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빈 에버스핀 대표 인터뷰]

에버세이프·페이크 파운더, 'K-금융 보안'의 선두에 서다

에버스핀 하영빈 대표 (사진 = 무역경제신문)
에버스핀 하영빈 대표 (사진 = 무역경제신문)

디지털 테크 스타트업(Tech-Startup)들의 열정 어린 하루하루가 쌓여가는 가산디지털단지에 자리한 녹색 오피스. 데스크 너머로 차분하면서도 반짝이는 눈빛을 띤 채 바삐 움직이는 직원 마흔여 명이 자리한 파티션을 따라 도착한 대표실의 문을 두드리자,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하영빈 에버스핀 대표가 우리를 맞이했다.

인사를 나누고, 오가는 대화 내내 깍듯하나 자신감이 깃들어 있고, 순한 듯하나 날카로운 전문성과 단단한 뚝심이 돋보였다. ‘완벽을 위해서는 묵묵한 끈기가 있어야 하고, 아울러 남들보다 최대 5년 이상을 앞서 나가야 한다’는 하 대표 특유의 사명감이 깃든 회사 ‘에버스핀(Everspin)'은 정보 보안 모듈 시스템을 개발하는 IT스타트업 기업이다.

올해로 업력 7년 차. 수많은 경쟁사들로 포화상태에 이른 ’레드오션(Red Ocean)'에 도전장을 내밀고, 그 기반을 다져오는 동안 에버스핀은 단순히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렸으며, 나아가 ‘K-금융 보안’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 디지털 금융의 키워드로 떠오른 ‘보안(Security)', 가장 심플하면서도 실용적인 해답을 찾다

지난 연말부터 찾아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가 부른 위기 속에 사회 전반(全般)에는 ‘언택트(Untact, 비대면)’ 바람이 일고 있다.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깝게 그리고 모든 일은 내 손안에’ 라는 ‘온라인(On-line)' 방식은 영역을 불문하고 일상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고, 이 변화의 바람을 가장 크게 체감한 분야 중 한 곳은 바로 ’금융‘이었다.

실제 올해에 들어 금융시장의 비(非)대면화는 더욱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8월을 기준으로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국내 유력 시중은행에서 집행된 신규 신용대출 건수 중에서 절반 이상인 약 51%에 달하는 7만 8천612건이 온라인 비대면으로 이뤄졌다는 집계가 발표되기도 했다.

온라인을 통한 계좌 설립 및 입출금 이체 등이 이루어지면서, 금융권에서는 ’디지털 금융의 결제 인프라 구축‘을 견고화하는 데에 나섰다. 하지만 인프라 구축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인 소비자 정보 데이터베이스(Data Base, DB)를 마련하고 이를 정비하는 데에서 예기치 못한 구멍이 발견되었으니, 바로 ‘보안’이었다.

가장 보안망이 촘촘해야할 금융권이 오히려 허술한 상태에서 고객에 대한 보호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모순(矛盾)에 소비자들은 화를 넘어 이제는 어이없다는 반응이 일었고, 금융권에서는 ‘재발방지’에 초점을 둔 대응책을 제시하는 것으로 고개를 숙였다. 결국 금융권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땜질 대응이 아닌 문제 근본의 해결을 찾는 성토가 새어나왔다. 그리고 에버스핀은 그 목소리에 매우 심플하면서도 실용적이게 답했다.

"결국 해결안은 가장 근본적인 것에서부터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후방지가 아니라 사전방지에 주목하는 것이죠.“

에버스핀이 개발한 금융 보안 모듈 솔루션인 ‘페이크 파인더 (Fake Finder)'는 발생결과 이후가 아닌 원인의 이전부터 살피며, 일부가 아닌 전체를 바라본다. 특정 악성 앱(어플리케이션)의 데이터 뿐만 아니라 모든 앱의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는 컬렉팅(Collecting)을 통해 잘못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문제아‘를 걸러내 막는 방법이다.

