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훈 텔스타홈멜 회장
임병훈 텔스타홈멜 회장

얼마 전 산업정책연구원 조동성 이사장이 한 언론과의 대담에서 2020년 송년 키워드로 ‘인공지능(AI)’을 선택했다.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와 인천대 총장을 역임하며 한 시대를 관통해 온 노학자가 다시 AI를 배우는 학생으로 변신하며 던진 화두이기도 하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 전문 회사의 CEO로서 비교적 빨리 인공지능을 접하고 사용해 온 필자는 그 의미를 한 번 더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공제능(A.I)  (사진 = 픽사베이)
인공제능(A.I) (사진 = 픽사베이)

▶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 인공지능이란 무엇일까?

필자는 학자도 아니고 전문가도 못 되지만 많은 제조 공장의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다 보니 ‘인공지능은 결국 인공 전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즉 전문가다운 전문가를 사람이 아닌 기계가 대신하게 할 수 없을까 하는 고통에 대한 해결책이 인공지능의 시작이라는 관점이다.

생산 공장에는 가공·측정·조립·검사·포장 등 수많은 제조 공정이 있다. 각 공정에는 기계와 작업자가 오랜 기간 다양한 경험을 교감하며 최적의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다.

각 제조 공정은 반드시 검사 과정을 거쳐서 다음 공정으로 넘어간다. 즉 다음 공정으로 넘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부 판단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첨단 검사 설비로도 못 잡는 품질 문제를 숙련된 작업자가 찾아내는 경우도 많다.

첨단 기술로도 인간의 경험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다양한 경험과 기술을 습득했고, 어떠한 경우에도 최선의 판단을 할 수 있는 그 분야 전문가들이기에 당연히 존중받았고 대체 불가능한 성역이었다. 하지만 빅데이터 기술 덕분에 숙련공의 판단 경험을 디지털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작업자 숙련도와 관계없이 품질을 획기적으로 안정시키게 되었다.

숙련공이 만들어낸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해서 숙련공을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해 낸 것이다. 이렇게 전문가들의 판단 경험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인공 전문가가 되더니, 또 다시 인공지능으로 거듭나며 AI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 인공지능을 이렇게 폭발적으로 발전시킨 원동력은 무엇일까?

인류 역사상 최고의 혁신 제품인 개인 휴대폰 덕분이다. 오늘날 빈부 격차나 남녀노소 구분 없이 온 인류가 사용할 수 있게 된 휴대폰 세상은 과거의 어떠한 미래 학자나 영화감독도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 인간은 각 개인의 고유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날마다 새로운 경험을 하며 자기만의 완벽한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삶의 전문가다. 치열한 삶의 전문가들의 모든 생각과 행동이 휴대폰을 통하여 디지털화하기 시작했고, 그 빅데이터가 인공지능(AI)을 폭발적으로 발전시켰다.

그동안의 AI는 우리들도 모르게 우리 데이터를 활용하는 수준이었지만, 앞으로 스마트 시티와 스마트 팩토리 등에서 나오는 허가된 엄청난 데이터를 활용하기 시작하면 그 진화 속도를 예측할 수 없다.

▶ 인공지능을 누가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의사·판사·변호사·공정 전문가 등 특정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될 것이다. 그들은 이미 선배 전문가들의 판단 경험이라는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는 그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싶어 하는 전문가의 사명감과 상상력의 크기만큼만 그들을 도와줄 것이다. 자신과 같은 분야에서 고민했던 선배 전문가들의 경험과 판단만큼 좋은 도움은 있을 수 없다. 역설적으로 앞으로는 인공지능 도움을 받지 못하는 전문가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는 논리가 성립된다. 바둑의 신 이창호가 AI에 비하면 자신은 아마추어라고 선언한 것이 그 이유다.

인간은 끝없이 올바른 판단을 갈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각 분야마다 전문가 집단을 구축하여 시스템으로 판단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아무리 최선의 판단을 했다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고통이 생긴다. 평생을 공부한 노학자는 AI가 그 답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상상하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미래에는 경험과 지식이 많은 전문가일수록 AI를 더 의지하고 활용하게 될 것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하더라도 과거 경험 기반의 인공지능은 미래의 꿈을 가진 인간을 앞설 수는 없을 것이다. 부디 상상력만큼은 영원히 우리 인간의 것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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