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핑거비나 대표
이정훈 핑거비나 대표

 

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잠깐 동안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시 등 대도시의 공기가 많이 좋아졌다. 필자가 경험했던 2019년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시 날씨는 무더운 기온, 중국발 미세먼지, 오토바이와 자동차에서 뿜어낸 대기오염까지 더해 맑은 하늘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올 1월 글로벌 도시 비교 사이트인 넘베오(Numbeo)가 공개한 전 세계 주요 도시 삶의 질 순위에서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시는 251개 도시 중 219위와 242위로 거의 최하위권에 위치해 있다. 환경과 교통 부문에서 거의 낙제점을 받은 탓이다. 넘베오는 두 도시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심각한 대기오염, 교통 불만족과 시스템 비효율성 측면에서 세계 도시에 비교해 완전히 낮은 점수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베트남은 교통사고 사망자의 3배인 5만 명이 매년 대기오염으로 사망하고 있고 10가지 질병 중 6가지가 대기오염과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들보다 대기오염이 높다는 건 그만큼 경제성장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베트남 국민들의 삶의 질에 있어서 심각한 수준이다. 

2021년 5월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 삶의 질 지표 (자료 = 넘베오)
2021년 5월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 삶의 질 지표 (자료 = 넘베오)

▶ 대기오염과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베트남, 빠른 경제성장이 문제 

코로나19 전의 베트남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고층 건물이 올라가고, 새벽부터 출근하는 오토바이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낮에는 공사 자재를 실은 대형 트럭이 끊임없이 이동하고, 늘어난 승용차로 인해 온 종일 하늘이 뿌옇다. 그로 인해 베트남은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매년 7% 가까이 경제성장률을 유지했고, 코로나19 이후에도 전 세계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2020년 2.91% 성장률을 달성했다. 

올해 세계은행은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을 6.5%의 추정하고 있으며 포스트 차이나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베트남 북부와 남부, 중부를 포함해 전국 각지에 크고 작은 산업단지가 개발되고 그곳에서 섬유·의류 공장, 가구 공장, 전 세계의 전자제품 공장, 자동차 공장 등이 쉬지 않고 가동되고 있다. 베트남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90%는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으며, 석탄·화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으로 높아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베트남의 빠른 경제성장률에 힘입어 국민들의 플라스틱 사용량이 엄청난 데 비해 이들 폐기물의 소각이 도시 곳곳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베트남은 아직 한국과 달리 의무 분리수거 제도가 없어 모든 생활 쓰레기를 한꺼번에 버리고 있어 그 속에서 나오는 플라스틱류, 각종 건설 폐기물 등에서 나오는 폐비닐류의 소각으로 인한 매연도 심각한 편이다.

대기 질은 오염원뿐 아니라 기상 조건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인도차이나 반도 동쪽에 위치한 베트남은 강한 바람이 부는 날이 적은 편이다. 남부와 북부의 날씨 차이가 크긴 하나 대체적으로 열대 기후에 속해 공기가 정체된 날이 많으며 비나 바람을 통해 씻어내기가 어려운 환경적인 요인도 대기오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베트남 북부는 9~11월 가을이 되면 더욱 대기가 정체된다. 2017년에 비해 2018년 공기 질은 다소 개선되었다가 2019년 초부터 다시 나빠졌고, 2021년 현재도 타 도시에 비해 열악하다..

하노이의 대기오염 지수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집계하여 발표하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글로벌 대기오염 수준 측정 플랫폼인 에어비주얼(AirVisual)의 대기오염 지수 US AQI를 자주 인용한다. 이 지수는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오존 등 6개 대기오염 물질을 기준으로 산출된다. '좋음'(0∼50), '보통'(51∼100), '민감한 사람한테 건강에 해로움'(101∼150), '건강에 해로움'(151∼200), '매우 건강에 해로움'(201∼300), '위험'(301∼500) 등 6단계로 나뉜다.

2018년 베트남 하노이가 세계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한 도시에서 2021년 5월 기준 5번째로 오염이 심한 도시로 나온다. (자료 = AirVisual의 World Air Quality 2021. 5. 11. 기준)
2018년 베트남 하노이가 세계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한 도시에서 2021년 5월 기준 5번째로 오염이 심한 도시로 나온다. (자료 = AirVisual의 World Air Quality 2021. 5. 11. 기준)

코로나19 전 2019년 9월 30일에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는 오전 9시경 US AQI 지수가 213을 기록했고, 그다음 날인 10월 1일에는 오전 7시경에는 309를 기록하면서, 하노이가 동 시간대 전 세계 주요 도시 중 대기오염 지수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오염 수치는 건강에 해로운 수준을 넘는 위험 수준을 의미한다. 새벽에는 오염 지수가 더 높아지는데, 10월 1일 새벽 5시 30분경에는 수치가 317까지 치솟았다.

또 초미세먼지(PM 2.5) 수치도 9월 30일 162.8㎍/㎥로, 10월 1일에는 258.6㎍/㎥로 나타나 안전 기준인 50㎍/㎥를 3배에서 5배 이상 초과하기도 했다. 