“현재 보안계에서는 사고가 일어난 뒤에 기록된 악성 앱을 모은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이른 바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통해 차단을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후방지 처리이기에 완전한 보안의 형태를 갖추기 어렵죠. 그래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고를 예방하자’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사전에 방지하자’는 모토에 등장한 에버스핀의 금융보안 모듈용 보이스피싱 탐지솔류션 프로그램 ‘페이크 파인더’는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이 포진된 앱 스토어 및 마켓에 등록된 모든 공식 앱의 정보를 먼저 수집해서 등록되지 않은 비공식 채널을 통해 배포된 앱을 탐지해 차단한다. ‘페이크 파인더’의 사전 컬렉팅을 기초로 2017년~2020년까지 각 국가별로 운용되는 앱스토어에 정식 배포된 앱 데이터 전부를 수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되었다. 프로젝트가 진행된 앱스토어는 구글 플레이(Google Play), 원스토어 (One Store), 중국 바이두(Baidu), 텐센트 마켓(Tencent) 등이며, 이를 통해 누적 앱 데이터 1천만개 이상에 달하는 화이트리스트가 작성되었다.

‘페이크 파인더’가 증권•금융 보안의 기본적인 맹점(盲點)을 짚어냈다면, 이번에는 보안 모듈 업데이트 틀에 새로운 설계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에버스핀의 주요 키-아이템인 ‘에버세이프(EverSafe)'는 동적 보안 솔루션(The world's first dynamic security solution)은 보안솔루션의 해킹방지를 골자로 한다. 방식은 지정된 시간마다 보안 모듈을 변경하도록 한 다이내믹을 기반으로 한다. 아울러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로 구축된 모든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통합·관리할 수 있다. 주요 기능으로는 앱·운영체제(OS) 위조 및 변조 방지를 바탕으로 악성프로그램 설치 방지 및 키패드 보안, 소스코드 및 실행파일 난독화(難讀) 등이 특징이다.

“에버세이프와 페이크 파인더 등 회사가 내세우는 다이나믹 시큐리티(Dynamic Security)를 만드는 데에 5년 정도 걸렸습니다. 급변하는 금융과 증권시장의 트렌드에 국내 보안의 기준은 잘못 맞춰져있습니다. 즉, 소비자가 아닌 이를 개발하는 소프트웨어사(社)에만 맞춰져있다는 점이 결국 사건사고의 원인이 되어오고 있죠, 본 사는 기존에 보안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를 주고, 이를 설득하고 추진해왔습니다.”

에버스핀 하영빈 대표 (사진 = 무역경제신문)
에버스핀 하영빈 대표 (사진 = 무역경제신문)

▶ [도전 Challenge]: ‘하나부터 백까지 스스로 나섰다’...해외시장을 두드린 오너의 도전

에버스핀이 국내에 확보한 레퍼런스 사는 주요 고객인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등 은행권과 함께 유력 증권사 및 정부기관까지 그 범위가 넓혀진 상황이다. 안정성은 물론이요, 타 사들의 견제에도 굴하지 않고, 분명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에 모범적 스타트업의 성공으로 남을 수도 있지만, 과도한 ‘단가 출혈경쟁’ 구도에 ‘에버스핀’만의 비기(秘技)가 절실해 보였다. 고심 끝에 해외진출에 현지화 전략을 고려하자는 플랜이 짜여졌고, 이에 국내 보안기술의 해외적용 사례를 확보해야한다는 것을 위해 보다 대내외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회사와의 합작법인(JV, Joint Venture) 설립이 필요충족 요건으로 제기되었다.

