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지용구 (주)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 / 더존홀딩스 미래성장전략실 실장)
(사진 = 지용구 (주)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 / 더존홀딩스 미래성장전략실 실장)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환경에서 인간은 기술의 발전 속도를 잘 쫓아가고 있을까? 지식 정보화 시대를 맞아 지식은 양적, 질적 모든 측면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대부분 인간은 이와 별개로 그들이 사용하는 시스템을 경험적 기반(습관)의 범위 내에서만 사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시스템이 내는 퍼포먼스만큼 또는 자신의 습관적 행동의 범위내에서 응용하고 있기에 발전하는 기술이 실제 우리가 사용하는 시스템에 적절히 반영되지 못하면, 업무환경의 변화에 따라 업그레이드 되지 못하면 인간은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내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래서 필자는 기업이 사용하는 정보시스템은 노후화되어 업그레이드 되기도 하지만 사업의 확장, 업무의 효율, 복잡한 제도적 변화 등 경영환경 전반에 변화와 함께 진화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 인간과 기술의 공존, 기술보다 상황(환경)이다

모 기업의 컨설팅 과정에서 겪은 일화는 발전하는 기술과 인간이 사용하는 실제 정보시스템의 관계에 대한 내 생각에 확신을 더한 경험이 있다.  이 기업은 소통과 협업 시스템을 중심으로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었으나 어려움에 봉착한 상황이었다. 필자는 문제의 원인을 찾고자 주요 구성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 기업의 조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똑똑한 구성원을 가진 집단 중 한 곳이란 것을 알게 됐고, 임직원 중 석·박사 출신이 수백 명에 이를 정도로 구성원의 능력이 매우 높은 곳이었다. 그러나 우수한 인력풀에 비해 시스템은 오래되고 파편화되어 있었다. 심지어 모바일은 지원하지 않는 환경이었다. 구성원 개개인의 우수한 능력을 낙후된 시스템이 제한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수한 지식기반의 인재들이 시스템이 내는 퍼포먼스 만큼만 일을 하고 있었다. 

지난 십여 년간 정보통신 기술은 스마트폰의 출현과 모바일 인터넷의 발전으로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고 일하는 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우리의 일상에 활용 가능한 다양한 앱(App)이 등장하고 있고, SW를 구축하고 콘텐츠를 구매하던 방식이 앱을 무료로 사용하고 구독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동시에 네트워크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져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다는 유비쿼터스 환경은 이제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이어진다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처럼 기술 발전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여전히 시스템의 한계에 종속되는 것일까? 조직과 회사의 업무는 왜 기술을 따라가고 반영하지 못할까? 이는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환경에 맞는 새로운 개념 정의 없이 기술만 발전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기술 이전의 습관, 철학, 기초학문, 분업화 등을 고려하지 않는 기술 발전이 낳은 부작용이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기술과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개념 설계와 정의가 필요하다. 

▶ 능력을 극대화하는 시스템 퍼포먼스 재점검... 새로운 개념 정의에서의 디지털 전환

지금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시대, 4차산업 혁명 시대이다. 4차산업 혁명 시대의 도래로 디지털 전환을 늦추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경고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반대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기업은 순이익 향상, 생산성 증진, 고객 충성도 증가,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경험이 현실로 증명되고 있다. 즉,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지 않는 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넘어 도태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방법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을 매우 경계하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젠 기존의 관습에 매몰된 기업 경영방식과 사상으로는 기업이 성장할 수 없으며 새로운 개념 정의인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야만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디지털 전환이란 무엇인가? 다양한 수용자 환경을 고려할 때 명확한 정의는 없다. 다만, 필자는 '디지털 기반으로 전략, 조직,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등 기업 전반을 변화시키는 경영 전략'으로 기업의 경영정보 시스템을 솔루션의 '융합', 프로세스의 '연결', 데이터의 '공유'라는 차원의 전략으로 기존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필자의 경험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나는 가끔 'Google books(Ngram Viewer)'에서 경영과 기술 트렌드에 관한 주요 키워드의 검색 빈도를 살펴보며 인사이트를 얻곤 한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사적 자원관리 솔루션인 ERP와 조직의 소통과 협업 시스템을 일컫는 'Groupware'라는 키워드는 처음 개념이 만들어졌던 시점부터 현재까지 상승의 변곡점을 지나 점점 하락세에 접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것을 디지털 전환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본다면 ERP와 Groupware라는 키워드는 기존의 개념만으론 새로운 혁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해석할 수 있었다. 이에 새로운 개념 정의를 도입해 ERP와 Groupware 솔루션을 융합해 복잡한 프로세스를 연결하고 데이터를 공유한다는 진화된 개념으로 재해석하면 Next ERP & Post Groupware로서 ‘EBP(Enterprise Business Portal)’라는 새로운 개념 정의로 다가온다. 

'Next'와 'Post'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이전 세대가 지닌 가치를 이어 더 발전된 것으로 나아가는 것이 Next라면, 이전 세대에는 없었던 전혀 새로운 유형의 가치를 제시하는 것이 Post라고 생각한다. 이전의 개념이 지식의 '관리'였다면, 이제는 지식의 '공유'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Next ERP & Post Groupware'로서 EBP는 기존 ERP의 기능을 중심으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Groupware가 융합된 새로운 개념 설계이자 개념 정의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보폭을 맞출 수 있는 가장 진화된 시스템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이 개념을 쉽게 풀어쓰면 '우리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연결하라' 정도로 심플하게 정리가 된다.  

인류에게 최고의 발명 중 하나는 ‘기업’이라고 한다. 인류 문명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신성한 노동과 직업 기술의 끊임 없는 발전으로 산업을 확장했으며, 경제 발전의 원동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모든 기업의 희망이라면 지속가능한 성장을 확보하는 것일 테다. 그러나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것은 매우 고단하고 어려운 일이다. 다행히도 인류가 기업이라는 최고의 발명품을 가진 것처럼, 기업은 ‘기술과 시스템’이라는 최고의 발명품을 가졌다. 기술과 조화를 이루며 새롭게 개념 정의된 혁신적인 시스템(도구)은 기업을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끄는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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