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핑거비나 대표
이정훈 핑거비나 대표

필자가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거주하는 아파트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베트남 정부는 아파트 전체를 봉쇄하고 입주자들의 활동을 제한했다.

대중교통인 버스, 택시, 그랩(Grab) 운행이 중단됐고, 배달 오토바이만 거리를 누비고 있다. 대형 마트는 영업을 중단하고 편의점 중심의 소형 상점만 영업하고 있으며, 규모에 관계없이 식당 등 서비스업은 배달만 가능하고 홀 서비스는 불가한 상태다. 이를 어길 때에는 2,000만 동(한화 100만 원)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호찌민시 빈홈 아파트 전체 봉쇄 및 전 입주자 코로나19 검사 현장 (사진 = 필자 제공)
호찌민시 빈홈 아파트 전체 봉쇄 및 전 입주자 코로나19 검사 현장 (사진 = 필자 제공)

코로나19의 재확산이 하노이 북부 공단에서 시작돼 6월 현재 베트남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베트남 노동절 연휴 기간(4월 27일~5월 3일) 동안 해외로부터 유입된 인도 및 영국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증가했고, 연휴를 마친 노동자들이 근무지로 복귀하면서 발생한 공단과 대도시 중심의 확산에 기인한 것이다.

베트남 코로나19 재확산 감염자 수 현황 – 출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베트남 내 코로나19 4차 확산의 경제적 영향과 시사점' (자료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트남 코로나19 재확산 감염자 수 현황 – 출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베트남 내 코로나19 4차 확산의 경제적 영향과 시사점' (자료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올해 5월 한 달간의 신규 감염자 수는 4월 이전 누적 감염자 수의 약 1.5배에 해당하는 4,504명에 이를 정도로 베트남 내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6월 18일 베트남 보건 당국에 따르면 전날 하루에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03명 나왔다고 밝혔다.

(자료 = 존홉킨스 대학)
(자료 = 존홉킨스 대학)

버티지 못하고 베트남 떠나는 기업들... 정부의 엄격한 통제에도 확산 못 막아

현재 베트남은 전국에 7만여 개의 공장과 300여 개의 산업단지가 있는데 2021년 4월 말부터 400개 이상의 회사(근로자 6만 5,000명)가 박닌성에서 생산을 중단했고, 박장성에서는 6개 산업단지 중 4개가 2021년 5월 18일 자로 강제 폐쇄돼 최소 14만 명의 근로자가 피해를 입었다. 대도시인 하노이와 호찌민시는 엄격한 방역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3명 이상 모임 금지와 1.5m 거리두기, 해외 입국자 격리 기간을 2주에서 4주(3주 지정 장소, 1주 자가)로 늘리는 등 소매시장이 심각하게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관광객과 현지 주재원 등을 주력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했던 다수의 소규모 기업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철수를 결정했다. 호찌민시 한인회 통계에 의하면 2021년 1월부터 매월 1만 명 이상이 한국으로 돌아갔고, 노동절 연휴였던 5월 이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을 빠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 정부의 엄격한 통제와 고강도 방역도 이번 4차 재확산을 막지 못했다. 이는 노동력 연휴 기간 동안의 대규모 인력 이동과 동일 기간 발생한 인도 및 영국 변이 바이러스의 유입 그리고 낮은 백신 접종률(6월 12일 기준 접종률은 1.44%로 ASEAN 회원국 중 최하위)이 그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료 = IMF, World Economic Outlook 취합)
(자료 = IMF, World Economic Outlook 취합)

결국 베트남 정부는 5월 20일 코로나19 백신 구매를 위해 11억 달러 규모의 ‘코로나19 백신 예방 베트남 기금’를 설치하고 민간 기업에 기부를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베트남 재무부는 6월 8일 기준 4조 1,000억 동(1억 8,000만 달러)이 개인, 단체, 기업을 통해 모금되었다고 밝혔다.

위기의 베트남, '포스트차이나' 도약은 한풀 꺾이나 

베트남 지역사회 감염이 산업단지 감염으로 이어졌고 또다시 산업단지 감염이 지역사회로 감염되고 있기에 베트남 정부는 백신 접종 우선순위에 산업단지 근로자를 선정하고 백신을 접종하는 등 산업단지 내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핵심 방역 목표로 설정하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베트남 내 코로나19 4차 확산의 경제적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베트남 경제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재확산을 억제하지 못할 경우 생산 차질로 인한 수출 감소, 생산기지로서의 기능 장애,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 감소 가능성이 높아져 미중 갈등 상황하에서 공급망 재편 후보지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 CNBC는 "글로벌 다국적기업이 탈중국을 할 때, 가장 선호했던 지역이 '인도'와 '베트남'이다. 그런데 최근 인도와 베트남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이 셧다운(Shot Down)되고, 외국인 입국 금지 등 해외 이동이 어렵게 되자 글로벌 기업들이 다시 중국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다수의 한국 기업은 공장이 있는 베트남 북부 지역의 감염 확대로 공장 중단이 지속될 경우 철수 등 심각한 상황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베트남의 위기 대응 상황을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 내 공장 노동자들, 유통 및 서비스업 종업원들 모두가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기에 생활을 위해 금융권에 대출 및 가불 신청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할 만큼 베트남 서민들의 생활이 심각하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베트남은 코로나19에 대한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엄격한 통제와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 그리고 빠른 백신 공급으로 이번 위기를 빠른 시간내 극복한다면 포스트 차이나 역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베트남 직원들에 대한 방역 지원, 정부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등이 병행된다면 보다 좋은 사업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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