“기업의 가치는 실질적 레퍼런스(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대형 성과)에서 결정됩니다. 국내 상황은 경쟁사들은 많고 이에 고객사를 대상으로 ‘단가경쟁’에 치중되어있었죠. 한국 안에서 고객사를 확보하고 레퍼런스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무리한 단가경쟁에 오히려 기술개발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 국내도 좋지만, 해외에서도 시선을 돌려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회사의 메이저 레퍼런스가 해외에서도 구축되었다는 사례를 만들자, 우리 기술력을 증명해줄 수 있는 외국의 유력 파트너를 만들자는 것이었죠. 특히 현지에 영향력 있는 기업과 합작해서 지사를 설립해보자는 계획을 실행하게 되었습니다.”

제일 먼저 문을 두드린 곳은 일본이었다. 하지만, 계획을 품고 날아간 일본 도쿄에서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치게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기업을 바라보는 일본 시장(市場)의 시선이 너무나 차갑다는 점이었다.

“현지에서 다리를 놓아보려고 해도 일본업계에서는 한국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자리하고 있었고, 서로 만나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부딪치는 벽 앞에 당혹스럽기도 했다. 현지 업계의 반응을 읽고 난 뒤, 방향을 바꾸어서 일본 내에서 성공한 한국인을 찾아 그 인맥을 활용하기로 했다. 일본무역진흥기구 ‘제트로(JETRO)'를 방문하고 이어 물어물어 닿은 연줄에 만난 곳은 일본 SBI그룹이었다. SBI그룹은 국내에서도 익히 알려진 일본금융지주회사다. 2003년 한국에 진출했고, 지난 2013년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SBI저축은행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바다.

“처음에는 SBI그룹의 투자담당 사원을 소개받았습니다. 그 사원을 통해 SBI 보안담당 부처의 중역을 만났습니다.”

단순히 구두(口頭)나 서면이 아니라 칠판 앞에 직접 서서 펜을 들어 기술 설계도와 내용, 향후 청사진 등을 설명한 노력 끝에 SBI 그룹 내 투자 및 협력처의 주요인사와 임원을 거쳐 기타오 요시타카(北尾吉孝) SBI홀딩스 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하 대표는 직접 PT 발표에 나섰다.

통역을 거쳐 전달되는 거추장스러운 형식을 걷어내고 순수한 ‘진심’을 담은 발표에 기타오 회장은 ‘함께 해봅시다’라며 답을 전했다. 이후 SBI 내 핵심기술인력이 한국 에버스핀 사무실에 파견되어 1개월 동안 상주하며 메인 아이템인 ‘에버세이프’에 대한 검수 끝에 제휴협력이 체결되었다. 협력을 통해 에버스핀은 일본에 합작법인을 설립할 수 있었고 SBI증권 등을 포함한 대형 메이저 레퍼런스로 확보할 수 있었다.

일본 SBI 그룹과의 제휴를 시작으로, 계획했던 해외진출의 범위가 넓혀지기 시작했다. 일본에 이어서는 인도네시아 종합 금융 미디어그룹 MNC와 합작법인 설립을 체결했다. MNC는 MNC뱅크, MNC증권 등 금융 계열사와 MNC미디어를 포함한 4개의 공중파 채널 및 60여개 지역 방송사를 확보하고 있는 그룹이다.

MNC과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에버스핀은 자사의 동적 시큐리티 프로그램인 ‘에버세이프’를 인도네시아 최대 은행에 곧 첫 레퍼런스가 오픈 될 예정이다. 이어 작년 2019년에는 인도 남부 텔랑가나주의 하이데바라드를 거점으로 둔 인도 피닉스(PHOENIX) 그룹과 합작법인 '피닉스 에버스핀(PHOENIX EVERSPIN)'을 설립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일본 금융 그룹 SBI홀딩스, 인도네시아 미디어&금융그룹 MNC와의 합작 법인에 이어 3번째 합작 해외법인을 설립하게 된 인도 피닉스 그룹은 건설, 부동산, 에너지, 오토바이, 광산업 등에 계열사 22곳을 지닌 기업이다. ‘피닉스 에버스핀’은 피닉스 그룹 내 금융 분야에 보안 공급에 나선다.