2019년 9월 30일 대기오염 수치 (자료= US AQI 지수, Air Visual)
2019년 9월 30일 대기오염 수치 (자료= US AQI 지수, Air Visual)

최근 한국의 미세먼지도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져 국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편이지만 베트남 주요 도시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 마스크가 일상인 베트남 사람들,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한 베트남 정부

베트남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건강에 관심이 높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비교적 건강한 식생활과 생활 패턴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그러나 대기오염의 특성상 공기 중의 오염을 완전히 피하는 생활을 하기는 어렵다.

베트남의 일상 출근 시간 (사진 = 필자 촬영)
베트남의 일상 출근 시간 (사진 = 필자 촬영)

그래서인지 베트남 사람들의 마스크 사용은 일상이라 할 수 있다. 굳이 코로나19 방역의 일환으로 마스크 착용 일상화를 홍보하지 않아도 일상에서의 마스크 쓰기가 보편화되어 있는 셈이다. 한국처럼 정부 인증을 획득한 K94 같은 항균 마스크를 사용하지는 않으나, 어디서든 구입 가능한 일회용 마스크나 천 마스크 정도는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다.

다만 미세먼지 보호 장비로 마스크 외에는 공기 오염에 특별히 대비하고 있는 것이 없는 편이다. 특히 실내 공기 오염에 대하여 특별히 의식하고 있지 않기에 실내 공기 청정기 등에 대한 수요는 아직까지는 많지 않은 편이다.

최근 들어 대도시 소재 학교들은 AQI 수치가 높을 때에는 학생들의 실외 활동을 모두 중단하고 교실 문과 창문을 닫아놓고 있다. 또 학생들의 대기 노출을 줄이도록 귀가 시에 학부모들에게 자녀를 일찍 데리고 가라고 권고하기도 한다.

이러한 도시의 공기 질에 관한 언론 보도와 일련의 사건들로 대도시 시민들도 점차 대기 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베트남 도시의 중산층들은 건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기오염 수치를 확인하기도 하고, 실외 활동을 가능한 자제하고 자가용을 이용해 이동하고 있다.

좀처럼 대기오염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베트남 정부도 최근 베트남 대도시의 대기 질의 심각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환경부는 위에서 인용한 World Air Quality 보고서에 대해서도 하노이 일부 지역에서 초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만 인정하고, 대기오염 지수 측정 방법과 비교 군에 있어 다른 도시에 비해 높다는 내용은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기 오염이 육안상 확연히 드러나면서 정부 당국은 대기오염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베트남 중앙정부도 대도시 공기 질 악화의 원인으로 건설, 자동차와 오토바이 증가, 철강과 시멘트 공장, 석탄·화력발전소와 중공업 증가를 꼽으면서, 미세먼지 수치가 극도로 높아지는 날에는 국민들에게 당분간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밤과 이른 아침에 미세먼지 지수가 높다고 이 시간대 활동에 주의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 롯데호텔 전망대에서 본 하노이 일몰 (사진 = 필자 촬영)
베트남 하노이 롯데호텔 전망대에서 본 하노이 일몰 (사진 = 필자 촬영)

더 나아가 하노이와 호찌민시는 2019년 이후부터 여러 차례 시내 오토바이 통행 금지구역 지정과 오토바이 이용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오토바이 이용이 대중교통의 6.8배의 교통 체증을 일으켜 매연을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토바이 통행 금지 조치에 대해 전문가와 여론으로부터 대중교통과 도로가 정비되지 않은 도시 상황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라거나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이 일고 있어 그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2030년까지 대중교통의 대대적인 확대, 새벽 시간대 오토바이 통행 금지, 일부 지역 오토바이 통행료 징수, 석탄·화력발전소 대신 가스나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등 환경문제에 정부가 직접 노력을 하고 있다.

지금의 베트남에 일어나고 있는 미세먼지는 급성장하는 경제와 산업에 수반된 것이다. 생활수준과 함께 오염 지수도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의 대도시들은 급속한 성장으로 도시 전체가 건설 현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건설 먼지가 발생하고 있다. 사람과 물건의 이동을 위해 수백만 대의 오토바이가 쉬지 않고 다니고 승용차 이용 또한 급증하는 추세로 배기가스 배출량도 상당하다. 또 현대적인 생활 습관으로 늘어나는 비닐과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 후 그 폐기물 소각으로 인한 매연도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베트남 특유의 바람이 적은 자연환경까지 맞물려 눈에 띄게 공기 질이 탁해지고 있다. 매일 아침 뿌연 하늘이 더 익숙한 광경이 되고 있을 정도이다. 최근에는 베트남 시민 누구나 육안으로도 공기 오염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잦은 호흡기 질환을 겪으며 그 위험성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정부도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서 공식적인 발표들과 함께 대기오염을 피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하나둘 내놓고 있다.

이제 베트남은 발전과 성장보다도 삶의 질에 더욱 중요한 공기 질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를 맞이하고 있다. 전 지구촌의 과제이기도 한 대기오염 문제에 지금부터라도 베트남 시민들과 정부의 대응 노력에 응원을 보태고 싶다. 더불어 다수의 국내 투자 기업들도 저임금 중심의 단순 제조업 투자에서 베트남 정부의 대기오염 정책 및 베트남 국민의 건강 의식을 충분히 반영해 베트남 정부의 마음을 읽는 투자가 전개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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