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자동차연구원 분석… EU, 中 등 세계 자동차 빅3 일제히 친환경차로 방향 전환
- 자동차 부문의 새로운 경제 블록에 대한 우리 기업의 진입 전략 모색

미국의 친환경차 산업 육성 정책이 그 윤곽을 드러냈다.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의 비중을 전체의 절반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이 친환경차의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이로써 유럽연합(EU)과 중국을 포함한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이 일제히 친환경차로 방향을 틀었다는 데 의미를 둘 만하다. 이에 세계 10대 자동차 생산국에 이름을 올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할 필요가 있으며, 정책 당국도 우리 기업들의 새로운 전략을 지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친환경차 경쟁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미국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8월 5일 오는 2030년까지 신차 친환경화 비율 50% 달성을 골자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산업 동향 보고서에서 “미국 내 완전한 산업 기반을 구축해 친환경차 경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승용차, 소형 트럭 신차 가운데 전기차(B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수소전기차(FCEV)를 포함한 ZEV(Zero Emission Vehicle)의 비중을 50%로 높이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미 연방정부는 명확한 기준을 도입하고 인프라 확충, 혁신 촉진, 자동차 산업 근로자에 대한 투자를 통해 자동차 공급 사슬 전역에서 고용 창출에 나선다. 아울러 친환경차 보급 지원 정책과 함께 2026년 이후의 신차에 대한 연비, 온실가스(GHG), 질소산화물(NOx) 규제를 신설 및 개정해 친환경차 생산 확대를 유도할 예정이다.

(자료 =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 동향 보고서)
(자료 =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 동향 보고서)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은 자국 내에 완전한 산업 기반을 구축해 친환경차 패권을 쥐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이번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 미국에 뿌리를 둔 완성차 3사(GM, Ford, Stellantis) 및 전미자동차노조(UAW)를 초청하면서 자국 기업 및 노조와의 동반자 관계에 기반한 산업 육성 의지를 천명했다. 다만 이번 행사에 대표적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초청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외신들은 미국 정부가 테슬라의 무노조 방침을 문제 삼은 것으로 해석했다.

자동차연구원은 이 같은 미국 정부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지만, 이로써 미국을 비롯해 EU와 중국 등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의 친환경차 정책 향방은 결정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EU·중국 친환경차 정책 발표, 한국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불가피

한편 EU는 지난달에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이기 위해 탄소 국경세를 도입하고, 2035년부터는 지역 내 휘발유, 디젤 차량 판매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책 패키지 `핏 포 55’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중국자동차공학회는 `자동차 기술 로드맵 2.0’을 발표하면서 2035년까지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을 50% 생산한다는 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역시 중국도 자동차 산업에 대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친환경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자동차연구원 이호중 책임연구원은 “미국이 국가 차원의 친환경차 정책 청사진을 공개함에 따라 유럽과 중국을 포함한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의 친환경차 정책 방향이 사실상 결정되었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자국 친환경차 산업 기반 육성에 방점을 둔 미국의 정책 방향은 기후변화 대응을 명분으로 비관세 장벽을 강화하는 EU나 대외 갈등 속에 내수 활성화에 몰두하는 중국의 정책과 더불어 친환경차 부문에서는 신경제 블록의 탄생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국내·역외 생산 후 수출’ 중심 패러다임은 변화가 불가피해졌으며 정책 당국은 자동차 부문의 새로운 경제 블록에 대한 우리 기업의 진입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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