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후 10년 내에 시장 규모 1조 달러 이상 증가할 전망
- 이커머스, 에듀테크, 디지털 헬스케어 등 주목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 가운데 아세안 지역의 디지털 경제가 급성장세를 타며 주목받고 있다. 아세안 지역의 디지털 경제가 장기적으로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10년 내에 시장 규모가 1조 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승 곡선을 탄 아세안 지역의 디지털 경제 성장, 그 속에는 어떤 내용이 있을까?  

▶ 아세안, 디지털 경제 성장 빠르게 이뤄져

디지털 경제는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경제로서, 정보통신 기술(ICT)의 혁신적 발전으로 새롭게 창출되는 디지털 상품 및 서비스가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경제를 말한다. 온라인 게임, 전자책,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와 같은 디지털 상품에서부터 자율주행, 챗봇, 로보어드바이저, 질병 지도와 같이 인공지능 결합 디지털 서비스까지 디지털 경제는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드는 중이다.

아세안 지역에서 디지털 경제 성장이 빠른 데에는 다양한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2020년 동남아시아 지역 GDP는 3조 1,100억 미국 달러로 예상되며, 연평균 6%로 성장하는 건실한 경제를 자랑한다. 둘째, 전 세계 인구의 약 8.5%를 차지하는 6억 5,00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40% 이상이 30대 미만의 청년 노동 인구이다. 셋째, 동남아시아 인구의 70%가 인터넷을 사용하며 인터넷 사용 인구가 맹렬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넷째, 잘 다듬어진 정보통신 기술 클러스터를 토대로 활발한 신기술 개발과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섯째, 아세안경제공동체는 지역 내 상품, 서비스, 투자, 노동 및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촉진하며 지역 내 경제 통합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인터넷 사용 인구<br>(자료 = e-Conomy 2019 report, Statista for 2020)
동남아시아 인터넷 사용 인구
(자료 = e-Conomy 2019 report, Statista for 2020)

구글(Google)과 테마섹(Temasek), 배인앤컴퍼니(Bain&Company)에서 발간한 동남아시아 디지털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3명 중 1명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커머스, 원격 수업 등의 디지털 서비스를 처음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은 코로나19 이후에도 디지털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의향임을 밝혔다. 향후 아세안의 디지털 경제 성장이 주목되는 이유다.

▶ 이커머스, 디지털 경제 성장의 중심

디지털 경제 성장의 가장 큰 주춧돌은 이커머스다. 특히 이커머스는 경제 봉쇄 조치로 필수 산업을 제외한 각종 사업장의 운영이 금지된 기간 동안 공급망 혼란에도 불구하고 배달 서비스를 통해 필수적인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싱가포르는 시그룹(SEA Group), 라자다(Lazada)와 같은 이커머스 유니콘 기업의 지역본부가 위치한 곳으로, 역내 이커머스 성장의 핵심 조력자라 할 수 있다. SEA Group은 올해 3월 10억 미국 달러의 초기 자본을 투자해 그룹 내 투자 기관 및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하고 지역 내 디지털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 밝혔다. 배달 서비스 이커머스 분야 또한 빠르게 성장해 동남아시아 Super App 라이벌인 인도네시아 고젝(Gojek)과 싱가포르 그랩(Grab)은 2020년 1분기 각각 1억 2,000만 미국 달러, 8,560만 미국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2020년 1분기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투자 유치 현황 <br>(자료 = Crunchbase)
2020년 1분기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투자 유치 현황
(자료 = Crunchbase)

특히 동남아시아 신흥 중산층의 디지털 소비가 가속화하고 있는데, 디지털 소비자당 평균 소비가 2018년 124달러에서 2025년 392달러로 3.2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견 세대'라고 불리는 신흥 중산층은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에 관심을 보이며 프로모션, 긍정적인 사용자 후기 등에 의해 구매를 결정한다. 이러한 소비 형태에 있어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과 같은 소셜미디어는 판매자가 손쉽게 경험적 요소와 온라인 판매 채널에 결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 내 주 소비층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에듀테크, 코로나19로 빠르게 주목받아... 3배 성장 달성 

에듀테크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꾸준한 성장을 보였다. 2019년 아세안 에듀테크 투자 유치액은 22억 7,000만 미국 달러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루앙구르(Ruangguru)는 2019년 12월 1억 5,000만 미국 달러의 펀드를 모집했는데, 이는 동남아시아 에듀테크 투자 중 가장 큰 규모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지역 내 대부분의 학교가 임시 휴교하게 되면서 에듀테크가 대면 교육의 대안으로 더욱 빠르게 주목을 받았다. 온라인 수업이 아니었다면 코로나19 기간 동안 동남아시아 1억 3,500만 명의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기회를 잃었을 것이다.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들도 온라인 교육 과정에 참여했다.

