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핑거비나 대표이사
이정훈 핑거비나 대표이사

한국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120일간의 봉쇄와 격리가 10월 1일 자로 풀렸다. 베트남 국민, 외국인 할 것 없이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여전히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5,000명 수준으로 나오고 있어 봉쇄와 격리가 해결책이 아님을 인정하고 베트남 정부는 ‘위드 코로나’ 전환을 발표했다.

▶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10월 이후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베트남 정부가 내세운 경제 성장 재개 시나리오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신속한 백신 접종을 목표로 세웠다. 올해 중 전 국민이 1차 이상 백신 주사를 맞을 전망이다.

둘째, 관광사업의 영업 재개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베트남의 대표 관광지인 하롱베이, 호이안, 달랏, 푸꾸옥 지역은 12월 내 입국을 허용할 계획이다. 셋째, 경제 재건 정책이다. 3개월 이상 전국 23개 지방이 봉쇄 조치로 공장 문을 닫아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6.17%나 감소했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공공투자 지출을 가속화하고, 시골 집으로 돌아간 노동자들은 속히 공장에 복귀하도록 독려하는 등의 경제 재건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경제 재건을 위해 세금 감면 혜택, 임대료 인하 등 각종 인센티브 정책도 발표할 계획이다. 베트남 정부의 위드 코로나 전환에 대해 한국을 포함한 각국 상공인연합회에서는 환영의 뜻을 전했고, 공장 이전보다는 추가로 투자 확대 계획을 밝혔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봉쇄와 격리 조치로 베트남 국민들의 삶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클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와 BCG는 2020년 3월부터 베트남은 포함한 45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설문조사를 하고 관련 내용을 지속적해서 업데이트하고 있다.

베트남을 포함한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중국 등 한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시장에서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의 최초 경험자가 20% 이상 증가했고, 온라인(특히 모바일)을 통한 미디어 소비, e러닝, 전자결제 등도 20~40%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온라인이 어색하던 수많은 사람이 속속 디지털 세상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각국 정부는 그동안 불법이었던 비대면 거래와 관련해서 정부 규제가 완화되거나 샌드박스를 만들어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 베트남의 디지털 역동성 경쟁력과 잠재력에 주목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모든 산업에서 디지털화가 전개되고 있다.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는 매일같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능을 가진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접한다. 디지털 기기는 이미 그 자체가 라이프 플랫폼이 되고 있으며, 똑똑해진 디지털 기기는 이제 사용자에게 스케줄이나 새로운 소식을 알려주고 건강 또는 생활 습관을 개선하도록 도와주는 라이프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

유럽디지털경쟁력센터(ECDC)가 세계 137개국을 대상으로 디지털 분야의 경쟁력 변화를 조사해 9월 초 발표한 ‘디지털 역동성 보고서 2021’에서 베트남은 +339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1위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디지털 분야 생태계와 사고방식의 두 가지 범주에서 2018~2020년 3년 동안 각국이 보인 경쟁력 변화로 디지털 역동성을 평가했다.

특히 베트남은 디지털 생태계 평가 항목 중 벤처 자본 유용성, 창업 비용, 창업 기간, 외국인 노동자 고용, 대졸자 기술 역량에서의 역동성을 인정받았고, 사고방식 평가항목 중 활동적 인구의 디지털 기술, 창업 리스크에 대한 태도, 노동력 다양성, 모바일 인터넷 가입, 기업의 혁신 아이디어 수용에 있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로써 코로나 팬데믹 이후 베트남에 디지털 분야의 많은 기업이 생겨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차별화된 아이템으로 베트남 시장 공략

베트남에서 디지털 생태계를 이끄는 주역 세대는 MZ세대가 될 것이다. 베트남 소비의 주축인 20~30대 젊은 세대인 MZ(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엄(M)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 세대는 베트남 전체 인구의 47.2%로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37.1%를 차지하는 한국 등 여타의 국가에 비해서도 높은 비율이다. 이들은 일상생활의 대부분에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있어 디지털 문화에 매우 친숙하다.

최근 인도네시아 TV 제조 브랜드인 쿠카(Coocaa)는 온라인 스트리밍 방송으로 신제품 출시 후 2시간 만에 1,000대를 판매했다. 삼성전자 베트남 역시 2019년 전자상거래 업체인 쇼피(Shopee)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MZ세대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신한은행 베트남은 1995년생 베트남 축구 스타 르엉쑤언 쯔엉(Luong Xuan Truong)을 메인 모델로 발탁해 베트남 MZ세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 현지 마케팅을 강화해 효과를 보고 있다.

구글(Google), 테마섹(Temasek), 베인코(Bain & Company)의 연구에 따르면 베트남의 전자상거래 부문은 2025년까지 거래 가치가 2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베트남의 많은 지방이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하면서 소비재 부문에서 신속한 배송 외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전자상거래 기업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다. 고객을 확보한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보험, 결제 등 핀테크 서비스로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는 경제가 회복되고 생활도 코로나19 이전처럼 활기차게 돌아갈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에 발맞춰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존과는 차별화되면서도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있는 상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에게 제공해 비약적인 성장을 할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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