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찌민시 비롯 주요 도시 확진자 대거 발생 비상
- 대규모 섬유·의류 공장들 인력 감축 및 가동 중단
- 코로나19 시국에 직장까지 잃은 근로자들 생계 막막

지난해 동남아시아 지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루 감염자는 수십 명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동남아 지역을 강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글로벌 제조 기업의 생산 기지가 몰려 있는 베트남은 비상이 걸렸다. 대규모 섬유·의류 공장들은 공장을 임시 폐쇄하며 인력 감축에 나섰고, 시민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있는 베트남 시민들 (사진 = NetEase)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있는 베트남 시민들 (사진 = NetEase)

코로나19 확진자의 지속적인 증가, 글로벌 기업의 공장 폐쇄 속출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베트남 하노이 무역관에 따르면 베트남 남부 물류의 80%를 담당하는 깟라이(Cat Lai) 국제무역항은 작업 중단 사태에 이르렀고, 30% 이상의 섬유·의류 공장은 가동을 중단했다. 

1만 명에 육박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자 베트남 정부는 주요 도시에서 강력한 봉쇄 조치를 연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베트남 정부는 최대 도시인 호찌민을 비롯해 코로나19 확산 지역에 엄격한 봉쇄 조치를 내린 상태다. 생필품 구입과 정부 허가를 받은 기업의 출근 등을 위한 이동만 허락하고,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는 통행금지를 실시 중이다.

특히 새로운 규정을 마련해 공장 노동자들이 집에서 출퇴근하는 대신 공장에 거주하면서 음식을 제공받을 수 있어야만 제조업체가 공장을 개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전자제품과 신발, 의류, 섬유 공장의 원활한 생산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5월부터 코로나19 확진자는 지속적으로 증가, 하노이 북동부 지역에서는 폭스콘 등 글로벌 기업의 공장 폐쇄가 이어졌다. 몇 달 새 급속도로 나빠진 코로나19 상황으로 호찌민 시내 254개 기업 중 70개가 영업을 중단했다. 

사이공 하이테크파크 내 몇몇 공장은 지난달 750건이 넘는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보고된 뒤 공장을 임시 폐쇄했다. 이곳에 있는 삼성전자 가전복합단지도 인력을 기존 7,000명 에서 3,000명으로 줄이고 직원들을 단지 내 격리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등 다른 제조업체들은 인근 호텔을 빌려 숙소를 마련하고 버스로 직원들을 수송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운동화 및 캐주얼 신발 제조업체이자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글로벌 브랜드의 계약 제조업체인 푸첸사를 포함한 10여 개 업체도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나이키 베트남 공장 (사진 = NetEase)
나이키 베트남 공장 (사진 = NetEase)

공장 근로자 출퇴근 금지 및 숙식 제공, 매주 코로나19 검사 실시 등 정부의 방역 수위가 나날이 높아지자 이처럼 상당수 기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공장에서 숙식을 해결하거나 직원들이 모두 머무를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장 폐쇄와 인력 감원으로 일자리가 사라진 노동자들은 코로나19에 감염돼 죽거나, 생계를 잇기 어려워 굶어 죽거나 둘 중에 하나라며 답답해했다.

직장을 잃은 일부 시민은 오토바이에 짐을 가득 싣고 호찌민시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려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베트남 정부는 코로나19의 다른 도시 확산을 막기 위해 지역 간 이동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 

지역 간 이동 통제가 실시되면서 물류 비용이 증가하고 운전자 부족 사태가 초래되는 등 운송업체도 어려움에 봉착했다. 해상 물류 역시 악화일로다. 이동 제한으로 인해 주요 항구에서는 선적 지연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하반기에 이어 내년까지... 글로벌 공급망 정상화는 답보 상태 

신발의 절반가량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는 나이키도 물류 대란으로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조사 기업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산하 글로벌 무역 정보업체 판지바에 따르면 베트남은 올해 2분기 나이키 제품과 관련된 미국 해상 수입의 49%를 차지했다. 

매트 프렌드 나이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해안에 재고가 많고 구매 주문 리드 타임이 길어지고 있다"면서 "2022 회계연도 상당 기간 동안 공급망 지연과 물류비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류업체와 업계 관계자들은 하반기에 핼러윈과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연휴 등을 앞두고 있어 향후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기 전까지 베트남 내 공장 가동 정상화는 요원하다. 결국 백신의 공급과 집단 면역 형성 시기에 따라 사회 안정과 글로벌 공급망의 정상화 속도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

15일 현재 베트남은 전체 인구 9,600만 명 가운데 1,300만 명이 백신을 맞았다. 이 가운데 120만 명이 2차까지 접종을 마쳤다. 집단 면역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베트남 정부는 내년 1분기까지 인구의 70% 이상 예방 접종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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