌 플랫폼에 무작정 의존하는 악순환을 끊고자 하는 것이다. 호주인들이 돈을 지역 사업체(local business)에 쓰려는 경향이 강해진 점도 니디드에는 기회로 작용했다. 해외 기업과 달리 호주 기업에 쓰인 돈은 지역 기업에 도움이 된다. 이런 점에서 니디드는 빅토리아주의 중소기업 디지털 적응 프로그램(Small Business Digital Adaption)의 협력업체로 선정됐다. 이 프로그램에 따른 자격을 갖춘 기업은 12개월 동안 니디드를 이용할 수 있는 $1200의 정부 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의 피해를 이겨내기 위해 국가마다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펼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수혜자에게 정말로 필요한 지속적인 정책과 지원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이 능력을 발휘하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감탄한다. 독일 기업에 인수되었건, 미국에서 상장을 하건 성공사례로 극찬한다.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지역 기업을 돕기 위한 작은 아이디어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적절한 정책은 더욱 중요하다.

배달앱 시장의 독과점 문제 해소와 소규모 골목식당들이 더 공정한 서비스를 받도록 민관협력의 교훈을 니디드의 사례에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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