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독점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에 현대자동차 진출
인도네시아 델타마스 지역에 연간 25만 대 규모의 자동차공장 설립

(좌)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우)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좌)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우)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1980년대 말 삼성 비서실에서 근무했을 때, 삼성그룹의 글로벌 진출을 수립하기 위해 동남아 각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가졌던 생각은 동남아 시장은 일본의 안방이라는 것이었다. 가전, 유통, 자동차 등 모든 분야가 일본의 영향 아래 있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가전, 유통, 화장품 등의 분야는 일본의 영향에서 많이 벗어났다. 그러나 아직도 철옹성처럼 일본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분야가 자동차다.

일본 자동차가 독점한 인도네시아 시장, 현대자동차 등장에 긴장 

특히 아시아 인구의 40%(2억 7,000만 명)를 차지하고, 매년 5% 이상 경제가 성장하며, 소비 시장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자동차 시장은 일본이 98%를 점유하고 있다. 이는 일본 본토의 점유율인 92%보다 높은 수치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도요타, 다이하쓰, 혼다, 미쓰비시를 합친 성적표다.

인도네시아는 아직도 완성차 관세율이 80%에 달해 수입차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 산업 자체가 수만 개 부품의 조립 생태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독자 생산이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에 생산기지를 구축하기 어렵다면 정착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이렇게 일본이 강력하게 방어하고 있는 시장에 현대자동차가 도전장을 던졌다. 자카르타 동쪽 40㎞ 떨어진 브카시시 델타마스 지역에 연간 25만 대 규모의 자동차공장을 15억 5,000만 달러를 들여서 건설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이강현 아시아·태평양권역본부 최고운영책임자(COO·상무)는 최근 한 인도네시아 경영학회가 운영하는 최고지도자 고위 과정 강연에서 "현재 현지에서 현대자동차의 분위기가 매우 좋으며, 돌풍을 일으킬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이강현 CCO는 삼성전자 법인장 출신으로, 20년간 인도네시아에 주재하다가 작년 1월 현대자동차로 합류한 대표적인 ‘인도네시아통’으로 알려져 있다.

이강현 CCO는 “2021년 말에 인도네시아 시장에 맞춘 로컬 자동차가 출시되고, 본격적인 홍보와 판매가 이뤄지기 시작하면 기존 팰리세이드와 아이오닉을 수입해 판매하던 현대자동차와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가 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현대자동차는 현재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 기업이지만, 전기차 분야에서는 3~4위를 다투는 최상위 자동차 기업으로 탈바꿈할 전략이다.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론칭한다. (사진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론칭한다. (사진 = 현대자동차)

일본 기업의 견제에도 꿋꿋하게 진출 전략을 다지는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시장 전략은 우선 2021년 말 출시되는 제품부터 철저한 애프터 서비스망을 구축해 '서비스의 현대’ 이미지를 심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고차 가격이 최고가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인도네시아에 강하게 불고 있는 한류를 이용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현재 도요타, 다이하쓰 등 인도네시아 내 일본 자동차 업계는 초비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25만 대까지의 내연기관 생산도 문제지만, 내년 4월부터 본격 시판되는 현대의 전기차 판매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강현 CCO는 “일본 기업들이 전기차 진입(개별소비세, 현지화율 등)을 막고 하이브리드를 대세로 하는 법안으로 대응하고 있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전하며, “현재 2년 뒤에 자유롭게 전기차를 판매하는 법안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서명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현대자동차 미래 협력을 기대 

인도네시아 정부는 2030년까지 아시아의 전기차 허브를 목표로 배터리 분야와 자동차 생산 분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5월 24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루훗 판자이탄 해양조정부 장관이 LG에너지솔루션의 김종현 대표와 LG의 배터리 진출에 대해 논의하고,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회장과 인도네시아 자동차 산업 육성과 전기차 생산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현 CCO는 “현대자동차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단순히 제품을 조립해 수출하거나 내수 판매를 목적으로 진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현지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한 ‘스타트업 챌린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훈련센터를 지어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등 대한민국의 장점과 현지 문화를 접목함으로써 진정한 현지화를 이루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현지에 있는 일본 자동차 기업이 제일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2021년 말부터 시작되는 현대자동차 시판이 순항하고, 내년 상반기에 전기차가 출시되며, 현재 확정된 LG와 현대자동차 합작 배터리 공장이 가동되는 것이다. 여기에 수소차까지 가세하는 시나리오를 견제하고 있다. 이 계획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메이킹 인도네시아 4.0’ 정책에 완벽하게 부합해 일본의 입김을 차단시킬 수 있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대자동차는 말레이시아에 있던 아시아·태평양본부를 인도네시아로 옮기고, 마지막 남은 동남아시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거대한 첫발을 내딛고 있다. 수십 년 동안 검토했고, 2014년도에 결정적으로 진출 기회가 있었지만 포기했던 동남아 시장 공략을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5월에 방한한 루훗 판자이탄 장관을 직접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로 초청해 안내하고, 저녁 식사를 하면서 향후 자동차 산업 발전을 논의했다. 이날 논의한 내용을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크게 공감했다는 후문이다. 

지금 전 세계는 시장의 판을 바꾸기 위한 투자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젊은 총수의 결단력과 탈권위적인 행동은 앞으로 우리 재계의 세대교체가 희망적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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