이에 싱가포르 교육청은 Singapore Student Learning Space(SLS) 온라인 포털을 개발했고, 말레이시아 교육청은 Goggle Classroom, Microsoft 및 Apple과 공동 작업을 통해 DELIMa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베트남의 스타트업 에드마이크로(Edmicro)는 Onluyen.vn 플랫폼을 공립학교에 보급해 교사가 온라인상으로 질문 및 과제를 수집하고 성적을 산출할 수 있도록 했다.

향후 에듀테크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교육 격차를 줄이는 데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의 신흥 중산층이 고등교육을 중시하며 엄청난 사교육열을 보이는 반면에, 지역 내 상당수가 지리적 장벽 및 숙련된 교사의 부족으로 인해 학교와 같은 전통적인 교육 시설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역 내 15세 이상 평균 성인 식자율이 94.9%인 데 비해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는 각각 58.3%, 73.9%, 75.6%로 평균 이하를 기록했다.

▶ 원격진료 수요 높아지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발전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원격진료 수요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기간에 외출을 자제하면서 집에서 진료 받을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발전도 빠르게 이뤄졌다. 

싱가포르 스타트업 닥터 애니웨어(Doctor Anywhere)는 화상 통화를 통한 디지털 진료 및 약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닥터 애니웨어 플랫폼상에서 10억 명 이상의 환자가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진료 비용은 약 20싱가포르 달러이다. 2020년 3월 닥터 애니웨어는 말레이시아의 병원 운영 기업 IHH Healthcare로부터 270억 미국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의 사업 강화 및 말레이시아 및 필리핀 등 신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닥터 애니웨어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자료 = Doctor Anywhere)
닥터 애니웨어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자료 = Doctor Anywhere)

이 외에도 온라인 조제 및 약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베트남의 약국 프랜차이즈 파머시티(Pharmacity)는 2020년 1분기 330억 미국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베트남 전국에 약국 네트워크를 확장할 예정이다.

싱가포르는 400개 이상의 헬스테크 스타트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0년 상반기 헬스 및 바이오테크 분야에 3억 4,200만 미국 달러가 투자됐다.

싱가포르의 국가 원격의료 지침은 인공지능, 의료 장비, 텔레메디슨 등에 대한 명확한 원칙을 제공하고 국가 전자 보건 기록 시스템을 통해 원활한 보건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싱가포르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에 기준해 환자의 데이터 보안을 철저히 하며, 공중보건 기관과 민간 부문의 협력이 활발하다.

▶ 국내에선 갈 길 먼 원격의료… 코로나19로 필요성 체감

전 세계에서는 집에서 원격으로 의사의 진료를 받고, 약까지 배송받을 수 있는 원격의료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선 갈 길이 멀다. 속도가 느린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는 원격의료 자체가 현행법상 불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보건복지부가 한시적으로 전화 의료 상담을 허용하긴 했지만, 법과 제도는 그대로여서 현장에서는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의료법 개정을 통해 처음으로 원격의료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의사와 의료인 간의 원격의료가 가능했지만, 이는 실질적인 진료가 아닌 자문만 주고받는 수준이다.

보건복지부는 2014년 9월부터 원격의료 시범 사업을 시행 중이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법 개정을 하지 못해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의료계는 원격의료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학적 안전성이 떨어지고 대기업과 대형 병원, 민간 보험사 배 불리기 정책이라는 게 이유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속 원격의료의 중요성은 높아졌다. 국내 원격의료의 발전을 위해서 법적인 부분을 개선하는 게 필수다. 의료법, 약사법 등이 개정 대상이다. 원격의료가 세계적 흐름인 만큼 규제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각계의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의료 취약지 의료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 중인 원격진료 모습 (사진 = 전북 완주군청)
의료 취약지 의료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 중인 원격진료 모습 (사진 = 전북 완주군청)

한국 원격의료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보인다. 코로나19로 허용된 원격진료를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서다. 원격진료 서비스 앱인 닥터나우는 작년 11월 선보인 후 5개월 만에 누적 이용자 수 1만여 명을 달성했다. 환자가 앱을 통해 진료 예약을 하면 의사가 시간에 맞춰 영상 전화를 걸고, 약을 처방하면 환자는 동네 약국에서 약을 찾을 수 있다. 배송도 가능하다.

한편 세계 주요 국가들은 원격의료를 본격화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GM Insights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2019년 455억 달러에서 2026년 1,755억 달러로 연평균 21.3%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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