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1차·2차·3차 유행까지 선방한 베트남, 4차 대유행으로 위기 직면
- 경기 침체, 글로벌 생산 기지의 이탈... 베트남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은 미지수

코로나19 사태의 초기만 하더라도 베트남은 철저한 봉쇄 정책으로 대표적인 모범 방역국으로 꼽혀왔다. 지난해 3월 초 본격적인 1차 확산이 시작됐으나, 선제적인 국경 폐쇄 조치로 금방 잠잠해졌고, 4월 22일 이후로는 확진자가 일일 5명 이내로 줄면서 위기를 피했다. 2차 확산은 2020년 7월 다낭에서 지역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퍼졌고, 이때도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한 달 만에 통제해 코로나19부터 안전한 국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초 베트남은 북부 하이즈엉을 중심으로 코로나19 3차 유행의 역풍을 맞았다. 1차·2차와 마찬가지로 지난 방역 노하우를 활용해 잘 극복했고, 경제 전반에 걸쳐 다소 주춤한 듯 보였으나 제조업 성장 지수는 긍정적이었다.

미국의 자주 경영 컨설팅 회사인 아시아 퍼스펙티브(Asia Perspective)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베트남이 제조업 회복으로 빠른 성장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2020년 4분기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8.63% 성장했으며, 이는 제조업 부문에 의해 주도됐다.

▶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4차 대유행의 여파로 베트남 전체가 흔들

하지만 지난 4월 30일 베트남 남부해방기념일에 시작된 4일간의 연휴 이후 4차 대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염력이 높은 델타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베트남은 남부 호찌민을 중심으로 제4차 대유행에 직면했고, 이전과는 다른 폭발적인 지역 감염 확산세를 보이며 일상이 멈추고, 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트남 62개 성시에 광범위하게 확산된 4차 대유행의 여파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호찌민을 비롯한 하노이, 다낭 등 베트남의 주요 대도시들은 고강도 봉쇄 조처를 했으나,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아 나라 전체가 대혼란 속에 갈팡질팡 중이다.

(사진 = 베트남경제연구소)
(사진 = 베트남경제연구소)

9월 21일 기준, 베트남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1만 1,687명을 기록했다. 이 중 호찌민이 6,521명으로 가장 많았고, 빈증이 3,609명 으로 뒤를 이었다. 호찌민을 비롯해 빈증, 동나이, 롱안, 띠엔장 등 남부 지역이 이번 4차 대유행 감염자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 5월 30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확진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8월 20일부터 완전 봉쇄령을 발표했다. 전면 외출 금지로 발이 묶인 시민들의 식량 조달을 위해 군부대가 투입되는 등 베트남은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하지만 완전 봉쇄령과 빠른 백신 공급으로 9월 들어서는 지역 감염자 수가 서서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7일 기준 베트남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4,583명 으로 7월 19일 이후 최소 일일 확진자 수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확진자 수가 적었던 하노이는 9월 21일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완화했다.

2개월간 지속됐던 봉쇄령을 풀고, 기존보다 한 단계 완화된 총리 지시 15호를 적용했다. 코로나19 상황 및 위험도에 따른 지역 구분과 통행증 검사 등을 폐지하며, 슈퍼마켓, 백화점, 약국, 은행, 쇼핑몰 등의 영업 재개도 허용된다. 경제적으로 타격이 큰 호찌민시 역시 10월 1일부터 일부 경제활동을 점진적으로 재개할 계획을 발표하며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드는 형국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한 관계자와 자원봉자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로 설치됐던 철조망을 제거하고 있다.&nbsp;<br>(사진 = VnExpress/NGOc Thang)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한 관계자와 자원봉자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로 설치됐던 철조망을 제거하고 있다. 
(사진 = VnExpress/NGOc Thang)

▲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은 어려울 전망, 앞으로가 중요하다

지난 1일 팜 민 찐(Pham Minh Chinh) 베트남 총리는 현재의 강력한 봉쇄를 단계적으로 해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보건 당국과의 회의에서 “봉쇄와 통제 목표를 설정했지만 우리는 전염병과 함께 오랜 시간 공존해야 하며 완전히 통제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고 적절한 생존 방식을 찾아야 한다”라며 단계적 완화 정책을 펼 것으로 발표했다.

이런 결정에는 경제 침체의 이유가 가장 크다. 지난 6월 응우엔 찌 중(Nguyen Chi Dung) 베트남 기획투자부 장관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19 4차 대유행은 생산과 기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쳐 상반기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을 장담할 수 없다며, 사실상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이에 기획투자부는 정부에 2021년 상반기 경제성장에 대한 전망을 본래의 7.11%에서 5.8%로 수정 보고했다.

신한베트남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4차 확산을 억제하고, 산업단지를 보호하는 데 실패할 경우 제조업 중심이며 외국인직접투자(FDI)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 경제구조상 생산 감소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 후보지에서 베트남이 탈락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이미 대만 기업 폭스콘은 베트남 생산 시설 3곳의 가동을 중단했고, 삼성전자도 기술 진입국이 어려워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에 어려움 겪고 있다.

또한 유럽상공회의소(Euro-Cham) 기업 기후 지수(BusinessClimateIndex)는 급격히 둔화되고 있으며, 베트남 진출 유럽 기업 5분의 1이 일부 생산 시설을 해외로 이전했고, 16%가량은 유사한 조치를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나 전문가들은 앞으로 베트남 경제 전반에 걸친 여파가 더욱 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베트남 정부의 뒤늦은 수습,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지난 4차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베트남은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았지만, 결과적으로 세계에서 코로나19의 여파가 큰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더는 경제적인 손실과 후퇴를 감당할 수 없고, 몇 달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국민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어 강력한 방역 대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베트남은 아직 의료 인프라가 열악하고, 백신 확보량이 부족해 코로나19 사망률이 2.5%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한 전 세계 평균(2.1%)과 주변국(필리핀 1.7%, 태국 0.9%, 캄보디아 2% 등)보다도 높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언제든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팬데믹 이전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던 베트남은 현재 경제 발전의 시동이 꺼졌다. 사태가 완화되기를 참고 기다리던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이탈하고 있고, 새로운 유치도 힘든 상황이다. 베트남 중앙정부는 뒤늦게 글로벌 기업 달래기를 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기회의 땅 베트남에 찾아온 위기는 언제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베트남 국민과 정부는 물론이고 전 세계 기업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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