주요 아시아 지역에 법인 거점을 설립한 데에 이어 올해 연초에는 유럽 시장 공략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올 2월, 자사는 스위스 글로벌 금융솔루션 업체 아발로크와 손잡고 다이내믹 보안솔루션인 에버세이프 수출에 나섰다. 아발로크는 HSBC, 바클레이스 은행, 로열 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UBS, 도이치뱅크, 노무라 등 세계 대형 금융사 150여 곳에 뱅킹 소프트웨어(SW)를 공급하고 있는 스위스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이다.

1년간의 기술검토 끝에 아발로크가 고객사로 선정되어 협력계약을 체결한 뒤, 이르면 상반기 안으로 자회사를 설립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사태가 세계 전역을 휩쓸면서 추진은 잠시 멈춘 상태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지금 비행기 안에 있었을 겁니다. 해외일정을 소화하고, 협력기술에 대해 회의하느라 바빴을 텐데,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어쩔 수 없지요. 현지에서 담당자가 감염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으니까요. 다만 숨을 고르며 천천히 단계적으로 계획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굵직한 해외 기업들과의 합작법인 설립을 이루기까지, 순간마다 마주해야하는 벽이 있었다, 그리고 그 벽을 넘는 과정의 중심에 하영빈 대표가 직접 움직였다.

“결국은 신뢰가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저 스스로가 그들의 앞에 섰습니다. 하나부터 백까지 챙기면서, 설득했습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눈짓, 손짓 등 바디랭귀지로 자세히 설명했어요.”

‘신뢰’를 기반으로 '진짜‘를 찾는 협력사의 니즈를 충족하면서, 에버스핀의 해외진출 도전은 결실을 맺었고, 그 결실을 바탕으로 ’현재진행형‘이다. 그 열정에 다음 도전은 어느 곳이 될지 설레는 궁금함이 일었다.

(좌)에버스핀 하영빈 대표 (우)무역경제신문 이금룡 발행인 (사진 = 무역경제신문)
(좌)에버스핀 하영빈 대표 (우)무역경제신문 이금룡 발행인 (사진 = 무역경제신문)

▶ [나눔:Sharing] 에버스핀...‘기회’를 함께 나눌 수 있는 한국기업들의 실크로드가 되어주고 싶다

올해 4월 모 경제신문에서는 에버스핀의 코스닥 상장 준비와 함께 상장 공동주간사로 ‘DB금융투자’와 ‘키움증권’을 선정했다는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었다. 상장기업으로서 몸집이 커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와중에, 하 대표는 기업 가치관도 내실있게 다져야함을 강조했다.

바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에 교두보 역할이 되고 싶다는 꿈이다.

“향후 에버스핀의 성공사례가 국내 스타트업 중소벤처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는, 거쳐갈 수 있는, 실크로드가 되길 바랍니다. 스스로도 우리나라에 좋은 기업을 해외로 진출하는 데에 교두보가 되게끔 하고 싶습니다.”

매력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혼자’가 아닌 ‘함께’, ‘안’이 아닌 ‘밖’으로 더 넓은 기회를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는 그의 생각이 내심 놀라웠다. 물론 이러한 생각 또한 먼저 대외적인 강력한 파트너십을 맺었기에 가능한 여유로움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여유도 치열한 경쟁에서 얻어낸 것임에 그 싸움에서 보다 나은 정보 공유를 통해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매우 유의미하게 다가왔다.

인터뷰 말미에 하영빈 대표는 “중소기업은 무조건 다른 업계에 비해 최대 3년~5년 앞서가야한다”는 말을 강조했다. 특히 목표한 기간에 다다랐을 때 그 안에 확실히 결과를 입증할 수 있어야한다는 그의 말은 어쩌면 ‘실재’와 ‘발전’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을 이야기하는 것이리라. 앞으로의 10년을 향한 ‘도전’ 그리고, 기회를 ‘함께’ 공유할 줄 아는 ‘나눔’으로 향후 ‘에버스핀’이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하영빈 대표의 각오에 찬사를 실은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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