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핑거비나 대표이사
이정훈 핑거비나 대표이사

몇 해 전, 미국 유명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업에 한국 모바일 기반 금융SI 회사를 소개했던 적이 있었다. 미국 개발자가 연봉이 높고 개발자 구하기 쉽지 않으니 미국에 비해 싸면서 개발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래퍼런스가 많은) 한국 개발회사에 개발 아웃소싱을 하면 상호 윈윈(WIN-WIN)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차례 메일과 전화통화 끝에 결국은 없었던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는데, 최근 한국에서는 개발자 부족현상이 심해져서 동남아시아 개발자 소싱 및 개발 의뢰 건이 늘고 있다고 한다.

동남아시아 개발자를 한국에 데려와서 개발자가 필요한 기업에 입사 형태로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과 동남아시아 개발회사와의 장기적 아웃소싱 계약을 통해 필요한 인력을 지원받거나 유지·보수 등을 지원받는 형태이다.

동남아시아 국가 대다수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장기간 격리와 봉쇄로 비대면 모바일 거래, 비대면 원격 교육과 의료 등이 확대됨에 따라 모바일 기반의 개발자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개발자 부족에 목타는 베트남... 파격적인 조건으로 K-개발자들에게 러브콜

베트남 정통부 (MIC) 부국장 응우옌 탄 투옌(Nguyen Thanh Tuyen)에 의하면 2021년 베트남에만 5,600여 개의 디지털 관련 기업이 설립되었고, 현재까지 디지털 관련 기업이 전체 64,000개가 있고, 100만 명 이상의 IT 기술자가 종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에 인기있는 12개 직종( 자료 = TopDev survey, in 2020)
베트남에 인기있는 12개 직종( 자료 = TopDev survey, in 2020)

디지털 관련 기업 중 특히 비대면 전자상거래, 금융, 핀테크(지급결제, 대출 등), 에듀테크, 프롬테크, 인슈테크, 메드테크 등 분야에 스타트업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의 전문 개발자가 자국내 심각하게 부족해 비싸지만 한국 등 선진국의 전문 개발자 유입을 강하게 필요로 하고 있다.

필자의 지인 중에도 한국에서 받는 연봉의 최소 3배 이상 지급과 가족 포함 주거와 체류 그리고 교육비 전액을 지원하겠다는 파격적 대우를 제공받는 조건으로 글로벌 헤드헌터를 통해 베트남 디지털은행 대표 자리를 제안받은 분도 있다. 같이 할 수 있는 팀이 있으면 전체를 모두 영입하겠다고 제안해 한동안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비대면 금융 거래가 일상은 아니었지만,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력하게 실행했고 오랜 기간 전개해서 어쩔 수 없이 비대면 구매, 결제 등이 활성화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관련 시스템 구축에 대한 개발자가 부족해 연봉이 높더라도 선진국의 개발자를 영입하려는 것이다. 또한 선진국에서는 일상이 된 비대면 금융거래에 대한 프로세스와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어 각 회사 대표들이 적극적으로 영입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동남아시아에서도 인기 있는 K-개발자... 한국 내 인력난은 더 심해질 것

또한 동남아에서 한국 개발자들이 인기 있는 것은 책임감 강하면서 주변 동료를 챙겨주는 공동체 의식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대형 이커머스 기업 A사는 한국내 IT 개발인력을 팀단위로 유치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고도 한다. 글로벌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관점에서 국내 시장은 작지만 창업 생태계는 잘 갖춰져 있고, IT 인력풀이 많아 우수한 인재들에 대한 평가가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미국 실리콘밸리 IT기업, 일본 내 유명 글로벌 기업들도 한국의 우수한 IT인력에 대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동남아시아 대형 IT기업까지 영입 전쟁에 뛰어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IT 개발자에 대한 국내 인력난은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해외 IT기업에서의 국내 인력 채용뿐 아니라 구글코리아 등 국내 지사에서도 최근 개발자 인력을 대거 채용하면서 국내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IT 인력난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크레딧잡에 따르면 구글코리아의 2019년 11월 인력은 358명이었는데 올해 11월에는 528명으로 47% 늘었다. 아마존웹서비시즈(AWS)코리아도 같은 기간 인력이 100% 늘어난 820명을 기록했다.

현재 우수 개발자 몸값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초만 보더라도 당근마켓은 신입 개발직군 초봉을 6,500만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렸고 넥슨, 엔씨소프트, 크래프튼 등 IT 게임회사와 토스, 딥브레인 등 핀테크 전문 기업들도 신입 개발직군 연봉을 5,000만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모든 개발자 몸값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일부 우수 개발자를 중심으로 인력이 귀해지고 있다”며 “예상 외로 대형 기업에 있는 개발자들이 잘 움직이지 않아서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인력난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가 있는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개발 아웃소싱외 다양한 스타트업 비지니스를 지원하는 컴퍼니빌더 (주)쿠빌더의 이주홍 대표는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심각한 개발자 부족 사태에 따라 업종에 관계없이 다수의 기업에서 개발 의뢰건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특정분야(핀테크, 비대면, 디지털 분야)는 일년전보다 개발자 아웃소싱 가격이 두 배 이상 상승하고 있지만 고객사의 니즈가 증가함에 따라 개발자 뽑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비대면 금융분야에는 개발자 아웃소싱 요구사항이 급증하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금융API 및 솔루션 사업을 하는 인포플러스㈜는 이미 진출한 한국 금융기관에 IT서비스를 제공한 경험이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 본사 금융기관에서 디지털 분야 중심의 동남아시아 전체 개발 아웃소싱 및 현장 지원 등 요구 사항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인포플러스 김민호 대표는 “이러한 아웃소싱에 가장 중요한 것은 베트남 개발자와 국내 현업 담당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브릿지SE”이며, “커뮤니케이션만 원활히 지원된다면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5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개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베트남 포함 동남아시아 다수의 나라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전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관련 시스템, 프로세스, 개발자 등 내부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기에 한국 등 기술 선진국 개발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거절하기 쉽지 않는 러브콜을 보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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